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상어, 범죄 도시 베트남... 민망하고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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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는 바, 심해에 떨어진 여객기를 습격하는 상어 떼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노 웨이 업>보다 전격적인 상어 습격 영화로는 레니 할린 본인이 연출해 전 세계적 흥행을 한 1999년 작 <딥 블루 씨>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리고 신작 <딥 워터> 또한 다른 상어 습격 재난 영화 <베이트>의 속편으로 먼저 기획된 것을 시나리오를 고쳐 새롭게 만든 것이니, 세상에 상어 습격 영화만 떼어 내어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도 작품이 부족할 일은 없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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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니 할린의 신작이 개봉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30년 전 영화팬을 자임하는 사람치고 레니 할린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핀란드 출신으로 할리우드로 건너간 이 감독은 할리우드가 상업적으로 막 팽창하던 시기, 소위 '잘 팔리는' 영화를 만드는 데 뛰어난 감각을 보였다. 졸리는 영화 연출이 그 특기 중 하나로, 할리우드의 전설적 공포영화 시리즈 <나이트메어 4> 연출자로 낙점받은 것부터 이를 보여준다.
레니 할린의 출세작을 말하라면 역시 <다이하드 2>가 될 테다. 존 맥티어난의 걸출한 1편에 이어 나온 레니 할린의 영화는 작품성 면에선 전작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대중적 흥행 만큼은 확실히 거머쥐었다. 그가 이어 <클리프행어> <롱 키스 굿나잇> <딥 블루 씨> <드리븐> 등 흥행작을 연달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재주를 인정받은 덕분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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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 워터 포스터 |
| ⓒ 디스테이션 |
설명을 듣고 곧장 다른 영화를 떠올리는 이가 있을 수 있겠다. '씨네만세'에서도 다룬 바 있는 2024년 작 <노 웨이 업>은 망망대해에 추락한 비행기와 그 안에 침입해 사람을 공격하는 백상아리의 사투를 그렸다. 기실 바다 속 상어와의 사투는 그 기원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1975년 내놓은 명작 <죠스>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노 웨이 업> 또한 아류라고 볼 밖에 없다(관련기사: 민망하기까지 한 상어의 공격... 해양 재난영화의 퇴보인가).
<노 웨이 업>보다 전격적인 상어 습격 영화로는 레니 할린 본인이 연출해 전 세계적 흥행을 한 1999년 작 <딥 블루 씨>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리고 신작 <딥 워터> 또한 다른 상어 습격 재난 영화 <베이트>의 속편으로 먼저 기획된 것을 시나리오를 고쳐 새롭게 만든 것이니, 세상에 상어 습격 영화만 떼어 내어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도 작품이 부족할 일은 없겠단 생각이 들 정도다.
어디 상어뿐일까. 괴수가 인간을 습격하는 영화는 크리처물이라 해서 이미 장르화되어 있다. 상어는 이중 실제 살아 있는 동물이 괴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상어가 아니라 곰, 늑대, 아나콘다 등 수많은 동물이 인간을 습격하는데, 개중에서 참신한 설정으로 독보적인 흥행을 이룬 것이 상어일 뿐이다. 물론, 상어가 실제 동물의 습격을 다룬 영화 중 유일한 성공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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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 워터 스틸컷 |
| ⓒ 디스테이션 |
이 모두는 영화 제작자에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됐다. 레니 할린의 신작처럼 태평양 건너 한국까지 정식 수입되는 작품뿐 아니라 북미에서만 소비되거나 2차 콘텐츠로 유통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상어며 피라냐, 때로는 정체불명의 오징어나 문어류 등 온갖 생물이 잊을 만하면 인간을 습격해 온다.
그러나 이는 영화 제작자에게만 이로운 일이다. 상어와 피라냐, 다른 생물과 자연 생태계, 환경은 물론이고, 영화산업과 그를 즐기는 우리 자신에게까지 해롭다. 현실과 전혀 다른 사실이 인간의 인식을 왜곡하고 그로부터 잘못된 감각과 반응을 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서다.
