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 사라진 中 애국주의 영어 교과서…"더 넓은 세상 이해 막아"

송세영 2026. 9.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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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 영어 교과서가 영국과 미국 문화 관련 내용을 대부분 삭제하고 중국 문화와 국가적 성과 중심으로 개편돼 영어 교육의 목적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화통신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의 외국어 교과서는 중국의 고급 전통 문화, 혁명 문화, 선진 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 심각하게 부족했다"면서 "영어가 애국적이고 문화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데 특히 적합하다. 중국 문화가 세계에 도달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 방식을 사용해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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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빅벤 사진이 담긴 중국의 옛 영어 교과서 표지. 오른쪽 사진은 베이징 천단 사진으로 꾸민 개정판 새 영어교과서 표지. 바이두

중국의 새 영어 교과서가 영국과 미국 문화 관련 내용을 대부분 삭제하고 중국 문화와 국가적 성과 중심으로 개편돼 영어 교육의 목적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교과서 개정 등을 통해 ‘애국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중국의 새 영어 교과서에서 영국 런던의 타워브리지와 빅벤, 미국 교실의 풍경과 할로윈 전통이 사라지고 청나라 말기 사상가 양계초와 중국의 해외 원조 프로젝트에 대한 구절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은 개정 영어교과서를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올해 가을 학기에 완료했다.    

변화는 초중고 영어 교과서 전반에 반영됐다. 중국의 전통 축제, 역사적 인물, 고고학적 발견, 현대 경제와 사회, 기술 발전 등에 중점을 두고 영어 지문을 만들었고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인류 공동의 미래 공동체’ 등 당과 정부의 정책도 영어로 소개했다.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이러한 변화가 학생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영어교사는 소셜미디어에 “오랫동안 이 변화를 기다려왔다"며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법’을 배웠지만, 이제 마침내 ‘자신을 대변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새 교과서가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영어 실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10년 경력의 한 영어 교사는 “오늘날 영어 교과서에는 중국 문화, 이념적 내용, 현지 요소가 너무 많다"면서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게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언어 학습의 핵심은 다른 문화에 들어가 다양한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다양한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문화와 관습에 노출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그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신함이 없으면 영어 공부가 지루하고 형식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는 새 교과서가 영어 수업을 “중국 문화를 영어로 번역하는 연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새 교과서의 일부가 ‘칭글리시’(중국식 엉터리 영어)로 돼 있다며 학생들이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더 자연스러운 방법을 개발하기보다 중국어 사고 방식을 영어 문장에 맞추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사는 영어권 국가의 문화를 배우지 않고 영어를 공부한 아이는 “문화적 자신감이 아니라 폐쇄적인 자아감”을 갖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어 교과서는 무엇보다 교량이 돼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진정으로 세상과 대화하기 전에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좋은 영어 교육은 학생들에게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제공하는 다른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우려와 달리 중국 정부는 학교 교육에선 정치적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 8일 교육의 정치적·사람중심적· 전략적 성격을 강조하며 교과서가 “올바른 정치 방향과 가치 지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당국은 ‘중국 특색의 고품질 교과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학교에서 애국 교육과 문화 정체성 구축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교육부는 2020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외국어 출판 교과서 사용을 금지했다. 2023년에는 애국 교육법을 통해 다양한 과목과 교과서에 애국 교육을 통합하도록 요구했다. 

신화통신의 지난해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의 외국어 교과서는 중국의 고급 전통 문화, 혁명 문화, 선진 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 심각하게 부족했다”면서 “영어가 애국적이고 문화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데 특히 적합하다. 중국 문화가 세계에 도달하려면 먼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 방식을 사용해 중국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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