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놈 무조건 충격 받는다…찹쌀떡 같은 ‘강해영 생고기’ 맛
강해영 백끼⑩ 총정리

‘강해영’이라는 지역이 있다. 전남광주의 남서쪽 끄트머리 강진·해남·영암 세 고장을 합쳐 이렇게 부른다. 강해영은 의미 있는 이름이다. 지역 관광 활성화와 지방 소멸 극복을 위해 세 고장이 구축한 공동 관광 브랜드여서다.
강해영으로 합쳐 세 지역을 보면, 가볼 곳도 많지만 먹을 것이 더 많다. 남도 음식의 정수가 강해영에 모였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한정식부터 낙지·짱뚱어 같은 갯것에 한우까지 산해진미가 넘쳐난다.
week&이 지난해부터 ‘강해영 백끼’를 연재한 것도 강해영의 대표 콘텐트인 맛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강해영 백끼를 위해 week&은 세 고장의 문화관광재단과 함께 맛집 100곳(강진 32곳, 해남 35곳, 영암 33곳)을 선정했고, 1년에 걸쳐 100곳 모두를 취재했다.
강해영 맛집 100곳은 강해영의 음식 문화와 전통 식재료를 고려해 9개 주제로 나눴다. 밥상, 별미, 갯것, 한우, 막걸리, 석쇠불고기, 디저트와 음료, 자연식, 발효와 숙성, 이렇게 9개다. 이 100곳에는 식당은 물론이고, 양조장에 전통 장(醬) 명가도 있다.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기억해야 할 강해영의 맛을 되짚었다. 『강해영 백끼』는 책자로도 발간했다. 강해영의 주요 관광지에서 구할 수 있다.
남도 백반의 본고장

강해영 백끼의 첫 주제는 ‘밥상’이었다. 밥상은 백반과 한정식을 아우르는 남도 음식 문화의 열쇳말이다. 강해영 백끼 취재에 동행한 박찬일 셰프는 “우리가 강해영의 미식을 생각할 때 첫손가락으로 꼽는 것이 바로 백반, 남도 밥상”이라며 “곡창 지대와 서해와 남해를 낀 덕분에 풍성한 밥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강진에 유서 깊은 한정식집이 많다. 청자골한정식·예향·다강한정식 등이 대를 이어 강진 한정식을 내는 대표 식당이다. 이들 식당에서 한정식을 주문하면, 스무 가지가 넘는 음식이 상을 가득 채운다. 강해영에선 헐한 백반집도 10개 넘는 반찬이 깔린다.

강진군 병영면에는 석쇠 불고기 전문 식당이 모여 있다. 조선 시대 전라병영성이 설치됐던 병영의 전통이 음식으로 내려왔다. 연탄불에 구운 돼지고기도 맛있지만, 돼지고기가 없어도 밥그릇을 비울 수 있을 정도로 밥상이 푸짐하다. 홍어삼합, 굴비 구이, 토하젓 같은 비싼 음식이 반찬으로 나온다.
해남과 영암에도 직화 불고기 명가가 있다. 떡갈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해남의 천일식당은 1924년 개업한 백년명가로, 남도 인심처럼 푸짐한 밥상을 예나 지금이나 차려준다. 한우 갈빗살로 만든 떡갈비를 숯불에 구워서 내주고, 스무 가지가 넘는 반찬도 내준다. 영암 ‘선일식육식당’은 연탄돼지불고기를 주문하면 한우 생고기가 밑반찬과 함께 놓인다.
가성비 압도적인 한우

강해영을 여행하면 한우도 꼭 먹어봐야 한다. 강해영 세 고장이 키우는 한우를 다 합하면 15만두가 넘는다. 강진은 ‘착한한우’, 해남은 ‘땅끝한우’, 영암은 ‘매력한우’ 등 저마다 한우 브랜드도 있다. 특히 해남 축협은 암소만 취급한다. 암소는 거세우(수소)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
도시에서 내려온 관광객은 강해영 고깃집에서 충격을 받는다. 1+ 이상 등급의 한우 가격에 놀라서다. 살치살·갈빗살 같은 고급 부위의 150g 가격이 3만5000~4만원 수준이다. 대도시 도매 가격과 비슷하다.
강해영에선 생고기를 즐겨 먹는다. 생고기는 당일 도축한 고기만 먹을 수 있는데, 강해영이 한우 산지여서 당일 공급에 문제가 없다. 생고기는 육회와 달리 넓적하게 썰어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고소할 뿐더러 찹쌀떡처럼 차진 식감이 일품이다. 소를 사육하고 유통하는 축산업자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도 많다. 이런 식당은 고기가 신선할 뿐더러 일단 믿을 수 있다.


