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련의 뉴스터치] AI 종말론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

인류가 어떤 노력을 해도 세계는 끝장날 것이라는 종말론은 세기말 사이비종교 광신도들이나 하는 얘기였다. 그래서 무슨 우려든 그걸 ‘종말론’이라 부르는 순간 절반은 안 믿는 얘기가 돼버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 개발사들이 AI가 인류 문명을 파멸시킬 수 있다며 종말론을 말한다.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가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 국제 사회가 나서달라’고 제안했고 라이벌들이 호응했다. 이번엔 이 우려가 통할까.
글쎄다. 그들은 수년간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면서도, AI가 기만·협박·음모·권력 추구 등의 행태를 보이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려 한단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멈춤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스스로 멈췄으면 될 일을, 경쟁에서 질까 봐 다 같이 공멸을 향해 달리는 ‘죄수의 딜레마’를 즐겼다.

이번에도 그들이 멈추면 될 일을, 국제 사회의 합의를 요구한다. 이 경쟁을 멈추지 않아도 될 합법적 핑계를 찾는 것은 아닌가.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보다 앞서는 게 중요하다”며 열흘 후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래서 AI 엘리트들이 ‘왜 하필 지금’ 속도조절론을 다시 꺼냈는지가 중요하다. 수익성 고민이 커 보인다.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던 오픈AI는 지난 주말 상장 일정을 늦추겠다고 했다. 상장사는 주주에게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현재 여건이 좋지는 않다.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각국의 규제 의지는 커지고 있으며, 갈수록 오르는 AI 반도쳇값도 부담이다.
하지만 제 입으론 수익성을 말할 수 없을 터다. 이 문제로 주춤한다는 낌새를 풍기는 순간, 투자자는 돌아서고 AI 버블은 터진다.
문제는 한국이다. AI 신중론이 확산한다면 AI 속도전의 최대 수혜자였던 한국 반도체 산업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장 루프를 낙관하며 나라 살림을 해선 안 된단 얘기다. 반도체 빅2가 한국전력의 5년 전기요금 선납제안을 거부한 이유도 ‘그때 경영 상황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AI 기술과 달리, 인간 사회는 정치와 여론의 병목을 거쳐야 한다는 걸 기업들은 경험적으로 안다.
박수련 기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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