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평에 반도체부터 올렸다, 시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광주녹색당 2026. 9. 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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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250만 평의 쓰임이 한 달 만에 정해졌고, 두 달 만에 군공항이 옮겨 갈 후보지까지 정해졌다.

다만 무안국제공항과 군공항이 함께 자리할 경우 공역 운용과 조류 충돌 방지, 재난 대응체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자료가 충분히 공개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사안이 단순히 250만 평의 용도를 산업시설이냐, 숲이냐로 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와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 계획 추진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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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반도체 산단 입지·군공항 이전지까지 속전속결, 공론장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아

[광주녹색당]

▲ 전남녹색당의 반도체 산단 및 송전탑 반대 현수막 광주녹색당 뿐만아니라 전남녹색당에서도 전남 읍면동을 돌아다니며 직접 현수막을 게첩했다. “쌀 먹고 살지 반도체 먹고 사냐, 농업용수 앗아가는 반도체산단 반대한다” “농촌은 전기생산지가 아니다. 생명들의 터전이다” 농민들이 많이 사는 전남에 반도체산단 건설 강행은 터전을 위협하는 국가폭력이다.
ⓒ 전남녹색당
광주 군공항 250만 평의 쓰임이 한 달 만에 정해졌고, 두 달 만에 군공항이 옮겨 갈 후보지까지 정해졌다. 부지의 쓰임을 시민에게 묻는 별도의 공론 절차는 지금까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물과 전력, 농지와 하늘길, 앞으로 수십 년의 지역 재정이 한 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배분되는 동안 시민은 통보만 받았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서남권에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 4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7월 6일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가 입지로 결정됐고, 7월 29일 국토교통부는 이 부지 약 250만 평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발표 한 달 만이었다.

8월 10일에는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고, 8월 25일 국무회의는 전력·용수 인프라를 포함한 27건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의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예타를 면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별도의 타당성조사까지 생략하겠다고 보고했다.

8월 28일에는 179명이 목숨을 잃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최종 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안군 망운면 일대가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됐다. 거기에 더해 정부는 인근 부지의 추가 지정을 검토하고, 통상 8∼9년 걸리는 국가산단 절차를 4년 안팎으로 압축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250만 평도 확정된 규모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요를 반영해 우선 지정한 면적일 뿐이어서 정부는 후보지 추가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것을 따져볼 절차가 먼저 사라지고 있다.

동복댐 높이면 화순 적벽 잠길 수도, 가뭄 때 반도체 먼저 물 공급?

팹 4기와 협력기업을 가동하는 데는 하루 65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가운데 30만 톤을 동복댐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존 여유량 5만 톤에 더해 댐 증고를 통해 25만 톤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복댐은 1985년 건설된 용수 전용 댐으로, 지금 광주에 하루 27만 톤을 공급하는 주요 식수원이다.

30만 톤은 동복댐이 현재 광주에 공급하는 하루 27만 톤보다 많은 양이며, 증고 과정에서는 상류 마을의 추가 수몰과 이주, 생태·경관 훼손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후부가 2025년 수립한 영산강·섬진강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2030년 50년 빈도의 가뭄이 발생할 경우 영산강 권역의 생활·공업용수가 연간 7140만 톤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용수도 산업으로 넘어간다. 정부는 영산강 하천수를 하류 농경지에 대체 공급하고, 그만큼 확보되는 나주호 물 하루 10만 톤을 산업용수로 돌릴 계획이다. 나주댐의 하루 평균 용수 공급량 약 29만8000톤에 견주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라남도연합회는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농업용 저수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용수 공급 구상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지방정부와 농민·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나주호 물을 산업용수로 돌리면서 부족해질 농업용수를 메우기 위한 '신북지구 농업용수 공급사업'까지 예타를 면제했다. 물을 빼는 사업도, 그 구멍을 메우는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뛴 것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처리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7년 예산안에 공공폐수 처리시설 예산 85억 원이 반영됐을 뿐이다.
 전남녹색당의 반도체 산단 및 송전탑 반대 현수막
ⓒ 전남녹색당
전력도 다르지 않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는 6.3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한빛원전의 계속운전도 반도체 전력 확보와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한빛 1호기는 지난해 12월 설계수명 40년이 끝나 가동을 멈췄고, 2호기도 지난 11일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두 호기의 10년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해 두었다.

지난 7월 정부와 여당은 서남권 반도체 투자에 따른 기저전력 확보를 이유로 여기에 합의했다. 팹의 전력 수요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명분이 된 것이다. 산단 안에 LNG 열병합발전소를 짓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남에서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2025년 한 해에만 82회 시행됐다.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무탄소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넘치는 시간대의 전기를 저장하고 계통을 보강해 이미 있는 수요부터 탈탄소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러고도 감당할 수 없는 수요를 새로 만드는 일이 나중이다. 지금은 신규 대기업 수요를 먼저 세워 두고 원전과 LNG로 그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이것은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에너지 전용이다.

1년 8개월째 제자리걸음인 진상규명, 무안에 광주공항 이전?

