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5차발사]실패 고쳐 다시 우주로…누리호 탄 10개 큐브위성의 각양각색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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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의약품 결정을 만들고, 제주 바다의 해양쓰레기를 추적한다. 지구 가장자리를 스쳐온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로 대기를 들여다보고 레이저로 우주와 지상을 연결하는 실험도 한다.
누리호의 반복 발사는 이들에게 단순히 위성을 우주에 올려주는 기회를 넘어선다. 4차 발사의 시행착오를 안고 다시 누리호에 오르는 큐브위성들은 한국의 우주산업이 '한 번의 성공'에서 '반복하고 개선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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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의약품 결정을 만들고, 제주 바다의 해양쓰레기를 추적한다. 지구 가장자리를 스쳐온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로 대기를 들여다보고 레이저로 우주와 지상을 연결하는 실험도 한다.
다음 달 7일 발사되는 누리호 5차에는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함께 10기의 큐브위성이 오른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뿐 아니라 우주 스타트업과 지방자치단체까지 개발 주체도 다양하다. 작은 위성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기술과 아이디어를 우주에서 검증하는 '우주 실험실'인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한 번의 발사로 끝나지 않는 위성들이다. 앞선 누리호 발사에서 실제 우주환경을 경험한 기업들은 당시 확인한 문제를 고치거나 임무 난도를 높여 다시 우주로 향한다.
우주서 자라는 의약품 결정, 이번엔 AI가 살핀다
스페이스린텍의 'BEE-1012'는 우주에서 의약품 원료 물질의 결정을 성장시키는 실험을 수행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상보다 단백질 등의 결정을 균일하게 성장시킬 가능성이 있어 신약 개발과 의약품 생산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지난해 누리호 4차 발사에도 'BEE-1000'을 실었다. 초기 관제 문제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위성을 찾아 임무를 이어갔고, 우주에서 의약품 결정이 실제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우주에서 결정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고, 저희가 하고자 했던 목표의 80~90%는 달성했다"며 "추가로 위성 안에 넣었던 여러 장치의 구동시험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5차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BEE-1012에는 온보드 인공지능(AI)이 탑재된다. 위성이 지상과 교신하지 않는 동안에도 AI가 결정 성장 이미지를 분석해 결정이 언제부터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한다. 실험 진행 상황에 맞춰 위성 내부 장치를 제어하는 것도 목표다.
윤 대표는 "4차 발사 때는 하루 두 차례, 그것도 몇 분 동안만 관제가 가능해 결정 성장 데이터를 내려받아 사람이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며 "이번에는 AI가 자동으로 이미지를 판독하고 적절한 시점에 개입해 원하는 결정 성장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해양쓰레기 못 찍은 PERSAT01…실패 경험 싣고 재도전
쿼터니언의 'PERSAT02'도 두 번째 도전이다. 쿼터니언은 누리호 4차 발사에 PERSAT01을 탑재해 제주 주변 해양쓰레기와 해류 등을 관측하려 했다. 하지만 초기 교신 단계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위성 위치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당초 목표했던 해양쓰레기 영상 확보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당시의 실패 경험이 PERSAT02의 준비 과정에 반영됐다. 여러 국내 지상국과 함께 해외에도 위성 신호 수신을 요청하고 수신 모듈도 이중화했다. 발사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위성 위치를 확인하고 안정적으로 교신하기 위해서다.
함규식 쿼터니언 이사는 "지난번에는 위성을 찾는 데 9일 동안 굉장히 애를 먹었고 제주도 해양쓰레기 사진도 찍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여러 지상국을 확보하고 수신 모듈도 백업까지 준비해 초기 교신뿐 아니라 주 임무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함 이사는 반복되는 발사 경험 자체에 의미를 뒀다. 그는 "이런 경험을 쌓고 공유하면서 이번에는 더 잘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계속 경험을 많이 쌓다 보면 우리도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GPS로 대기 읽고, 레이저로 지상과 교신
나머지 큐브위성들도 저마다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오앤비스페이스의 'SLEDGE-1'은 GPS 신호를 대기관측에 활용한다. 지구 반대편 GPS 위성이 보낸 신호가 지구 가장자리의 대기를 스치면서 굴절되는 현상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위성이 궤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서로 다른 고도의 대기를 통과한 신호를 연속적으로 측정하면 대기의 수직 분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선대의 'CPSat-FM-001'은 우주 광통신에 도전한다. 발광다이오드(LED)와 레이저를 이용해 위성과 지상 사이에서 빛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시험한다. 연구진은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발사 후 약 2주부터 LED 신호 관측을 시도하고, 자세가 안정되면 3주 안팎부터 본격적인 광통신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이스앤빈의 'SD001'은 위성뿐 아니라 위성을 우주로 내보내는 장치도 시험대에 올린다. 회사가 개발한 16U급 큐브위성 사출관에는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이 위성으로 전달되는 것을 줄이는 진동저감 기술이 적용됐다. 스페이스앤빈은 이번 발사를 통해 국산 사출관과 관련 기술을 실제 우주환경에서 검증한다.
이 밖에도 대전광역시의 'DaejeonSat-1', 무인탐사연구소의 'UEL-Y_Sys.', 코스모웍스의 'JACK-007', KAIST의 'GBSAT-01', 항우연의 'E3T-TESTER-KARI-2' 등이 누리호에 오른다. 지구관측과 우주환경 측정, 국산 우주부품 검증 등 임무는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목표는 지상에서 개발한 기술이 실제 우주에서도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누리호의 반복 발사는 이들에게 단순히 위성을 우주에 올려주는 기회를 넘어선다. 한번 우주에서 부딪혀 본 문제를 다음 위성에서 고치고, 검증된 기술 위에 새로운 기술을 얹는 경험이 쌓이고 있어서다. 4차 발사의 시행착오를 안고 다시 누리호에 오르는 큐브위성들은 한국의 우주산업이 '한 번의 성공'에서 '반복하고 개선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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