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육교에 매달린 한옥... 자신의 집을 이고 다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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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을 이고 다닌 현대미술가가 있다. 집의 외형을 탁본 뜨고, 실로 지어 올리며 국제적인 작가로 활동해 온 서도호다.
작가는 왜색을 배제하고 한국 수묵추상을 개척한 아버지 서세옥이 쌓아 올린 가장 한국적인 집에서 성장한 것이다.
가정을 이룬 작가는 인간을 덮는 가장 작은 집인 옷에 집중하며, 가정이야말로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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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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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ul/L.A./NY Home, 1999. |
| ⓒ 전사랑 |
탈지리화된 장소
그는 어린 시절 한옥 '무송재'에서 자랐다. 아버지 서세옥이 1973년 연경당 사랑채를 본떠 집으로 만든 것이다. 이때 작가는 아버지의 주도하에
'해체된' 재료들이 하나의 한옥으로 창조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장인들을 모아 집을 짓는 과정은 6년이 걸렸고, 서도호는 그 건축현장을 '놀이터 같았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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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빙/러빙: 서울 집>, 2013-2022. |
| ⓒ 전사랑 |
본래 집은 낯선 외부환경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경계 짓기 위한 공간이다. 벽을 쌓고, 담장을 두르고 '외부'와 '내부'를 구분 짓는 배타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서도호의 집은 투명하며, 비치는 소재를 사용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희미하게 허문다. 상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 매달려 내부를 훤히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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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집_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2024. |
| ⓒ 전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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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둥지/들, 2024. |
| ⓒ 전사랑 |
<노블레스> 인터뷰에서 작가는 20세기에 19세기 방식으로 지어진 무송재를 매일아침 나서면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을 경험했고, 밖에서 집으로 들어갈 때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작가는 아마 이 통로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 생경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여러 공간의 입구가 중첩된 이 작품은, 생경한 공간과 중첩된 시간을 연출한다.
옷, 정체성을 담은 사적인 건축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보다 더 사적인 내면의 공간으로 파고든다. 바로 한 사람을 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집인 의복을 통해 지난 역사와 뿌리, 그리고 정체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2025년 <엘르> 인터뷰에서 작가는 "건축은 옷의 연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옷과 집은 모두 사람을 둘러싸고 덮으며 정체성을 나타내는 개인 공간입니다. 옷으로 말하면 입은 사람이 어디로 가든지 함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이동 가능한 개인적 공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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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폼/ 들: 자화상/들(나의 39년)>, 2006. |
| ⓒ 전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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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화상>, 2026. |
| ⓒ 전사랑 |
나는 까만색 포대자루와 같은, 입는 사람에게 가장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주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검은 포대자루 원피스'는 모두 한 벌씩은 있을 것이다. 바쁜 아침, 그 포대자루 원피스 하나만 있으면 코디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덮어쓰기만 하면 된다. 조바심 나는 아침을 여유롭고 넉넉하게 안아주는 공간.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것에 익숙하고, 나를 위한 시간보다는 남을 위해 바쁜 사람들의 전형적인 유니폼이다. 옷은 현재의 나를 소리 없이 증언한다.
서도호 코트, 관계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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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기억> 레코트 협업, 2026. |
| ⓒ 전사랑 |
가정을 이룬 작가는 인간을 덮는 가장 작은 집인 옷에 집중하며, 가정이야말로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완성된 코트를 입어보며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적시는 작가의 영상이 작품 옆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나를 있게 한 사람들과 나로 인해 존재하는 이들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모여 있으니,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이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며 가상으로 나만의 코트를 만들어 본다. 아버지의 양복, 엄마의 넉넉한 원피스, 두 자매들의 옷도 골라 본다. 그리고 남편의 파란 와이셔츠와 아들과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옷의 안감도 잘라 내 코트 안에 덧댄다. 그리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생각하며 각각의 주머니 안에 넣어본다.
코트를 받아 들고 영상 속에서 감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작가와 달리 생각만 해도 코트가 무겁고 내 존재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아마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 온 작가와는 달리, 나는 그 관계성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서도호 코트'를 만드는 대신, 입고 있는 포대자루 원피스라도 벗으리라 마음먹는다.
매일 아침 미술관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의 줄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서도호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다른 현대미술 작품과 달리 멀리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그가 살아온 집과 유니폼은 절대 보편적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그 어떤 개인에게 도달해 가장 깊숙한 내면을 파고든다. 그가 집으로부터 시작해 집 내부의 사소한 외형들 (손잡이, 수도꼭지 같은)을 어루만지고, 옷이라는 가장 작은 공간까지 침투하듯이.
<서도호>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일반 8000원
참고
https://noblesse.com/아름지기-정민자-고문은-멈추지-않는다
https://futureheritage.seoul.go.kr/futureHeritageMeet/futureHeritage/view.do?htNo=2303
https://www.isbcc.or.kr/seongbuk/cultural/detail/189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5233
https://www.elle.co.kr/article/1882471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5/apr/13/do-ho-suh-walk-the-house-tate-modern-interview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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