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필삼선'조차 옛말이라고" 고교 자퇴 현상 취재한 PD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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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고등학생들의 '자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과거엔 학교 적응 등의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다수였다면, 근래 들어선 '대학 입시'로 인한 자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송에선 대학 입시 때문에 자퇴한 학생들과 내신 때문에 고등학교에 재입학한 학생들, 그리고 N수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최근 고등학생들이 자퇴하거나 재입학하는 사례가 보도로 많이 나왔고, 올해 수능이 현행 방식의 마지막 수능인 데다 N수생도 역대 최대로 몰릴 거란 예측이 많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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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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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지난 4일 KBS 1TV <추적 60분>은 'N수 사회' 2부작의 첫 번째 편인 '대입 N수, 입시에 갇힌 아이들'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선 대학 입시 때문에 자퇴한 학생들과 내신 때문에 고등학교에 재입학한 학생들, 그리고 N수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8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최유리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입시, 특히 고등학교 자퇴와 내신경쟁으로 인한 고등학교 재입학 등에 대해 취재하셨어요. 어떤 계기로 취재하게 됐나요?
"최근 고등학생들이 자퇴하거나 재입학하는 사례가 보도로 많이 나왔고, 올해 수능이 현행 방식의 마지막 수능인 데다 N수생도 역대 최대로 몰릴 거란 예측이 많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과거엔 '자퇴생'이라고 하면 다소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저희가 방송에서 다뤘던 자퇴 학생들은, 말하자면 '전략적 자퇴'를 한 경우들이고 자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자체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자퇴한 학생들도 인터뷰에서 예전만큼 부정적인 시선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고, 실제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중 자퇴 경험이 있는 학생 비율도 적지 않았거든요. 그런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자퇴가 곧 학교생활을 불량하게 했다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나요? 또 대입제도가 많이 바뀌어서 취재가 좀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일 먼저 했던 게 지금 대입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는 거였어요. 사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아니면 교육 제도에 크게 관심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대학 입시가 얼마나 복잡해졌는지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아요. 게다가 학생들이 자기 어려움을 얘기해도 '우리 때는 안 그랬다'고 생각하시는 어른들이 많고, 학생들은 미성년자라 교육감을 뽑을 권한조차 없다 보니 제도 개선을 직접 요구하기가 쉽지 않죠. 그마저도 졸업하고 나면 교육 제도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하고요.
그래서 교육 아이템 자체가 다루기 쉽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최근 자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왜 자퇴를 하지?'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면 접근하기 쉬울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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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그렇지는 않아요. 방송에 나왔던 자퇴 학생 세 명만 봐도, 준성이는 의대를 지망했지만 민지는 인문계열 사회대를, 규린이는 예술대를 지망했거든요. 어느 계열을 준비하든 자퇴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된 거예요. 어떤 대학을 가더라도 학교 내신을 챙기는 것보다,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 준비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술대 지망생이라면 실기 시험 준비에 더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다만 대치동에 모인 학생들만 놓고 보면 의대나 메디컬 계열을 지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긴 했어요. 그렇다고 자퇴생이 전부 의대나 메디컬을 지망한다는 게 성립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내신 성적이 대학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먼저 설명을 드리면, 대학 입시는 크게 수시 모집과 정시 모집으로 나뉘어요. 수시는 고등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전형이에요. 고등학교 성적이나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거고, 정시는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논술이나 실기 시험이 추가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생활 전반을 열심히 해야 하죠. 권오현 교수님 말씀으로는, 최근 대학들의 수시 선발 비율이 80%를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 그렇게 바뀐 이유가 뭘까요?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저도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대학의 수요 자체가 수시 쪽에 더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교육 제도가 학교생활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계속 바뀌어 오면서 수시 비중이 늘어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고1 때는 공부를 못했다가 학년이 올라가며 성적이 오르는 학생도 있을 텐데, 3년 전체 성적을 보는 수시 특성상 상위권이 아니면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니 해야 할 공부가 계속 늘어나는 거죠. 게다가 수능은 재수생, 삼수생도 많다 보니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고3 학생이 고득점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 고등학생들은 내신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고등학교 생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초중고가 대학에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게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각자의 선택에 이유는 있겠지만, 학교에서 그 나이 때 쌓을 수 있는 추억이 있는데 그걸 포기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저희 방송에 나온 학생들도 학교생활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다들 갖고 있어요. 규린이는 수학여행이나 축제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했고, 마지막에 나온 수민이도 학교생활에 대한 추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거든요. 학생들도 학교가 가진 사회적 의미를 부정하지 않아요. 공부뿐 아니라 다른 것도 배운다는 걸 다들 알고 있는데, 대학 입시에 대한 열망이 그걸 뛰어넘는 것 같아요.
