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인간성과 수월성의 창달: AI 시대 대학의 비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9월3일자 아시아경제 사설의 제목은 '머리채 잡힌 교사, 국회가 답할 차례다'이다.
인성이 결코 완전치 않은 신입생의 대학유입은 당연하지만 그러한 초·중·고 시절을 보낸 학생들을 포함한 학생들의 인성과 능력을 대학이 인공지능(AI)시대와 함께 온전히 책임지고 사회의 지성인으로 길러내기 위한 각종 노력, 대학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와 당위를 다시 정의하며 교육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는 학생 수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성과 시민적 책임을 갖춘 능력 있는 전문인으로 성장시키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이며 대학은 그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AI시대 교육과 대학의 비전일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3일자 아시아경제 사설의 제목은 '머리채 잡힌 교사, 국회가 답할 차례다'이다. 서이초 교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며칠 전 청주에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과 발로 얼굴과 머리를 때리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르침을 존중하고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는 태도까지 낡은 가치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보며 처절히 무너진 교권과 학교체제를 이제 한번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초·중·고 교실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학습 및 생활지도가 학생의 반발과 학부모의 민원 앞에서 흔들린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학생의 권리는 존중돼야 하지만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녀의 잘못까지 무조건 감싼다면 아이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어렵다. 교권 추락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은 학교를 교육의 동반자로 존중하고, 학교는 책임과 배려, 공적 질서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청도 악성 민원 대응, 학부모 교육과 갈등 조정 등 교권 회복 방안을 시도해야 한다. 대학과 시민·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고 느끼는 학생들이 대학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인성이 결코 완전치 않은 신입생의 대학유입은 당연하지만 그러한 초·중·고 시절을 보낸 학생들을 포함한 학생들의 인성과 능력을 대학이 인공지능(AI)시대와 함께 온전히 책임지고 사회의 지성인으로 길러내기 위한 각종 노력, 대학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와 당위를 다시 정의하며 교육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인성과 능력은 한 개인을 특징짓는 매우 중요한 2가지 측면이다. 전문능력의 배양도 중요한 대학의 사명이지만 인성의 발달에 지성인으로 학생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대학의 책임도 무겁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는 학생 수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성과 시민적 책임을 갖춘 능력 있는 전문인으로 성장시키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이며 대학은 그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대학의 혁신 경쟁은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인력과 우수한 성과를 배출하느냐에 집중됐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연구의 수월성을 높이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AI 시대의 수월성은 소수의 뛰어난 개인이나 특정 학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복합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서로 다른 지식과 관점을 연결하는 협동심과 협업이 필요하다. 수월성의 창달은 어쩌면 융합하고 협력할 줄 아는 인간성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경이로운 업적을 내는 학자나 최근에 필자가 만난 4~5명의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마음으로 겸허히 학문에 매진한 학자들로 느껴진다. 순수한 마음에 착한 인간성을 가진 협업을 할 수 있는 학자가 줄기차게 20~30년을 하나의 주제에 헌신한 결과가 상의 수상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AI시대 자칫 사유하기를 꺼릴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인문사회계의 교육에서는 AI 사용을 금지하는 대학들도 있지만, 인문학을 일부 교양과목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학도는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을, 의학도는 생명윤리를, 경영학도는 사회적 책임을 공부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도 AI 소양을 갖춰야 한다. 배려와 정직성, 협업과 연구윤리를 모든 전공의 핵심 역량으로 삼아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대학은 학과로 존재해 왔지만 융합의 당위에 직면해 있고, 학생들의 전공선택 자유의 확대와 함께 자신이 커리큘럼을 설정해 졸업시의 주전공을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제는 학과보다 이슈와 현재의 문제가 대세이다. 현재 인간생활의 많은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서 융합연구를 창달해야 한다.
