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흔들려도 주문은 탄탄…AI 속도조절론에도 삼성·SK HBM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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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속도조절론이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열기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도 경계감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일 경우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수요가 둔화하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에이전틱 AI 확산과 지속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하반기 서버 D램과 HBM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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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추가 공급 요청 지속"…삼성도 하반기 공급 제약 전망
2027년 HBM 공급 50% 늘어도 수요 못 따라가, 빅테크 CAPEX가 변수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열기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도 경계감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실제 HBM 주문과 공급 상황은 주가 흐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최근 시장 불안이 업황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05% 하락한 24만9000원, SK하이닉스는 6.35% 떨어진 16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도 3.26% 하락했다. 15일 종가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보다 0.2% 하락한 24만8500원, SK하이닉스는 0.53% 떨어진 168만8000원을 기록했다.
최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AI 기술 발전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도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다만 국내 증시 하락에는 AI 관련 우려뿐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금리 급등 등 거시경제 변수도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 증권사의 분석이다.
AI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배경에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AI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일 경우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수요가 둔화하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HBM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핵심 메모리인 만큼 그동안 AI 투자 확대의 대표적인 수혜 제품으로 꼽혀왔다. AI 산업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질 경우 HBM 역시 영향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 시장 전망은 아직 HBM 수요 둔화보다 공급 부족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7년 HBM 비트 출하량이 올해보다 50~6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늘어난 공급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HBM 제조사의 가격 협상력도 이어지고, HBM 가격 역시 상당 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2027년 HBM 공급 협상에서도 가격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D램 가격까지 오르면서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제한된 생산능력을 HBM에 배분하기 위한 수익성 확보 필요성도 커졌다. 트렌드포스는 HBM 공급사들이 2027년 계약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투자 자체도 아직 꺾이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설비투자(CAPEX)가 올해 전년보다 98% 증가한 데 이어 2027년에도 5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놓은 시장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고객들의 추가 공급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당시 "주요 전략 고객을 포함해 약 10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으며, 다른 주요 고객과도 다년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도 2분기부터 양산 출하를 시작해 하반기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가 공급 능력을 넘어서는 시장 환경이라고 진단하며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에이전틱 AI 확산과 지속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하반기 서버 D램과 HBM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확대에도 메모리 시장의 공급 제약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4 공급을 본격화한 데 이어 지난 5월 주요 글로벌 고객사에 HBM4E 샘플 출하를 시작하는 등 공급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의 주가 조정을 곧바로 HBM 업황의 피크아웃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객 주문과 생산 계획에서는 AI 투자 둔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AI 업계에서 제기된 속도조절론이 실제 투자 축소로 번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 CAPEX를 낮추거나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주문을 조정할 경우 일정한 시차를 두고 HBM 주문량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식시장이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먼저 반영한 반면, HBM 시장에서는 고객사의 물량 확보와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빅테크의 실제 투자 계획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두 흐름이 다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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