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힘 조절에 뽑히는 순간도 정해져 있다?" 인형뽑기방의 수상한 비밀

방제일 2026. 9. 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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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추첨으로 상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기대감을 자극하는 '가챠(랜덤뽑기)' 열풍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단순히 이용자의 '실력 부족'으로 여겨졌던 현상이 실제로는 기계 내부 설정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형뽑기방 경품 상당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유해물질까지 검출되면서 빠르게 확산 중인 무인 인형뽑기방의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채널A는 인형뽑기 기계의 집게 힘을 내부 설정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현장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 결국 인형뽑기 열풍이 커질수록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계 운영과 경품 안전관리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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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힘 업주가 얼마든 조절 가능해
확률 설정은 불법, 경품 안전성도 도마

무작위 추첨으로 상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기대감을 자극하는 '가챠(랜덤뽑기)' 열풍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단순히 이용자의 '실력 부족'으로 여겨졌던 현상이 실제로는 기계 내부 설정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형뽑기방 경품 상당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유해물질까지 검출되면서 빠르게 확산 중인 무인 인형뽑기방의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작위 추첨으로 상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기대감을 자극하는 '가챠(랜덤뽑기)'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지난 10일 채널A는 인형뽑기 기계의 집게 힘을 내부 설정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현장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를 보면, 기계 내부에는 인형을 처음 들어 올리는 힘과 이동할 때 유지하는 힘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설정값이 존재했다. 힘을 강하게 설정하면 인형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약하게 낮추자 인형을 제대로 잡고도 이동하는 과정에서 집게가 힘을 잃었다.

한 이용자는 "6만원 이상을 썼는데도 인형이 안 뽑힌다"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제대로 잡았는데도 그냥 놓쳐버린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 뽑기방 업주는 손님이 몰리는 요일에 따라 집게 힘을 다르게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손님이 많아 집게 힘을 낮추고, 평일에는 마니아 이용자가 많아 힘을 높인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집게 힘을 조정하는 행위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승인된 기계의 설명서에 명시된 범위 안에서 난도를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승인받은 설정을 벗어나 기계를 변조하거나 경품이 나오기 어렵도록 별도의 장치를 설치하는 경우다. 채널A

다만 집게 힘을 조정하는 행위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승인된 기계의 설명서에 명시된 범위 안에서 난도를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승인받은 설정을 벗어나 기계를 변조하거나 경품이 나오기 어렵도록 별도의 장치를 설치하는 경우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단속 과정에서는 경품 배출구에 테이프나 망을 설치해 인형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한 사례도 확인됐다.

설명서상 집게 힘 조절 범위가 1~48인데 존재해서는 안 되는 '0'과 같은 설정값이 발견되거나, 일정 횟수 실패한 뒤에야 집게 힘이 강해지도록 하는 이른바 '랜덤 게임 주기'가 적용된 경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채널A 취재에서는 '17번 해야 한번 강하게 잡는' 식의 설정 기능도 확인됐다. 게임 결과를 사실상 확률에 따라 좌우하도록 변조하는 행위는 불법 대상이 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안 뽑히는 이유가 있었네", "집게발 힘없이 풀릴 때마다 화났는데 설정이었다니", "실력 게임인 줄 알았는데 결국 기계 설정 아니냐", "그냥 인형 가게에서 사는 게 훨씬 합리적" 등의 반응을 보였다.

어렵게 뽑았더니…경품 60%서 유해물질

논란은 집게 힘 조작뿐 아니다. 어렵게 뽑은 인형과 키링 등 경품 자체의 안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4~7월 국내 무인 인형뽑기점에서 유통되는 경품 20종과 매장 16곳을 조사한 결과, 제품 20종 가운데 12종(60%)에서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을 초과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논란은 집게 힘 조작 뿐 아니다. 어렵게 뽑은 인형과 키링 등 경품 자체의 안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강진형 기자

제품 9종에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최대 347.5배 검출됐다. 납은 8종에서 기준치를 최대 2.7배, 카드뮴은 2종에서 최대 1.23배 초과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어린이의 성장 및 생식 기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납과 카드뮴 역시 장기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유해할 수 있어 어린이 제품 등에 엄격한 안전기준이 적용된다. 더 큰 문제는 제품의 출처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20종 모두 안전인증마크와 사용 가능 연령 표시가 없었다. 절반인 10종은 제조사 표시조차 없었다.

나머지 10종에는 유명 캐릭터 브랜드의 제조사 명칭이 표시돼 있었지만 정품과 모양·색상 등에 차이가 있어 모조품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모조품으로 의심된 10종 가운데 8종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매장 안전관리도 허술했다. 조사 대상 16곳 가운데 4곳은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았고, 일부 매장에서는 깨진 바닥 타일이나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칼·원예용 가위 등이 방치된 사례도 확인됐다.

다시 불붙은 인형뽑기 열풍…신규 업소 1년 새 두 배 가까이

각종 논란에도 인형뽑기 시장은 최근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번화가뿐 아니라 주택가와 대학가 등에 24시간 무인 인형뽑기점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인기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인형과 키링, 피규어 등이 경품으로 등장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을 수집하는 성인 '키덜트'까지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과거 문방구 앞 캡슐 머신으로 익숙했던 랜덤뽑기 방식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수집 욕구와 불확실성 속에서 맛보는 쾌감의 결합이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강진형 기자

청소년게임제공업은 인형뽑기방과 오락실 등을 포함하는 비교적 넓은 업종이지만 최근 증가세를 가늠할 수 있다. 올해 2월 남도일보가 관련 현황을 취재한 결과 2025년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청소년게임제공업장은 1555곳으로, 2024년 820곳의 두 배에 육박했다. 업계에서는 키덜트 문화 확산과 성인 소비층 증가, 무인·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점 등을 증가 배경으로 꼽는다. 인형뽑기의 가장 큰 매력은 적은 돈으로 원하는 경품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 가운데, 결국 인형뽑기 열풍이 커질수록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계 운영과 경품 안전관리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용층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은 만큼 기계의 공정성뿐 아니라 경품의 KC 인증 여부와 제조·수입업자 표시, 매장 안전시설 등에 대한 보다 촘촘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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