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직장인 57% “AI가 쓴 글, 내가 썼다고 속였다”…직장에 번진 ‘AI 불신’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직장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동료 간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직장인 절반 이상은 AI가 만든 콘텐트를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속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생성형 AI 도입이 확산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명확한 사용 기준이 부족해 직장 내 불신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KPMG가 직장인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AI가 생성한 콘텐트를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속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장인 3만명 가운데 약 40%가 회사에서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도 몰래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사용을 숨기는 배경에는 AI를 활용하는 사람은 게으르거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있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AI 활용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동료의 AI 사용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동료가 AI를 사용했는지를 정확히 알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고서의 문체나 문장 길이 등을 보고 AI 사용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 실제 식별 정확도는 50~54%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추측에 가까운 판단으로 동료를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대응이 AI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AI에 맡겨도 되는 업무와 직접 해야 하는 업무,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 활용 방식 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회사가 많다는 것이다.
WSJ은 이런 불신을 줄이려면 기업이 직원들의 실제 AI 활용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익명 설문 등을 통해 사용 현황을 조사하고 직급별 직원들이 AI 활용 방식을 논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I 사용이 허용되는 영역과 금지되는 영역, 판단이 모호한 영역을 구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회사의 AI 활용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AI 사용을 숨기고 서로 의심하는 악순환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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