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부 1차관의 일침 "파병?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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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고려해 우리 장병들을 파병하자는 말은 이 전쟁의 본질을 고심하지 않은 상투적 용어다."
"정부에서 '국익을 고려하고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라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쓰는 언어이긴 하지만 이 전쟁의 본질을 고심하지 않은 상투적인 용어다. '국익'이라는 말이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서 어떤 맥락으로 나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미국이 출구전략이 없는 전쟁을 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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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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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0년 12월 9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국익' 논리를 비판했다. 최 교수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익 논리를 따지는 건) '트럼프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싶다"고 봤다.
최 교수는 이날 통화에 앞서 페이스북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파병을 이야기하기 전에 미국에 먼저 물어야 한다"며 ▲전쟁의 목표 ▲종전 방법 ▲기대 효과 등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군대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르무즈를 지키는 것과 이란전에 참전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들어가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정부에 신중론을 주문했다.
한국을 향한 파병 압박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이 전쟁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며 "왜 우리이고 그리고 왜 지금인가 궁금하다"고 썼다. 또한 대미 협상이 "석 달째 답보 상태"라는 점 역시 짚기도 했다. 그는 '호르무즈에 병력을 보내면 핵잠수함 연료 협상이 조금 빨라지지 않을까', '원자력협정 개정에 미국이 조금 더 적극적이지 않을까'라는 등의 일각의 기대에 대해선 "군대는 협상의 선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래는 최 교수와의 통화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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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9월 4일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비행갑판에 F/A-18 슈퍼 호넷 전투기가 주기돼 있다. |
| ⓒ 미해군 배포사진=AFP=연합뉴스 |
"정부에서 '국익을 고려하고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라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쓰는 언어이긴 하지만 이 전쟁의 본질을 고심하지 않은 상투적인 용어다. '국익'이라는 말이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서 어떤 맥락으로 나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미국이 출구전략이 없는 전쟁을 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 파병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군'이라고 부르는 우리 장병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아빠이며, 또 누군가의 남편이다. 어떻게 이들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가치의 등가성을 언급하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평화유지군을 보낸다거나, 네팔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구호단을 보내는 경우라면 위험하더라도 명분이 있고 선한 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번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목적이 뭔지 잘 모르겠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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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4년 제76주년 국군의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전투기 호위 받으며 비행하는 해군 해상초계기(P-8A). |
| ⓒ 연합뉴스 |
"아니다. 그래야 상황이 판단될 것 아니냐는 의미다. 상황을 모르는데 어떻게 들어가나. 미국은 지금 소위 말하는 출구전략이 없고, 우리와 협상도 하지 않고 있다. (파병하라며) 때리기만 하고, 마치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가 교두보인 것처럼 기다리고만 있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곳에 들어가야 하는가."
- 왜 한국에만 미국의 압박이 들어오는지, 왜 지금인지, 그 이유에 대해 결론 내려 본 게 있나.
"그건 정부에 물어야 한다. 저는 내부 정보를 알 수 없다. 저도 기자와 똑같이 언론 보도를 보고 파병 문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나.
"그간 이 전쟁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이란을 세 번 가봤다.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을 때 차관으로서 협상하러 갔었다. 그간의 경험과 감을 비춰보면,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 전쟁을 놓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제 생각이라 틀릴 수 있다. 모두가 몇 주 만에 이 전쟁이 끝날 거라고 예상했고, 주말만 되면 마치 전쟁이 끝날 것처럼 이야기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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