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혈중 캡사이신에도 두 번 ‘혐의없음’ 44개월 여아 사망건…수심위 열릴까
7년 전 발생한 44개월 여아 사망사건을 두고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서 종결한 경찰의 처분을 심의해달라는 신청이 제기됐다. 경찰은 사건을 두 차례 검토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6월경 서울 성북구에서 44개월이었던 A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A양의 부친이 지난 7일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부친은 성북경찰서가 지난 4월 A양의 사건을 내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종결한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7년 전 사건이 지난 4월 다시 종결 처분된 것은 올해 두 차례 방송을 통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A양은 머리 부위 손상 등으로 숨졌지만, 당시 A양 몸에는 상처와 멍이 다수 있었다. 또 A양의 계모인 B씨가 A양을 혼내면서 매운 소스 등을 먹였다는 A양 언니의 진술도 추가로 나왔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양을 부검한 결과 혈액에서 캡사이신이 검출됐다고 한다. A양의 부친은 최근 이혼 소송을 하던 중 B씨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점을 발견했고, 이러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경찰이 정식 입건하지 않았다며 문제 삼았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두 차례 검토했음에도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 당시인 2019년에는 A양의 사망원인이 불명확해 변사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과에서 수사했다. 형사과는 내사에 착수해 A양의 가족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아동학대나 가혹행위 상황 등이 발견되지 않아 따로 입건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2019년 수사 당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여러 상황을 종합해 내사 종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북부지검의 지휘를 받고 사건을 종결했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경찰은 올해 다시 사건을 재검토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앞선 수사와 달리 성북서 여성청소년과가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역시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이전과 동일하게 사건을 무혐의 처분 내렸다. 이와 별개로 B씨는 A양의 언니를 학대한 혐의로 고소 당했으며, 경찰은 B씨를 그해 12월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B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전 사건을 두고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칙적으로 수사심의신청은 종결 처분이 난 후 결과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B씨는 처분이 난 지 약 5개월이 지난 후 신청했다. 다만 새 증거가 발견되거나 허위를 의심할 정황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수심위가 개최될 수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 당시에는 경찰 수심위 제도가 없었으며, 최근 그 기능을 강화하자는 분위기인 만큼 수심위를 개최하는 게 나쁠 이유는 없다”고 봤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변사의 확인 과정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초동 수사에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심위는 심의를 통해 ‘보완·재수사’ ‘신속처리’ ‘부서·관서 이송·재지정’ 등 지시가 가능하다.
곽주영 기자 kwak.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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