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의 초입 ‘고용의 역설’…일자리 늘었는데 20대는 줄었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자리를 빠르게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AI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의 취업자는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20대는 예외였다. AI 확산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AI가 단순 업무를 일부 대신하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이 밀려나는 ‘고용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15일 ‘2026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AI와 지역 노동시장’ 보고서 내용이다. 생성 AI가 본격 확산한 2023년 이후 3년간 관련 산업에 노출이 많이 되는 직종의 취업자는 24만7000명 증가했다. 물음에 답하는 것(생성 AI)을 넘어 스스로 해법을 찾는 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 취업자는 2025년 한 해 10만5000명 늘었다. AI가 직업 전체를 대체하기보다 업무 일부를 자동화하고, 기업들이 이를 정보처리 능력 향상과 시장 확대에 활용하면서 일자리 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조사 대상인 15~59세 가운데 20대에서는 생성·에이전틱 AI 고노출 직업 취업자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서 감소했다. AI 확산으로 전문성과 경험, 연륜, 사회적 역량을 갖춘 인력 수요가 커졌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은 이런 조건을 갖추기 어려운 탓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엄상민 경희대 교수가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도 AI 도입은 전체 고용 규모를 줄이지 않았지만 29세 이하 청년 고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I 고노출 직업의 고용 증가분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생성 AI 증가분의 80.8%(19만9000명), 에이전틱 AI 증가분의 88.3%(9만3000명)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지식서비스업 종사자의 71.9%, 반도체 제조업의 74.4%가 이미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다. AI 투자와 숙련 인력이 결합할수록 지역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피지컬 AI가 확산하면 제조·운수·숙박음식업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의 고용 충격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개회사에서 19세기 말 공장의 동력원을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바꾼 산업용 발전기 ‘다이너모(Dynamo)’ 사례를 들며 AI 역시 기술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기가 도입됐지만 공장 구조를 전기에 맞게 재설계한 뒤에야 생산성이 본격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조직, 제도 측면에서 ‘보완적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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