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두고 상대방의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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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부터 로맨틱하다. 신랑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마이크(마무두 아티)와 결혼 연설문을 쓸 요량으로 만난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밤 엠마와 찰리는 마이크와 레이첼(알레나 하임)부부와 식사 자리를 갖던 중 최악의 과거를 고백하는 일을 벌인다.
찰리가 받는 심리적 압박은 직장 동료와 불미스러운 일까지 몰고 갔으며, 연쇄적 사건이 결혼식에서 터져 엉망진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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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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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 |
| ⓒ TEO, sunlovetour, 워터홀컴퍼니㈜ |
카페 창가에 앉아 독서 중인 엠마를 첫눈에 반해 고백하기까지 덜그럭거렸던 풋풋함, 첫 데이트의 찰리의 순수함, 한밤중 박물관에 몰래 들어가려다가 경보기가 울렸던 낭만적인 모멘트, 프러포즈로 이어진 반짝이던 순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초반의 로맨틱한 장면은 엠마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벌어질 감정 크레센도를 위한 장치다. 달콤하고 로맨틱한 만큼 두 사람의 민낯이 확연히 드러난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밤 엠마와 찰리는 마이크와 레이첼(알레나 하임)부부와 식사 자리를 갖던 중 최악의 과거를 고백하는 일을 벌인다.
마이크는 옛 연인을 난폭한 개 앞에 떠밀었던 기억을 꺼냈고, 레이첼은 동네에서 조금 느린 친구를 옷장 속에 가두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흑역사를 들추며 가감없이 서로를 비난하던 중 엠마는 술김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만다.
15살 때 아빠의 총을 들고 학교에 갈 뻔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오래 따돌림을 당했고 우울증이 심했던 때였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치기 어린 광기였다고 고백했다. 이를 듣고 있던 레이첼은 사촌이 총기 사고의 희생자였다며 불같이 화를 냈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급격히 험악해진다. 과연 엠마는 과거를 들추지 말아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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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 |
| ⓒ TEO, sunlovetour, 워터홀컴퍼니㈜ |
미국 내 가장 민감한 논쟁거리인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화두에 두고 심각한 논쟁거리를 던진다. 한국에서는 신부의 과거사에 매몰되는 지질한 한 남자의 드라마로 보일지 몰라도 미국이라면 상황이 180도 다르다. 엠마는 아버지의 총을 들고 숲속에서 사격 연습, 총격 리스트 작성, 선언 영상 촬영 등 주도면밀하게 실행에 옮길 계획을 마쳤다. 그 과정에서 실수로 청력을 잃게 될 만큼 진심이었던 엠마의 분노는 한발 차이로 불발된다. 인근 지역에서 실제 총격 사건이 일어나면서 겁먹었기 때문. 혹시라도 앞선 일이 없었다면 실행했을지 모를,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맹점은 엠마가 나쁜 생각을 스스로 뉘우치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게 아니라, 타의로 인해 포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방구석에서 시뮬레이션만 돌리던 엠마가 실제 사건을 보고 겁을 먹고 자진해서 후퇴한 것이다. 이후 우연히 총기 반대 운동에 동참하게 되고,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되자, 아예 그 계획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해서 끝난 걸까?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찰리는 엠마가 언제라도 무의식의 폭력성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처음에는 괜찮은 척했지만 엠마의 작은 행동, 말투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서서히 무너진다. 찰리가 받는 심리적 압박은 직장 동료와 불미스러운 일까지 몰고 갔으며, 연쇄적 사건이 결혼식에서 터져 엉망진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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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더 드라마> 스틸컷 |
| ⓒ TEO, sunlovetour, 워터홀컴퍼니㈜ |
미국에서 총격 사건이란 꾸준히 반복되는 국가적 비극이다. 학교, 쇼핑몰, 대중교통 등 다수가 밀집된 지역에서 반복된다. 총이 허가된 나라인 만큼 무차별 총격은 미국 사회의 중범죄 중 하나이다.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초등학교로 확대된 사건은 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엠마의 생각은 그것만으로도 무거운 중죄일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엠마는 잠재적 용의자로 지목되었을지 모른다.
다만 영화는 찰리와 엠마의 속마음을 동시에 비추며 누구의 잘못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의 다양한 가능성도 열어둔다. 엠마는 지금 다른 사람으로 성장했으며 찰리 또한 완벽한 선인은 아님을 지적한다. 일상생활 중 언뜻 분노가 튀어나오는 순간이 비일비재하지만, 그것을 다스리는 것은 억누르는 자아와 강력한 사범 시스템의 처벌이다.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드라마틱한 일은 찾아 온다.
<더 드라마>는 단단한 사이에 믿음의 틈이 벌어지는 순간을 단순한 외도나 횡령이 아닌 미국적 소재를 끌어와 발칙하게 비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사랑에 빠져 이성을 잃어버린 모습부터 시작해 각성하고 무너지는 과정까지 보여준다. 그 균열을 부추기는 존재는 얄미운 레이첼이다. 풍부한 리액션을 보이는 레이첼의 언어, 표정, 행동은 내내 불편함을 유발하고 결혼식을 망치는 데 일조한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물음표가 끝까지 따라다닌다. 타인 앞에서 위선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사회현상을 풍자적 시선으로 그리는 데 탁월한 감독이다. <해시태그 시그네>로 자기혐오에 빠진 어설픈 관종이 결국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인플루언서를 주인공에 두었다. <드림 시나리오>를 통해서는 융의 정신분석 학점 관점에서 다뤘다. 밈, 인플루언서, 캔슬 컬처, 바이럴로 한순간에 달라지는 위상을 평범한 교수를 중심에 두고 코미디로 승화했다.
로버트 패틴슨과 젠데이아, 올해 두 배우는 <오디세이>에서 아테네와 안티노오스로 분한 것부터 시작해 <더 드라마>에서는 연인으로 분해 다채로운 감정을 표출했다. 개봉을 앞둔 <듄: 파트3>에서 다시 만나며 대세 배우임을 인증했다. 한 해에 세 작품으로 얼굴을 비추는 다작 행보에도 기시감이 들지 않는 캐릭터 해석력으로 스크린을 장악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아역으로 출발해 스타성으로 인지도를 넓혔고,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최고의 감독과 함께하는 대세 배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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