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기권할 뻔한 리바키나, ‘US오픈 우승’+‘세계 1위’ 잡았다
![US 오픈 여자단식을 제패한 엘레나 리바키나. 대회 직전까지 발 통증을 겪은 그는 투혼을 불살라 메이저 대회 우승컵은 물론 세계랭킹 1위 타이틀까지 거머 쥐었다. [A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4/joongang/20260914050217211kbcw.jpg)
“뉴욕 도착 당시만 해도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던 선수가 ‘챔피언’과 ‘세계 1위’까지 영광스런 타이틀을 두 개나 챙겨 떠난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 US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엘레나 리바키나(세계 2위·카자흐스탄)에 대해 영국 BBC가 보도한 내용이다. 리바키나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플러싱 메도스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2시간 21분 만에 2-1(6-4 5-7 6-2)로 제압했다. 생애 첫 US오픈 우승과 함께 상금 550만달러(약 74억원)를 받았다.
리바키나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건 2022년 윔블던과 지난 1월 호주오픈에 이어 통산 세 번째다. 더불어 올해 4대 메이저대회 중 두 대회를 석권하며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한 시즌에 메이저 2승을 거둔 여자 선수는 지난 2022년 이가 시비옹테크(프랑스오픈, US오픈), 2024년 사발렌카(호주오픈, US오픈)에 이어 올해 리바키나까지 세 명 뿐이다. 아울러 다음 주 발표할 최신 랭킹에서 지난 99주간 1위를 지킨 사발렌카를 제치고 새로운 ‘월드 넘버1’으로 올라서는 겹경사도 맞았다. 카자흐스탄 선수가 랭킹 1위에 오른 건 역사상 최초다. 199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그는 2018년 카자흐스탄의 귀화 권유를 받아들여 국적을 바꿨다. 사발렌카와 상대전적도 8승 10패로 격차를 좁혔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리바키나는 기권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난달 신시내티오픈 8강전을 치르던 중 다친 발의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회 전날까지도 출전 포기를 저울질했다. 선수 자신은 “(대회 장소) 뉴욕에 도착한 직후까지도 통증이 너무 심해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극심한 고통을 메이저 우승 의지로 극복했다. 의료팀의 조언을 받아들여 코트 적응 훈련 대신 실내에서 재활에 주력했다. 저녁엔 맛집을 찾고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며 재활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매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적처럼 컨디션을 되찾은 그는 사발렌카를 비롯해 오사카 나오미(일본), 코코 고프(미국), 정친원(중국) 등 챔피언 출신 강자들을 연파하며 신바람을 냈다.
화려한 서브 에이스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거머쥔 직후, 리바키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코트 안에선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얼음 공주’라 불리는 그의 ‘파격’에 대해 테니스계도 뜨겁게 반응했다.
영국 가디언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리바키나지만, 이번 만큼은 기쁨을 참지 못했다”고 ‘챔피언의 미소’를 묘사했다. 리바키나는 “얼떨떨하다. (부상이 심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 생각지 못 했다”면서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게 잘 풀렸다. 뉴욕과 점점 더 사랑에 빠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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