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만 25번... 등골 서늘하게 만든 검사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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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이후 4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제 삶은 많은 것이 무너졌습니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왔던 공직자로서의 명예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 하지도 않은 일로 억울하게 수사를 받고, 구속되고, 기소되면서 겪은 분노와 스트레스는 말로 다 형언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
1992년 방송위원회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30여 년간 단 한 번의 징계도 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왔다는 양아무개 국장의 수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시작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표적 수사'가 한 직업공무원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비극적인 단면인 셈이다.
검찰은 양아무개 국장을 이 사건 수사의 '최종 목표'였던 한상혁 방통위원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핵심 고리로 판단했다.
검찰 수사의 또 다른 문제는 양아무개 국장의 신분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 양아무개 국장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등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6명의 모든 피고인과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공범으로 기소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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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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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
| ⓒ 이정민 |
지난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재판장 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른바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에 나선 양아무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의 담담하면서도 때때로 목이 잠긴 듯한 목소리는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
"감사와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이후 4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제 삶은 많은 것이 무너졌습니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왔던 공직자로서의 명예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 하지도 않은 일로 억울하게 수사를 받고, 구속되고, 기소되면서 겪은 분노와 스트레스는 말로 다 형언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
1992년 방송위원회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30여 년간 단 한 번의 징계도 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왔다는 양아무개 국장의 수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시작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표적 수사'가 한 직업공무원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비극적인 단면인 셈이다.
'방어권 보장' 기각에서 21일 만의 구속
검찰은 양아무개 국장을 이 사건 수사의 '최종 목표'였던 한상혁 방통위원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핵심 고리로 판단했다. 그래서 수사 과정에서 양아무개 국장의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이 가장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한 인물이 양아무개 국장과 차아무개 과장이었다 .
그러나 2023년 1월 11일, 서울북부지법은 차아무개 과장의 영장은 발부하면서도 양아무개 국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주요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다툴 여지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
당시 방통위 실무 라인 최고 책임자이자 한상혁 위원장으로 가는 길의 중요 인물인 양 국장이 점수 조작을 사전에 공모하거나 지시했다며 검찰이 세워놓은 핵심 범죄사실이 1차 영장 심사 단계에서 크게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한상혁 위원장을 목표로 했던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 검찰은 영장 기각 20일 뒤인 1월 30일 영장을 재청구했고, 2023년 2월 1일 법원은 "도망의 염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끝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1차 영장 기각에서 인정되었던 '방어권 보장'과 '소명 부족'은 검찰의 집요한 영장 재청구 압박 속에서 무력화되었고, 30년 관료는 피의자 신분으로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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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의혹' 관련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023년 3월 2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 ⓒ 권우성 |
양 국장은 면담으로 처리된 4번도 사실상 검찰 조사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검찰이 자신을 불러 조사를 하다가 원하는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조사를 중단하고 피의자 서명이 필요 없는 '검사 면담'으로 처리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자신이 무려 25번의 검찰 조사를 받았고, 특히 기소 후에도 8번이나 더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소 이후 조사는 엄밀하게 판단하면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적용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설령 기소 후 소환 조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 피의자가 25차례나 검사를 마주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 37조 6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피의자에 대하여 불필요하게 여러 차례 출석 요구를 하지 않는다. 특히 진술을 거부하거나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필요하게 반복적인 출석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
어떤가? 이 규칙에 근거해서 볼 때 양 국장에 대한 25차례 조사가 합당한 걸까? 그렇다면 검찰은 왜 양 국장 조사에 그렇게 집착했을까 ? 단지 실무 국장 한 명을 단죄하기 위해? 사실은 수사의 진짜 목표가 양 국장이 아닌 한상혁 위원장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은 위원장을 '엮을 수 있는'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결의 핵심 고리인 양 국장을 집요하게 추궁했을 것이다. 양 국장은 25 차례의 조사 과정이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불리한 진술 강요', '회유', 그리고 '압박'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5명의 검사가 번갈아 가면서 조사 과정에 투입됐다고 양 국장은 밝혔다.
'한상혁 위원장이 시키지 않았느냐?'
'모든 사람이 당신을 가리키고 있는데 혼자 책임질 거냐?'
적지 않은 압박성 질문과 때로는 '위하는 척' 설득하는 질문도 있었지만, 양 국장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 지금도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고 한다.
'조서는 내가 작성권자야...'
