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한국을 덮친 삼각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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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덮친 삼각 파고로 한국의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이 다양한 복합 파고는 상호증폭 작용이 상쇄 작용을 압도하면서 한국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어 문제다.
얼마 전 방한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진정한 전략적 자주성'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실용외교에 대한 우회적 비판 메시지를 던졌다. 또 미국 일변도 외교의 재고를 촉구하는 '병행 불패(竝行不悖)'를 강조했는데 이는 원래 한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미국과의 동맹 유지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중국식 언어로 포장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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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덮친 삼각 파고로 한국의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이 다양한 복합 파고는 상호증폭 작용이 상쇄 작용을 압도하면서 한국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어 문제다.
첫 번째 파고는 유일 동맹 미국의 행보에서 비롯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거명하며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거론하면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이행 속도에 불만이다. 관세 카드로 동맹을 ‘고객’ 취급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까지 지시했다. 비용과 투자는 더 요구하면서 억제력의 핵심인 연합훈련을 북한과의 거래 카드로 쓰겠다는 셈법이다.
두 번째 파고는 중국에서 온다. 얼마 전 방한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진정한 전략적 자주성’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실용외교에 대한 우회적 비판 메시지를 던졌다. 또 미국 일변도 외교의 재고를 촉구하는 ‘병행 불패(竝行不悖)’를 강조했는데 이는 원래 한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미국과의 동맹 유지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중국식 언어로 포장한 표현이다. 미·중 전략경쟁 격화 국면에서 9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대중국 봉쇄망의 고리에서 이완시키려는 정교한 이중 포석의 하나다.
세 번째 파고는 한반도 불안의 근원인 북한이다. 북한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정상외교를 펼치며 북·중·러 삼각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러시아 추가 파병을 지속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까지 얻어냈다. 더욱이 북한은 한국을 대화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중·러의 후원을 등에 업고 트럼프와의 재회를 저울질하며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건너뛰는 통미봉남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세 개의 파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북한에 던진 한·미 훈련 축소라는 ‘올리브 가지’는 북한의 협상력을 키워주고 있는 형국이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미국의 대남 안보 청구서를 부풀린다. 또 미국의 거센 압박은 북한 국내적으로는 매력적인 자주성 선전거리이며, 안보와 통상을 결합한 트럼프의 대한국 청구서는 한·미동맹의 이완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이는 북한에는 미국과의 대화 기회로, 중국에는 영향력 확장의 공간으로 읽힌다. 물론 남·북 소통 채널의 장기 단절 역시 북한의 한국 패싱(passing) 시도에 빌미를 제공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복합 파고의 돌파에 필요한 것은 연동파급 효과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읽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국의 동맹 압박이 거세질수록 한국이 중국에 기울 유인이 커지고, 이는 다시 미국의 불신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에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한국의 개입을 전쟁 참여로 간주한다면서 이례적인 한글 공개 경고도 날렸다. 북한도 한·미·일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엣지’를 겨냥해 ‘해군 핵무장화 실현’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 국면에서 한국이 취할 최선의 길은 원칙 있는 실용주의다. 한국이 배제된 합의는 지속 가능성이 없으므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의제를 주도할 당위성이 있다. 동맹과 자주도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미국의 압박에 떠밀려서도 안 되지만 중국의 ‘진정한 전략적 자주’라는 언사에 취해서도 안 된다. 안보 축은 한·미동맹에 두면서도 경제와 외교 영역에서 독자적 공간을 넓혀가는 실용적 병행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힘과 대화, 동맹과 자주 사이에서 스스로 좌표를 그려내는 능력이 바로 전략적 자주성의 기반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전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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