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안한다” 말해도 안해도 문제…李 ‘불출마 선언’ 딜레마

하준호, 류효림 2026. 9. 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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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번주 중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다섯 번째 기자회견 개최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힐지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그간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7월 29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고 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이 사안에 입을 여는 것에는 “불가능한 것을 안 하겠다고 공표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청와대 관계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여권 핵심부에선 “쿨하게 안 한다고 정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과 “지지층에 자칫 야권에 굴복했다는 실망감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여론이 이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고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26일 전국지표조사(NBS·무선전화면접)에서는 ‘이 대통령이 개헌 시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63%)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28%)의 두 배 이상이었다. 야권은 연임 개헌 논란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말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튿날 “연임을 위한 꼼수 개헌이 필요하다는 뒷부분을 잘라내고 앞부분만 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임 개헌에 대한 의심이 폭발적으로 확산한 건 여권 내부에서부터다. 계기는 친명계 핵심인 조정식 국회의장의 7월 28일 기자간담회였다.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 등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의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말은 앞서 나온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구조적 다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과 뒤얽히며 “연임 개헌을 통한 정계 개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7월 1일 청와대에서 만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진영 내 단합” 주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7월 개헌에 우호적인 국민의힘 다선 의원들과 잇단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도 정치권에 연임개헌설을 확산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 대통령과 긴장을 드러냈던 유튜버 김어준씨는 지난 8일 홍익표 정무수석에게 연임 개헌 문제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을 탓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 한마디로 다 정리될 수 있는데 그 말을 굳이 안 하시는 이유가 뭘까”라며 “기존 친문은 버리고 뉴이재명으로 대체한 다음에 새로 유입되는 중도 보수와 합쳐서 정계개편을 안착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경진 기자

홍 수석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면서도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덧붙이는 외연 확장을 통해 민주당이 기본값에서 우위를 점하는 선거 구조를 만들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민주당은 보수와 중도를 끌어안는 구조적인 다수, 진보 정당 맏형의 길을 갈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을 겨냥해 “어떤 지분을 놓고 나누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연임 개헌은 아니더라도 정계개편 또는 지지층 재편 문제를 이 대통령 주변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이고 뭐고 다 가짜 의제고, 이들 사이의 쟁점은 하나다. 공소취소와 연임개헌”이라며 “민주당의 이재명이냐, 이재명의 민주당이냐. 이게 지지자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원인”이라고 썼다.

하준호·류효림 기자 ha.junho1@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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