이전 후보지로 지목된 무안은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곳이다. 179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의 최종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공개된 것은 예비보고서뿐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산단 조성 일정과 맞물려 군공항 이전 절차는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무안국제공항과 군공항이 함께 자리할 경우 공역 운용과 조류 충돌 방지, 재난 대응체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자료가 충분히 공개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군공항 이전은 수십 년간 소음 피해를 견뎌온 광산구 주민의 오랜 요구였다. 그러나 지금 구조에서는 이전 부지가 산단 일정에 맞춰 정해지고, 무안의 안전 검증은 그 일정에 밀리며, 광산구 주민의 숙원은 대기업 투자 계획의 성패에 묶인다. 주민의 건강권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 종속되는 이 구조야말로 문제다.

800조 원은 정부 예산도, 확정된 지역 투자액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장기 투자계획일 뿐이며,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계획도 바뀔 소지가 다분하다. 반면 공공의 부담은 이미 확정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 2027년부터 4년간 6조 원을 지원할 방침이고, 2027년 예산안에는 동복댐 증축을 비롯한 호남권 용수공급 사업비 1196억 원이 반영됐다.

그러나 지역 채용 규모와 고용 형태, 지방세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지역에 무엇이 남는지 밝히지 않은 채 추진되는 사업을 '지역균형발전'이라 부를 수는 없다.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도 물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직업병을 인정받기까지 노동자들이 얼마나 오래 싸워야 했는지, 대규모 공사 현장의 하청 노동이 어떤 조건에 놓여 왔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 사업은 이 나라가 소비할 토지와 물과 전력의 총량을 늘린다. 호남은 그 증가분을 떠안는 자리다. 문제는 어디에 짓느냐가 아니라, 끝없는 생산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경제가 지속 가능한가이다.

정희진 선생은 <녹색평론> 2026년 봄호(193호) '식민지의 유산, 서울의 제국주의'에서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추격 발전주의와 무한 경제성장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이 메가프로젝트를 바라보면서 이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성장은 언제나 어딘가의 물과 땅과 에너지를 끌어다 쓰며, 그 한계는 이미 기후위기와 반복되는 가뭄으로 우리 앞에 와 있다. 생태적 한계와 지역의 동의를 고려하지 않은 성장은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남긴다.
 지난 7월 말,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와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한 전국 대행진의 광주구간에 광주와 전남의 지역민들이 함께했다. 전남과 광주는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에 전기를 대기 위해 송변전선로 및 송전탑이 세워질 뿐만 아니라 광주반도체 국가산단을 위해 추가로 전기를 보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역을 파괴시킬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도 하지 못하는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를 규탄한다.
ⓒ 핵없는세상광주전남
지금이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시민이 결정하는 공론장부터

다행히 지역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동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녹색당을 비롯해 이대로 광주 군공항 부지에 반도체 산단이 들어서면 안 된다며, 이 공적 공간의 쓰임을 시민이 처음부터 다시 선택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이 사안이 단순히 250만 평의 용도를 산업시설이냐, 숲이냐로 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와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쪽은 하나의 산업과 두 개의 기업, 세계 반도체 경기에 지역 전체를 거는 길이다. 팹이 들어서면 지역의 물과 전기와 재정이 그곳을 향해 배분되고, 팹이 흔들리면 지역도 함께 흔들린다. 다른 길은 지역이 스스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한다.

돌봄과 의료, 주거와 먹거리는 사람이 사는 한 사라지지 않는 일이다. 지금은 비용으로만 취급되지만 공공이 제대로 감당하면 그 자체가 안정된 고용이 된다. 여기에 지역의 농업과 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면 된다.

호남의 재생에너지가 대기업 팹이 아니라 지역의 전기요금과 일자리로 돌아오고, 농지와 물이 식량을 지키는 데 먼저 쓰이는 구조다. 앞서 말한 6조 원의 정부 지원 재원도 그때는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다. 무엇을 지을지는 시민이 정해야 하며, 정부와 지방정부는 그 결정을 위한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 계획 추진을 멈춰야 한다. 검증을 건너뛰기 위한 모든 장치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메가특구특별법 추진을 중단하고, 전력·용수 인프라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무안공항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대책을 군공항 이전보다 앞세우고, 이전 절차를 산단 일정에서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광산구 주민의 군소음 피해보상은 산단과 무관하게 국가의 책임으로 즉시 이행해야 한다.

국가산단 최종 지정도, 착공도, 무안의 주민투표도 아직 남아 있다. 지금이야말로 방향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말 국민과 지역민을 위한다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과 무안 주민, 농업용수를 지키려는 농민, 동복댐 상류와 송전 경과지의 주민, 그리고 이 계획에 물음을 던지는 모든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광주의 미래는 더 큰 공장과 더 많은 생산량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지역의 생태적 한계를 중심에 놓는 전환에서 시작돼야 한다.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한 전국 대행진의 광주구간에 등장한 손피켓
ⓒ 손어진

덧붙이는 글 | 열망을 현실로 만드는 풀뿌리 정치, 광주녹색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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