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 국가적 망신?…BIS “한국, 극단 사례” 경고

박세환 2026. 9. 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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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의 폭등과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가 나왔다.

15일 BIS가 공개한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중반 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예를 들어 '2배 레버리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10%에 가까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다.

BIS는 한국 시장의 특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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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부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의 폭등과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가 나왔다. BIS는 전 세계 증시를 분석하면서 한국을 레버리지 투자가 집중된 ‘극단적인 사례’로 따로 소개했다.

15일 BIS가 공개한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중반 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6월에는 38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약 1년 만에 최소 380배가 된 것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오른 만큼 그대로 수익을 내는 일반 상품과 다르다. 예를 들어 ‘2배 레버리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10%에 가까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다. 반대로 주가가 5% 떨어지면 손실도 10%로 커진다.

문제는 이 상품들이 주가 흐름을 따라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고판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을 두 배로 맞추기 위해 주식을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더 팔아야 한다. 오를 때는 상승세를 밀어 올리고, 떨어질 때는 하락세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구조다.

BIS가 한국을 따로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평균 약 12%였다. 하지만 올해 중반에는 두 종목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오가는 돈의 절반 이상이 한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다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 9월 분기보고서 캡처. BIS 제공

레버리지 상품의 몸집까지 커지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BIS는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10% 움직이면 레버리지 펀드가 같은 방향으로 사고팔아야 하는 금액이 올해 6월 기준 약 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SK하이닉스의 하루 거래대금은 1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날에는 하루 거래대금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가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인 거래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거래는 실제 주가의 등락 폭도 키울 수 있다. BIS는 SK하이닉스 주가가 10% 움직일 때 레버리지 펀드의 매매가 변동 폭을 2~4%포인트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이유로 10% 떨어질 주가가 레버리지 상품의 매도까지 겹치면 최대 12~14%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실제 특정 거래일의 결과가 아니라 BIS가 모형을 통해 계산한 추정치다.

레버리지 ETF만의 문제도 아니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콜옵션과 풋옵션의 미결제약정 비율은 올해 3월부터 6월 사이 약 30배 증가해 한때 100에 근접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의 비율은 같은 기간 1을 밑돌았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콜옵션을 판매한 증권사 역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추가로 사고, 떨어지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레버리지 ETF와 옵션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주가의 폭등과 폭락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 등 구조화상품도 올해 상반기 크게 증가했다. BIS는 이런 상품까지 고려하면 레버리지 ETF는 시장에 쌓인 전체 위험 가운데 ‘눈에 보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BIS는 한국 시장의 특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꼽았다. 두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와 옵션, 구조화상품까지 한쪽으로 몰리면서 한국 증시 전체가 함께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한국을 차별화하는 것은 소수의 상품이 지수를 지배하는 두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라며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 주식의 거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면 기계적인 매매가 주가 움직임을 증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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