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3년전부터 “폭탄 실은 비행기 미국으로” 경고…CIA, 기밀자료 공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 참사 25주년인 11일(현지시간)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과 관련한 정부 기밀자료를 공개했다.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은 이날 엑스(X)에 “9·11 테러로 희생된 분들과 그 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CIA 요원들을 기리기 위해 71건의 대통령 일일 브리핑 자료 공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랫클리프 국장은 “이 문서들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대통령을 위해 작성한 극비 자료로, 대통령 일일 브리핑 보고서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4년 9·11 테러 조사위원회가 지적했던 대로 미 정보기관은 당시 알카에다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했지만, 그들이 계획했던 공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들은 1998년 2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추구하는 테러리스트들’이란 제목의 파일부터 9·11 테러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 ‘해당 공격이 2년 동안 계획돼 왔으며, 미 의회 의사당도 표적이었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다양하다.
AP 통신과 NYT 등 CIA 공개 자료를 분석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1998년 7월 보고서에는 ‘빈라덴이 미국에서 공격을 수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가 화학·생물학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같은 해 9월 보고서에는 ‘빈라덴이 워싱턴DC에서 미 본토를 공격하는 옵션을 선호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알카에다가 ‘폭탄을 실은 비행기를 미국 도시에 날려 보낼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를 두고 NYT는 “25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보면 선견지명이 있는 경고”라고 평가했다.
보고서 중 하나에는 빈라덴이 히로시마식 공격(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핵폭탄을 투하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고농축 우라늄을 구매하려 시도했다는 정보도 포함돼 있다.
테러 공격 한 달 전인 2001년 8월 6일에는 “빈라덴, 미국 공격 결심”이라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하지만, 9·11 테러가 일어나기 이전에 미 대통령에게 보고된 정보 브리핑은 “다양한 위협 정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다시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9·11 테러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전쟁부) 청사에서 열린 9·11 25주년 추모식 연설에서 “그날 책임자였던 우리들은 테러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제때 위험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며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충분하지 않았다. 후속 공격이 없었던 점에 대해 나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이어 “저는 희생자 유족이 느끼는 고통과 우리나라가 겪은 트라우마에 대해 항상 깊은 개인적 자책을 안고 있다”고 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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