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에릭 오 “AI로 예술 흉내 내지만… 창작자 인간의 깊이는 사라지지 않아”

유경진 2026. 9. 1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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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술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죠.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깊이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픽사 애니메이터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에릭 오(42)는 창작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창작자의 세계관과 역량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AI가 인간의 표현까지 능숙하게 모방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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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방송·문화]
미국 픽사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U+ 일상비일상의틈 개관전 참여
“작품에 담긴 삶 이야기 발견하길”
픽사 애니메이터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에릭 오. 그는 “AI를 쓸수록 운전자(창작자)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운전자에게 비전이 없으면 그냥 휩쓸려 간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제공

“누구나 예술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죠.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깊이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대에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픽사 애니메이터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에릭 오(42)는 창작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창작자의 세계관과 역량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일상비일상의틈에서 만난 그는 “이제 누구나 예술을 흉내 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럴수록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창작자의 깊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창작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작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는 결국 창작자의 몫이라는 이유에서다.

에릭 오는 기술 자체를 경계하기보다는 어떤 목적을 갖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역시 AI를 쓰되 작업 초기 단계에 정보 수집이나 브레인스토밍 용도로 사용할 뿐 실제 창작은 직접 한다.

그는 창작자를 운전자에 빗대 “AI를 쓰면 쓸수록 운전자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며 “운전자에게 어느 이상의 눈과 비전이 없으면 그냥 휩쓸려 간다”고 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도구라도 이를 다루는 창작자에게 뚜렷한 방향과 시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AI가 인간의 표현까지 능숙하게 모방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릭 오는 ‘인간다움’을 거창한 능력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그냥 살아 있다는 것 자체”라며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숨을 쉬고 즐기고 감정을 느낀다. AI가 인간인 척 할 수 있지만 결국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만든 작품과 AI의 결과물을 구별하기 어려워질수록 완성된 결과보다 창작 과정 자체에 더 눈길이 갈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고민은 16일 재개관하는 LG유플러스의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의 개관전 ‘서클 오브 그로스(Circle of Growth)’에서도 엿볼 수 있다. ‘AI 시대, 인간다움을 묻는 네 개의 시선’을 주제로 에릭 오와 남민오·상희·김도은 등이 참여한다. 에릭 오는 대표작 ‘오페라’ ‘만찬’ ‘저울’을 비롯해 국내에서 처음 공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메타모더니티’의 연작을 선보인다.

AI 시대를 다루는 전시라는 점과 대조적으로 그의 작품은 수작업으로 빚어졌다. 특히 ‘메타모더니티’는 1초의 움직임을 12장의 그림으로 구현하는 전통적인 수작업 애니메이팅 방식으로 제작됐다.

에릭 오는 관객들이 작품의 시각적 요소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품을 보다가 ‘잠깐, 이거 우리 인생 얘기네’라고 느낀다면 기쁠 것 같아요. 바쁜 인생에서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와 삶을 환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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