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원한 것 아니고, 내 혼자”…‘여론조사 대납’ 새 증거

조문규 2026. 9. 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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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시내버스 파업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오 시장에게 유리한 증거가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납 당사자로 지목된 사업가 김한정씨 측은 최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에 자신과 명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냈다.

이 녹음 파일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 않은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통화 시점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후 안철수 당시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던 3월 6일과 13일이다.

녹음에 따르면 김씨는 명씨에게 “‘프로테이지(여론 지지율) 잘 나오게 하겠습니다’ 해서 나는 뭐 니 얘기 듣고 했는데, 그 결과가 그래 안 되고”라고 말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게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는 김씨의 항의성 취지 발언이다.

김씨는 또 “이 양반 돕고 싶어서 내가 일을 했잖아”, “거기서 원해,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가 한 여론조사가 오 시장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김씨 측은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또 “나는 형님(김씨)하고 오 시장하고의 관계를 잘 몰랐으니까”, “오 시장이 (김씨를) 직접 소개시켜준 게 아니다”, “오 시장 관계없이 형님하고, 형님이 그래 도와주고 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 측은 이 녹음파일을 토대로 공소 사실이 전제부터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씨 측은 해당 녹음 파일이 지난 7월 1심 판결 선고 뒤 제주도 별장에 있던 옛 휴대폰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16일 이 증거를 실제로 재판에 활용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시청에서 열린 시내버스 파업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조형우)는 지난 7월 22일 오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과 2100만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오 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10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비서실장이던 강 전 부시장을 통해 후원자 김씨에게 조사 비용 3300만원 상당을 대납시킨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오 시장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 5건을 의뢰했고, 이에 따라 김씨가 21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명씨 측에 대납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국민의힘 내 후보 경선 상대였던 나경원 의원에 앞서는 결과를 기대하며 표본 선정 등에 관여한 점도 인정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이미 취임하거나 임용된 경우 퇴직해야 한다.

오 시장 측은 지난달 21일 항소심 1차 공판기일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1심 판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후원자 김씨에게 비용을 대납시킨 적도 없다”며 “김씨가 명씨에게 돈을 준 사실조차 재판에 와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은) ‘오 시장이 명씨를 만난 적이 있다’, ‘명씨가 오 시장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에게 돈을 줬다’는 객관적 사실 몇 가지에 막연한 추측을 더 했다”며 원심이 이를 일부나마 사실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강 전 부시장과 김씨 측 또한 특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오 시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만나 “실체적 진실을 밝혀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명태균 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2일 오 시장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명태균이라는 사람은 자기 과시를 위해 말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라며 “명태균씨의 말을 신뢰한 적이 없고 여론조사를 맡긴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명씨가 무슨 돈으로 여론조사를 하는지 들은 적 있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들어본 적도 없고,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도 사전에 안 적이 없다”고 답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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