교육 제도가 많이 바뀌면서 학생들 생활도 저희 기성세대 때와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인터뷰했던 김환 선생님 말씀으로는, 내신을 위해 아이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이 너무 많다고 해요. 한 학기에 10개 과목만 들어도 시험이 30개가 넘는다고 하시더라고요."
- 시험이 중간, 기말고사와 모의고사 아닌가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에 수행평가까지 포함돼요. 수행평가는 과목별로 세 번 이상 치른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수행평가 반영 비율이 최소 40%에서 최대 60%까지 높아져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행평가를 절대 놓칠 수가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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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그렇긴 하겠죠. 교육부가 의도한 방식은 아닐 거예요. 다만 저는 대학 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큰 학생들이 결국 이런 방법까지 찾아냈다는 지점에 주목했어요. 국어를 정말 잘하는 학생이 중간고사에서 실수 한 번, 수행평가 하나를 잘못 쳐서 성적이 크게 떨어지면 이걸 만회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 1년이라는 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입학을 선택하는 거죠.
교육 제도가 너무 경직돼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한 번의 실수를 다음 시험에서 만회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육 제도가 줘야 할 최소한의 희망인데, 지금 제도는 그 정도의 유연함이 없다 보니 결국 자퇴와 재입학으로 이어지는 거라고 봤어요. 표현하자면 꼼수, 편법이 맞긴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고 제도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N수에서 중요한 게 부모의 경제력이라는 이야기도 해요. 결국 그럼 부의 대물림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요.
"그럴 가능성은 높다고 봐요. 정확한 통계는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서울대 신입생 중 부모의 경제력이 높은 학생 비율이나 강남 3구 출신 비율이 높다는 통계들이 있어요. 다만 그 학생들이 이후 실제로 부유한 직업을 갖거나 부를 축적했는지까지 보여주는 통계는 없어서, 부의 대물림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신조어까지 있다던데 일부 얘기 아닌가요?
"'재필삼선'이라는 말 자체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도는 얘기가 맞아요. 하지만 그 영향은 일부에만 그치지 않아요. 상위권 학생들이 재수, 삼수에 뛰어들면 그만큼 고득점을 노리는 재수생·삼수생이 늘어나는 거고, 수능이 상대평가인 이상 고3 학생이 고득점을 받을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거든요. 그러면 '나도 1년 더 하면 성적이 오를 텐데'라는 생각에 고3 학생들도 재도전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고3 과정만으로 상위권 대학에 가는 학생은 점점 줄어드는 병목 현상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학생들이 입시에 계속 갇히게 되는 거예요. 저희가 만난 학부모님 중에는 '재필삼선'조차 옛말이고 요즘 상위권 사이에서는 삼수가 기본이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이 많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직업적 안정성 때문이었어요. 취업 불경기 뉴스가 끊이지 않다 보니, 안전하면서도 생활을 보장해 줄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학생들을 의대로 몰고 가는 것 같아요. 학교생활이 치열하다 보니 입시를 고민하기 전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여유 자체가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걸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을 두고 의대로 쏠린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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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교육 제도에 대해 탁 터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교육부도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해서 명확한 입장을 듣기 힘들었고, 학생들에 대한 통계 자체가 부족했어요. 부의 대물림 문제도, N수생 현황도 표본 범위나 조사 방법의 어려움 때문에 정확히 파악할 자료가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저희가 수능 중심으로 취재하다 보니 놓친 부분도 있었어요. 한 선생님 말씀으로는, 요즘 자퇴생 수 자체는 확실히 늘었지만 그중 입시 때문에 그만두는 건 소수고, 나머지 학생들의 이야기는 어디서 들어줄 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최근 성적이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극화되면서 중하위원에 있던 학생들이 학교에 다닐 이유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시험이 한 학기에 30번 넘게 있고 동아리·취미까지 생활기록부에 들어가다 보니, 공부나 진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조차 학교 다니는 의미를 못 찾는 거죠. 이렇게 문제가 여러 방면에 얽혀 있다 보니 제도 하나의 문제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모로 힘든 취재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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