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60일간 일일이 솎았다… 23만원 ‘명품 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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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가 열리면 좋은 것 하나만 남기고 다 따냅니다. 농장 전체로 보면 수십만개가 되죠."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시 금성농원에서 만난 신창수(62)씨는 백화점 '명품 배'의 비결로 적과를 꼽았다. 백화점에서 9개들이 한 상자에 23만원에 팔리는 명품 배는 이 과정에 들인 시간과 수고에서 출발한다.
박용일 신세계백화점 청과 바이어는 "금성농원 배는 큰 과실에서도 높은 당도를 유지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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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시간 과수원서 세심히 살펴\

“일곱 개가 열리면 좋은 것 하나만 남기고 다 따냅니다. 농장 전체로 보면 수십만개가 되죠.”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시 금성농원에서 만난 신창수(62)씨는 백화점 ‘명품 배’의 비결로 적과를 꼽았다. 어린 열매를 솎아 하나에 영양분을 집중하고 크고 반듯한 배로 키우는 작업이다. 백화점에서 9개들이 한 상자에 23만원에 팔리는 명품 배는 이 과정에 들인 시간과 수고에서 출발한다.
이날 찾은 1만2000평 규모의 배밭에는 종이봉지에 싸인 신고배들이 나뭇가지마다 묵직하게 매달려 있었다. 신씨와 아내 홍혜옥(58)씨는 적과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 열매의 모양과 위치, 가지의 방향까지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서다. 부부는 올해도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60일간 과수원을 돌며 어린 배를 솎았다. 신씨는 “힘들지만 남에게 맡겼을 때와 특품 비율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신씨는 1992년 배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 연간 150t 이상을 생산하며 재배 품종의 99%는 신고배다. 신세계백화점과의 거래는 15년 넘게 이어졌다. 2010년쯤 별도의 산지 코드를 받아 직접 거래를 시작했고, 현재 생산량의 약 60%가 전국 10여개 신세계백화점으로 향한다.
명품 배가 되는 문턱은 높다. 당도가 12브릭스 이상이어야 하고 크기와 모양, 색깔, 흠집 여부도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금성농원 배는 평균 13브릭스 안팎이지만 명품 등급을 받는 물량은 전체의 약 40~50%다. 나머지 B급은 주로 가락시장에 출하한다.
날씨도 변수다. 약 3년 전에는 폭염으로 배가 햇볕에 데는 일소 피해가 발생해 약 7000상자 분량이 상품성을 잃었다. 이후 고온에도 잎이 제 기능을 하도록 생육 관리를 달리해 피해를 줄였다. 신씨는 “사람도 계속 뜨거우면 일하지 못하듯 나무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날 맛본 배 한 알은 혼자 먹기 벅찰 만큼 컸다. 과육은 단단하고 아삭했으며 단맛 뒤에 은은한 새콤함이 남았다. 박용일 신세계백화점 청과 바이어는 “금성농원 배는 큰 과실에서도 높은 당도를 유지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외관상 흠집이 있는 파과를 사려고 서울·인천·파주 등에서 농장을 찾는 단골도 약 200명에 달한다.
금성농원은 올 추석에도 명품 배 약 200상자를 신세계에 공급한다. 본격적인 신고배 수확을 앞두고 다른 백화점과 중매인에게서 물량을 나눠 달라는 요청이 잇따랐지만 신씨는 거절했다. 그는 “몇천원, 만원 더 받자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적과부터 폭염 대응까지 백화점용 배의 품질을 유지하는 일은 고되다. 일이 힘들 때면 아내 홍씨가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일반 시장에 내면서 편하게 농사짓자”고 말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부부는 고품질 배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신씨는 “힘들지만 농사가 재미있다”며 “좋은 물건을 만들어 놓고 가격을 말해야지, 품질은 갖추지 않고 가격부터 높여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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