인간에 의해 죽는 상어는 개체수로만 연간 8000만 마리(캐나다 댈하우지대 보리스 웜 교수 연구팀, 2024)에 달한다. 참치잡이 배의 그물에 잘못 걸려 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해외 언론에선 일부 조업선이 고의로 혼획한 뒤 그 지느러미나 간 등을 잘라낸 뒤 버린다고 보도했다. 실제 화장품이며 건강보조식품, 또 고급요리의 재료로 인기 있는 물질인 만큼, 다른 어류에 비해 비싸게 팔린다는 사실이 혼획의 이유로 추정된다.
반면 상어는 인간을 얼마나 공격할까. 인간의 공포와 달리 500여 종의 상어 가운데 사람에게 위험한 종으로 분류된 건 고작 10여 종이다. 그 대부분은 인간을 제 먹잇감으로 오인해 공격한 경우로, 영화에서 그리는 것과 같이 집요하게 살육을 위한 사냥이나 먹잇감으로 죽이는 모습은 확인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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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라냐 3DD 스틸컷 |
| ⓒ 누리픽쳐스 |
피라냐 또한 억울하다. 영화를 통해 인간 등 물에 들어온 생명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죽이는 것으로 알려진 피라냐는 실제로는 겁이 많은 소형어류에 불과하다. 죽어가는 물고기며 동물의 썩은 고기 등을 먹는 게 대부분으로, 수차례 실험에서 살아 있는 인간은 물에 빠져도 접근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확인돼 왔다. 그럼에도 피라냐에 대한 뿌리박힌 편견은 이들이 사는 물은 사람이 갈 곳이 못 된다는 고정관념으로 이어져 독극물을 뿌려 대규모 사냥을 하는 등의 사건으로 비화돼왔다. 가히 영화가 일으킨 비극 아닌가.
사실을 왜곡하고 그릇된 관념을 주입하는 영화의 문제는 비단 할리우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 한국영화판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잦다. 올가을 기대작으로 꼽히는 <타짜> 네 번째 시리즈,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그 출발부터 거의 절반가량의 이야기를 베트남을 배경으로 풀어간다. 영화의 시작부터가 베트남 영해 위에 뜬 화물선이고, 연달아 이어지는 도입부 에피소드들 또한 베트남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베트남은 한국과 유달리 가까운 나라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해외여행을 나가는 나라 중 하나로, 다낭과 같은 중부 도시는 '경기도 다낭시'라는 애칭으로까지 불린다. 작은 해안마을이었던 다낭이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의 아픈 역사가 자리한단 사실은 세상에 얼마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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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스틸컷 |
| ⓒ CJ ENM |
그런데 이 나라가 한국영화에서 그려질 땐 왜곡되기 일쑤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그 전형으로, 이 영화는 베트남에서 납치와 장기매매가 성행하는 장면, 공안이 한국계 폭력배를 눈감아주는 모습, 치안이 완전히 무너져 있고 도박으로 사회 전체가 썩어 있는 광경까지 극적으로 연출해 내기 바쁘다.
베트남 치안은 자국 내 조사에서뿐 아니라 국제 평가에서도 매년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상향되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함께 동남아시아에선 밤에도 자유롭게 거리를 걸어도 될 만큼 안전한 범죄지표가 나온다. 일부 도시뿐 아니라 전역이 한국 외교부에서도 가장 안전한 단계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주로 보고되는 범죄 유형도 절도와 사기 등일 뿐 강력범죄는 국가적 차원에서 엄정하게 단속된다.
상당수 한국영화는 무비판적으로 베트남을 범죄가 만연한 국가이자 치안이 붕괴된 곳, 심지어는 부패하고 공권력이 타락한 땅으로 묘사한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앞서서도 현지에서 상영금지 처분받은 <범죄도시2> 같은 사례가 있었으나 전혀 바뀌는 게 없다.
<죠스>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원작 소설의 작가 피터 벤츨리는 상어를 실제와 달리 왜곡해 묘사한 걸 오래도록 후회했다. 이들은 상어가 실제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과 실제 생태학적 행동양식 등을 밝히고 그 개체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활동에 진력해왔다. 이야말로 잘못을 범한 지성이 마땅히 취해야 할 책임 있는 자세다. 오늘의 한국영화판을 지키는 이들이 마땅히 배워야 할 태도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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