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AI 예산’ 다 없앤 與서울시의회…전장연 요구 일자리는 부활

김민욱 2026. 9.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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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청년 AI 지원’ 예산 56억2500만원은 전액 삭감한 반면, 전장연 등이 요구해온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연간 약 40억원이 드는 부활의 길을 열었다. 사진은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청년 인공지능(AI)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한 반면 과거 집회·캠페인 활동 편중 논란 끝에 폐지됐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부활시켰다. 청년 AI 지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고 권리중심 일자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요구해온 사안이다.

13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11일 본회의에서 ‘청년 AI 사다리’ 사업의 핵심인 생성형 AI 이용권 지원 예산 56억2500만원을 전액 삭감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서울에 사는 19~29세 청년 50만명에게 AI 이용권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채용시장에서 AI 활용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적 여건에 따른 AI 이용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 이화여대 학보사 설문조사에서는 AI 이용권 구독을 취소한 이유로 ‘비용 부담’을 꼽은 응답이 63.5%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월 2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민선 9기 역점사업인 '청년 AI 사다리'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예산 삭감을 주도한 시의회 민주당은 사업 취지보다는 준비 과정과 정책 설계가 미흡하다고 봤다.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올해 지원 규모를 50만명으로 정한 근거 등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추경안 제출 이후인 지난 2~10일 청년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요조사를 진행한 점도 지적했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무영 민주당 시의원은 “청년들의 AI 활용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서울시가 제출한 사업계획의 부실함이 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내년도 본예산 심사 전까지 다시 제대로 준비해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시의회는 민주당이 ‘2호’ 당론 조례로 추진한 ‘서울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처리했다. 개정 조례안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다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사업 시행에는 매년 40억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권리중심 일자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20년 7월 처음 도입됐다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인 2023년 말 종료됐다. 당시 참여자는 400명이었다. 서울시가 2023년 3월 사업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2020~2022년 전체 직무활동의 50.4%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근무일지에서도 참여자의 약 95%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고, 전장연 주최 집회·시위에도 대규모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권리중심 일자리 폐지 이후 장애유형별특화일자리 사업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으며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조례안 통과를 약속했다. 뉴스1


시의회 민주당은 권익옹호와 인식개선 활동도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와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일자리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전장연과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단 등을 담은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하면서 권리중심 일자리 조례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약속하기도 했다. 반면 시의회 국민의힘은 과거 사업에서 불거진 집회·시위 활동 편중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서울시는 청년 AI 이용권 예산 전액 삭감에 반발했다. 오 시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수개월 동안 준비하고 청년들도 큰 기대를 걸었던 사업이 전액 삭감돼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2개월만이라도 시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울시의 호소도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권리중심 일자리에 대해서도 “권리중심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전장연 시위 참여에 인건비를 지급할 근거를 만들고, 민간 위탁을 통해 특정 단체가 독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시의회 118석 중 80석을 차지해 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해도 재의결이 가능하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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