"안 된다고 해"... 사후 조작할 수 없는 그날의 진실
검찰의 집요한 추궁과는 달리 당시 객관적 증거는 검찰의 의도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었다. 양 국장은 9월 1일 최후진술에서 검찰이 구성한 공소사실의 허구를 실제 기록과 문자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양 국장이 점수 수정을 공모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관련, 2020년 3월 20일 아침 차아무개 과장이 "일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하고 있다"고 보고했을 때 양 국장이 보낸 첫 답장 문자는 다름 아닌 "안 된다고 해" 다섯 글자였다. 양 국장은 "'안 된다고 해'라는 말은 수사가 시작된 뒤 만들어낸 설명이 아니라, 보고를 받은 바로 그 순간 남긴 솔직한 심경이 담긴 문자 기록"이라며 "정말 점수 조작을 의도했다면 막 점수를 수정한다는 보고에 왜 '안 된다'고 했겠으며, (왜)상황을 관리하지 않고 심사장을 떠났겠느냐"고 반문했다 .
이에 대해 검찰은 양아무개 국장이 나중에 책임을 면하려고 "일부러 남긴 허위의 답장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는 양 국장이 먼 훗날 자신과 차아무개 과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까지 예상해서 치밀하게 행동했다는, 그야말로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견강부회식 추정이란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세부 평가표는 본 적도 없다"
검찰은 양 국장이 심사결과 세부 집계표를 보고 윤아무개 심사위원장에게 알려주면서 점수 수정을 공모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이아무개 사무관 등 심사지원반 실무자들은 법정에 출석해 "양 국장에게 세부 점수집계표를 전달하거나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양 국장도 수사과정에서부터 이 사건을 비롯한 여러 심사에서 구체적으로 점수 집계표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양 국장이 윤아무개 심사위원장에게 전한 것은 '모든 사업자가 과락 없이 기준점(650점)을 넘겼고 중점 심사 항목에서도 과락은 없다'라는 개략적 평가결과뿐이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윤아무개 심사위원장의 진술도 양 국장과 일치했다. 이는 심사 결과를 총괄하고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심사위원장에게 통상적으로 전달하는 행정적 안내였으며, 방통위의 공식 사실조회 회신 및 동료 상임위원들의 법정 증언에서도 정상적인 업무 절차임이 확인됐다.
검찰은 또 'TV조선에 대해 조건 없는 재승인을 막기 위해 중점 심사 항목에 대해 과락을 만들었다'는 프레임을 세웠다. 이에 대해 양 국장은 "방통위 행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고개를 갸웃할 상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방통위는 중점 심사 사항 과락 여부와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조건을 부과해 왔으며(실제 2020년 당시 과락이 없던 채널A가 TV조선보다 2개 많은 13개의 조건을 부과받았다) 조건 불이행으로 승인이 취소된 사례도 없어 굳이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점수를 수정할 동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방통위가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조건을 붙이지 않고 허가하거나 승인한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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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와 검찰 깃발. |
| ⓒ 권우성 |
그런데 이 사건의 최고 정점에 있는 한상혁 위원장의 혐의를 놓고 보면 사정이 또 달라진다 .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양아무개 국장이 '직권남용'의 공범으로 적시돼 있었다 .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에는 "이아무개 정책보좌관, 양아무개 국장, 차아무개 과장과 공모하여 그 직권을 남용하여 심사위원 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이아무개)사무관에게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수 없는 김아무개 심사위원을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부당한 지시를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한상혁 위원장 측 변호인들이 "이아무개 사무관은 심사위원회 절차에 참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지 않아, 단순한 사실적 보조행위만 하였다"고 반박하자, 공소장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피고인 한상혁이 양아무개 국장, 차아무개 과장, 이아무개 사무관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바꿨다. 양아무개 국장과 차아무개 과장이 직권남용의 '공모자'에서 '피해자'로 바뀐 셈이다.
더구나 방송통신위원회에 심의할 안건 작성과 관련해 문서 작성 행위는 실무 담당자로서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할 뿐이고, 양아무개 국장, 차아무개 과장, 이아무개 사무관에게 달리 재승인 처분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된 바가 없기 때문에 안건 서류 작성 행위는 사무처 직원으로서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그의 직무 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양아무개 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최후진술을 끝마쳤다 .
"이젠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이 재판을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오랜 시간 복잡하게 얽혀 온 이 사건의 매듭을 재판부께서 하나씩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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