물리적 실험실의 존재와 동류의식 등으로 인해 존재하는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 교수간의 공동지도, 크레딧 배분의 윤리학, 특히 이공계 대학원의 (교수 개인의 실험실을 중심으로 형성된) 연구비 소비형태와 장비 및 인력의 공유적 운영을 토대로 한 대대적 협력기반의 융합연구로 현실의 문제를 전 세계적인 솔루션 방식으로 탐구해야 할 때가 왔다. 실험실마다 물리적·제도적 칸막이가 있어 연구자와 장비, 데이터가 자유롭게 오가기 어려운 현실로는 세상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현대의 탁월한 성과 이면에 수많은 공동연구자와 연구기관의 협력이 있다는 점은 AI가 있다 해도 연구를 혼자 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으며 협업이 필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협업은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 위에 단순하고 정직한 마음과 원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교수별 실험실을 공동연구와 장비 공유가 가능한 개방형 공간으로 바꾸고, 학과를 넘는 공동지도와 공동연구책임자 제도의 확대도 해봄 직하다. 정부도 논문과 특허, 연구비 성과를 합리적으로 배분할 기본 지침을 마련해 줄 때도 되었고 그 배경 아래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담대하고 거시적인 해법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참여자의 역할을 사전에 합의하고 기여도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연구자들은 크레딧을 빼앗길 불안 없이 융합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수월성 창달을 위한 각종 정부의 과제도 그러한 방식으로 선정하게 되면서 지표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BK21을 비롯한 대학원 지원사업도 학과와 분야 중심에서 국가·사회 문제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 첨단기술은 계속 지원하되, 공동연구 공간과 장비의 개방성, 학과간 공동지도, 공정한 성과 배분과 연구윤리도 평가해야 한다. 협업과 지성을 생애 전 주기에 걸쳐 기르는 기초연구 역시 지원해야 한다. 이는 기술 연구와 별개의 일이 아니라 수월성을 지속시키는 토대를 세우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대학의 이름과 기존 명성, 논문 수와 순위 등 외형적 지표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에서 살짝 벗어나야 한다. 인간성과 전문성을 결합한 교육을 얼마나 충실히 운영하는지, 학과와 실험실의 장벽을 얼마나 낮췄는지, 사회문제 해결에 얼마나 협력했는지를 평가해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많은 능력을 대신할 것이다. 그러나 판단하고 공감하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까지 기계에 맡길 수는 없다. 인간성과 수월성은 대립하지 않는다. 인간성을 갖춘 사람들이 협력할 때 진정한 수월성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AI시대 교육과 대학의 비전일 것이다. 인간성의 회복과 수월성의 창달이 동시에 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대학이 협업하고 정부의 수월성 기반의 각종 과제도 그러한 방향으로 지원돼 대학이 인성을 갖춘 능력자를 기르는 핵심 기지가 되도록 할 때다.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누구도 한동훈 못 이겨" 이하늘 발언에 韓 뜻밖의 한마디
- "250년 뒤 깨워줘" 2억원 베팅 냉동인간…깨우는 기술은 없다
- "살이 무섭게 빠지더라" 한달새 6㎏ 뺀 20대가 마운자로 끊은 이유
- 옷 벗겨진 여성 시신 잇따라…남아공 '8명의 죽음'에 연쇄살인 공포 확산
- "제발 좀 벗어줄래" 기어이 침대까지 오르더니…젊은층부터 달라진다는 美
- "아이유도 7시 오픈런해서 겨우 샀다"…SNS 입소문 난리에 대박난 광주 떡집
- "계좌에 1억 이상, 나보다도 부자네"…1년 새 2배 급증한 꼬마주주들, 뭐 샀나보니
- "승리는 승리다" 하이록스 경기 중 '실수'하고도 우승한 호주 선수 두고 中서 위생 논란
- "이번에도 월급 올랐네요"…요즘 전문직 안 부럽다는 '이 알바', 日서 몸값 오른 까닭
- "돈 열심히 벌어도 못 사 먹어요"…3년 만에 결국 '뚝' 꺾인 한우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