[르포]에어컨 켜자 온수가 데워졌다…제주 주택서 시험대 오른 '난방 전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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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찾은 제주시 도남동의 한 단독주택. 하지만 이 실외기 한 대면 집 안에 설치된 에어컨 실내기 4대뿐 아니라 바닥 난방과 온수 공급까지 가능하다.
에어컨과 보일러가 각각 필요했던 기존 주택과 달리 실외기 한 대로 냉방·난방·온수를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표순재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은 "한국은 여름철 냉방뿐 아니라 겨울철 바닥 난방과 연중 온수 사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 주거문화에 맞게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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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실증 COP 4.1…전력 1로 열 4.1 생산
삼성전자, 태양광·ESS 결합한 에너지 서비스 구상
공동주택용 '키친핏' 개발…신축 아파트부터 공략

14일 찾은 제주시 도남동의 한 단독주택. 감나무 아래 놓인 검은색 실외기는 일반 에어컨 실외기보다 덩치가 컸다. 크기는 기존 에어컨 실외기의 약 1.5배. 하지만 이 실외기 한 대면 집 안에 설치된 에어컨 실내기 4대뿐 아니라 바닥 난방과 온수 공급까지 가능하다.
제주도와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이 주택에서 'EHS 올인원 히트펌프'의 성능을 실증하고 있다. EHS 올인원은 외부의 공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식히는 에어투에어 방식과 물을 데우는 에어투워터 방식을 하나의 실외기에 결합한 히트펌프 시스템이다. 에어컨과 보일러가 각각 필요했던 기존 주택과 달리 실외기 한 대로 냉방·난방·온수를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제품 설명을 위해 설치해 놓은 실외기 내부에는 압축기와 열교환기, 각종 제어기판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표순재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은 "한국은 여름철 냉방뿐 아니라 겨울철 바닥 난방과 연중 온수 사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 주거문화에 맞게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EHS 올인원의 핵심은 냉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버리지 않고 다시 이용한다는 점이다. 일반 에어컨은 실내에서 흡수한 열을 실외기를 통해 바깥으로 내보낸다. EHS 올인원은 이 열을 회수해 온수용 물을 데운다. 에어컨을 켜는 순간 냉방과 함께 온수도 만들기 시작하는 셈이다.
실증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측정된 여름철 성능계수(COP)는 4.1 수준이다. COP는 히트펌프가 소비한 전력에 비해 얼마나 많은 냉·난방 또는 급탕 에너지를 생산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COP 4.1은 전기에너지 1을 투입해 외부의 공기를 이용해 4.1만큼의 열에너지를 생산했다는 의미다. 전기에너지는 주로 압축기를 작동하는 데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처음 설치한 6월부터 9월까지 냉방과 급탕을 별도로 운전할 때보다 약 20%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실증 3개월 동안 확보한 여름철 운전 결과다. 연간 경제성과 성능을 판단하려면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 데이터까지 확인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외기온도 7도에서는 COP가 약 4, 영하 15도에서는 약 2.5로 낮아진다. 외부 공기에서 열을 끌어오는 히트펌프 특성상 기온이 떨어질수록 효율도 하락한다. 회사 측은 지난해 경기 양평에서 영하 15도 안팎의 날씨가 열흘가량 이어졌지만 난방 효율과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영하 25도에서도 난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치냉장고 크기로 줄여 아파트 공략주택 내부 계단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가자 실외기보다 복잡한 설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하이드로유닛 주변으로 붉은색과 푸른색 보온재를 두른 배관이 천장과 벽을 따라 이어졌다. 옆에는 난방용 축열조와 온수용 축열조가 각각 자리 잡고 있었다.
하이드로유닛은 실외기에서 전달받은 열로 물을 데우고 이를 난방 배관과 온수 축열조에 보내는 장치다. 하이드로유닛의 외부 화면에는 온수 탱크 온도 46.5도, 난방 설정온도 24.5도가 표시돼 있었다. 여름철인 현재는 바닥 난방을 가동하지 않고 냉방과 온수 공급만 하고 있다.

복잡한 배관과 두 개의 축열조는 단독주택 실증설비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기존 주택에 설치하려면 실외기 자리뿐 아니라 하이드로유닛, 축열조와 수배관을 놓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택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에서는 실증 주택과 같은 지하 기계실을 확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공동주택용 제품을 별도로 개발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하이드로유닛과 축열조를 합쳐 김치냉장고 정도 크기로 줄인 '키친핏' 형태의 제품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냉장고 옆이나 주방 수납공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설비를 소형화하는 방식이다. 주택 면적과 난방·온수 수요에 따라 제품 용량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아파트에 적용하려면 배관과 설비공간을 새로 확보해야 해 구축 공동주택보다는 신축 아파트가 우선 공략 대상이다.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실외기와 하이드로유닛, 축열조 위치를 반영해야 설치비와 공간 문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ESS 결합…"전기요금 0원도 가능"도남동 실증주택에는 3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히트펌프 운전에 사용하면 전력망에서 구매하는 전기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택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히트펌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가정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전력이 저렴하거나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ESS에 전기를 저장하거나 축열조의 물을 미리 데워두고, 전력 가격이 높은 시간에는 저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향후 가정에서 남은 전력을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거래 제도까지 결합하면 전기요금 부담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추는 모델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ESS 가격, 시간대별 전기요금제와 잉여전력 거래제도, 태양광 발전량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장기적인 사업모델이다.
제주 실증 주택은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 무대다. 정부는 난방의 전기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히트펌프 가격이 여전히 비싸고 국내 주택 구조상 설치가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실증 주택에 설치된 삼성전자 제품의 가격은 약 2000만원(설치비 포함)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에어컨과 히트펌프를 별도 설치할 경우 예상 비용인 2300만원보다 300만원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기존 보일러 대비해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틀림없다. 히트펌프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히트펌프 설치 비용의 약 70%를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향후 생산량이 늘어나면 제품 가격을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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