강해영은 해산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영암 독천낙지는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1970~80년대 간척사업으로 갯벌 대부분이 농지로 변했지만,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에선 여전히 낙지 전문 식당 약 15곳이 성업 중이다. 다진 산낙지를 참기름에 버무려 먹는 ‘낙지탕탕이’, 갈비탕에 낙지를 넣은 ‘갈낙탕’, 나무 꼬챙이에 낙지를 돌돌 만 뒤 구워 먹는 ‘낙지호롱’ 등 온갖 낙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짱뚱어도 빠뜨릴 수 없다. 강해영에는 짱뚱어탕 파는 집이 즐비한데, 개중에 짱뚱어회를 하는 집도 있다. 짱뚱어를 회로도 먹나 싶지만, 일단 먹어보면 고소하고 잡내도 일절 없다. 강해영에선 겨울에 삼치회, 여름에 갯장어 샤부샤부를 계절 별미로 즐긴다. 도시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제철 식재료다.

고구마빵, 무화과빙수…특산물의 변신

강해영의 음식은 같은 듯 다르다. 세 고장이 ‘별미’로 내세우는 메뉴를 보면 차이점이 보인다. 해남은 예부터 토종닭 코스 요리가 유명했다. 해남읍에서 두륜산 넘어가는 길목 ‘돌고개’에 닭 코스 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식당마다 메뉴가 조금씩 다르지만, 코스 요리 순서는 대동소이하다.
먼저 가슴살·모래집 등을 육회로 맛본다. 일종의 애피타이저다. 다음으로 씹는 맛이 좋은 닭구이와 매콤한 양념의 주물럭이 나온다. 이어 백숙을 먹은 뒤 닭죽으로 마무리한다.
강진은 군청에서 개발한 보양식 ‘회춘탕’의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 강진군에서 6개 식당이 회춘탕을 파는데 레시피가 동일하다. 토종닭·문어·전복 등에 온갖 약재를 넣고 푹 고아서 내준다. 보약이 따로 없다.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업단지의 퇴근 시간 풍경은 독특하다. 온갖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동남아의 어느 도시 같다. 이들을 상대하는 지구촌 음식을 삼호읍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베트남과 태국 식당은 서울 같은 대도시보다 훨씬 싼 데다 맛도 현지식에 가깝다.

밥보다 디저트에 진심인 사람도 강해영 맛 기행이 즐겁다. 특산물을 활용한 이색 간식이 많아서다. 갓 캐낸 고구마를 똑 닮은 ‘해남 고구마빵(피낭시에)’, 특급호텔 빙수 뺨치는 ‘영암 무화과빙수(카페무화)’ 같은 별미를 찾아 먹는 재미가 각별하다. 강진 월출산 자락의 차밭에서는 100년 가까운 역사의 명품 녹차인 ‘백운옥판차’를 맛볼 수 있다. 해남 대흥사 어귀에 자리한 100년 여관 ‘유선관’의 ‘카페유선’도 그윽한 풍광과 차를 즐기기에 좋다.
■ 즙장·어란·막걸리… 강해영의 명인들
「 강해영에는 국가가 인정한 전통식품 명인이 여럿 있다. 수십 년을 넘어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의 맛을 경험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셰프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암은 예부터 어란이 유명했다. 어란은 참숭어 알을 발라 염장한 뒤 참기름을 바르며 3~6개월 건조해야 하는 까다롭고도 귀한 음식이다. 조선 시대에는 남도의 대표적인 진상품이었다. 영암에는 200년 넘게 대를 이어 어란을 만들어 온 명가가 두 곳 있다. 두 명가 모두 해양수산부 지정 명인을 배출했다. 1999년 국내 제1호 수산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영암어란’의 고(故) 김광자 명인과 지난해 제16호 수산식품 명인에 오른 ‘전통영암어란’의 최태근 명인이다.
강진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백정자 명인은 2015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5호로 지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즙장(汁醬) 부문 유일한 명인이다. 즙장은 메주와 간장에 오이·가지 같은 채소를 넣고 7~8일 발효한 전통 장이다. 백 명인이 만든 된장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한 윤나라 셰프가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진 ‘병영양조장’은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술도가다. 이 양조장의 고 김견식 명인이 2014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1호로 지정됐다. 병영 막걸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만찬에도 쓰였다. 지금은 명인의 자녀가 명맥을 잇고 있다.
」
강진·해남·영암=손민호·최승표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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