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난리난 일본판 어깨빵 ‘부츠카리’, 일본인에게 물어보니[이세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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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여자아이를 성인 여성이 뒤에서 거칠게 밀치고 가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돌았다.
"부츠카리 오지상이란 말은 아저씨는 쉽게 몰지각한 행동을 한다거나 무신경하다, 배려가 없다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게이오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K씨(30대 일본인 남성)는 말했다.
일본인 사이에서도 부츠카리를 체감하는 정도부터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한국인과는 매우 다릅니다. 이러한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다수입니다. 부츠카리족 문제의 배경에 '온순한 일본인'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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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역엔 꼭 있다” “처음 듣는다”…일본인 체감 제각각
“출근길 뒤축 반복해 밟고 고함…무서워 전철까지 바꿔”
日문화인류학자 “규범·과밀·불안 스트레스 극단적 표출”
“피해 참고 넘기는 ‘온순한 일본인’도 부츠카리 지속 배경”

올해 초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여자아이를 성인 여성이 뒤에서 거칠게 밀치고 가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돌았다. 정면 카메라 쪽으로 해맑게 웃으며 포즈를 잡고 있던 아이는 화면 밖으로 튕겨나갔다.
도쿄 대표 명소이기도 한 이곳은 사방으로 교차하는 횡단보도 위에서 많은 인파가 뒤섞이는 장소다. 영상 촬영 시점에도 많은 사람이 길을 건너기는 했지만 혼잡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이 옆으로 피해갈 공간은 충분했다.
민트색 코트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쓴 여성은 서로 뒤섞이는 인파 속에서 직진했다. 아이를 치기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앞을 찍으며 걸어오는 성인 남성을 팔꿈치로 부딪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고는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앞지르며 오른팔로 아이를 쳤다.
아이의 엄마인 대만인 여성은 지난 2월 24일 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마지막 밤이라 시부야의 유명 교차로에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어떤 나쁜 사람이 아이를 세게 밀었다’고 적었다. 이 영상은 9월 11일 현재까지 3212만회 넘게 조회됐다. 다시 공유(리포스트)된 게시물은 7만건에 달했다.
이 사례는 중국을 중심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최근 일본에서 사람을 일부러 들이받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일본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관계가 급격히 나빠진 시기였다. 중국 정부는 그때부터 일본 여행 자제 권고를 유지하고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영국 가디언 등 여러 해외 매체가 이 사례를 다뤘다. 한국에서도 일본 여행 중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여행에 앞서 이런 일을 겪을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었다.
시부야 사례를 계기로 ‘부츠카리’라는 말이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원래는 ‘부딪치다’라는 일본어의 명사형인데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사람과 일부러 부딪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의미가 좁혀졌다. 혼잡한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사람들을 밀치고 가는 사례가 온라인에서 회자되면서부터다.
그러면서 ‘부츠카리 오지상(아저씨)’이나 ‘부츠카리 오토코(남자)’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기존에 화제가 된 목격 영상이나 경험담에서 남들과 부딪치며 걷는 사람이 주로 성인 남성이었다. “부츠카리 오지상이란 말은 아저씨는 쉽게 몰지각한 행동을 한다거나 무신경하다, 배려가 없다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게이오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K씨(30대 일본인 남성)는 말했다.
도쿄 거주 70대 여성 Y씨는 부츠카리족이라는 말을 기자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평소 접하는 미디어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젊은 일본인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이런 대답들이 돌아왔다고 한다.

“부츠카리족이라는 말은 모르겠지만 터미널역에서 젊은 여성에게 부딪치고 가는 아저씨를 말하는 거야?” “터미널역에서는 아저씨한테 부딪히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하면서 걷고 있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외국인에게 부딪치는 아저씨도 있는 것 같아.”
Y씨는 “저도 인터넷에서 ‘부츠카리족’을 찾아보니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올라와 있었다”며 “주일 중국대사관에서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이나 즐겁게 관광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자신의 울분을 풀듯이 표출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같은 도쿄에 사는 50대 여성 S씨는 “부츠카리족이라는 말은 요즘 자주 듣는다”며 “시부야뿐만 아니라 시나가와역이나 도쿄역 같은 큰 역에는 꼭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관광지 같은 곳에도 자주 출몰하는 모양”이라며 “대상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노인까지 노린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반격하지 않을 만한 사람을 골라 노린다는 건 정말 비겁한 짓”이라며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이런 일이 점점 일상적인 일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출근하는 40대 여성 회사원 A씨도 부츠카리족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며 “정말 곤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몇 년 전 비슷한 일을 직접 겪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이었다. A씨가 출근을 위해 역으로 걷고 있는데 뒤에서 걷던 남성이 갑자기 하이힐 뒤축을 밟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밟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뒤를 돌아보자 그 남성은 오히려 “갑자기 내 앞에 끼어들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A씨는 “너무 무서웠다”며 “주변에도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들 전철 시간 때문에 무시했다”고 회상했다. 그후 그를 마주치는 게 무서워서 이용하는 전철까지 바꿨다. A씨는 거듭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70대 일본인 여성 Y씨는 “일본 사회에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는 느낌이 있고, 어떤 형태로든 표면에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평가에 대해 자신도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다며 “조금 한숨이 나오는 주제”라고 답했다.
그는 가장 먼저 ‘규범에 의한 스트레스’를 꼽았다. 도키 교수는 “일본인은 주변 사람이나 세간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규범이 잘 지켜진다”며 “그 때문에 매너가 지켜지고 안전하고 질서정연하지만 스트레스 역시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규범을 일탈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부츠카리 행위를 과잉된 정의감의 표출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 역시 규범 준수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등장했던 ‘마스크 경찰’을 극단적 사례로 들었다.
도키 교수는 “당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추궁하는, 과도한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했다”며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에게 일부러 부딪치는 부츠카리족 역시 과도한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사회의 여러 문제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도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도키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일본이 승자와 패자가 뚜렷해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늘어나는 ‘격차사회’라는 점을 지적했다.
일종의 여성혐오인 ‘미소지니’ 문제도 거론했다. 원해도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패자’로 여기며 받는 스트레스를 자신보다 약한 여성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종신고용의 붕괴와 성과주의 확산 등에 따른 미래 불안도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는 개인적 미래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일본의 경제력 및 국제적 지위 저하 등을 둘러싼 일본 사회 전체의 불안도 포함된다.
그는 “일본 문화는 앵글로색슨계와 달리 ‘퍼스널 스페이스’(개인 공간)를 충분히 존중하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든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차 과밀하다”고 부연했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도키 교수의 평가다. 전철에서 사람 바로 옆자리에 앉기를 피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계단씩 띄워 서는 현상 등을 예로 들었다. 이자카야나 패밀리레스토랑 테이블 사이에 칸막이가 생기고 여객선에서는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자는 대형 객실이 기피돼 사라지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봤다.

도키 교수는 “과밀하고 마음대로 걷기 어렵고 퍼스널 스페이스가 존중되지 않는 일본 대도시에서 공공 공간에서라도 어떻게든 자신의 공간을 지키려 하는 것 같다”며 “부츠카리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밀과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도시에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인바운드 관광객과 문화·매너 차이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도 있다. 도키 교수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사례는 그렇지 않아도 자유롭게 걸을 수 없는 혼잡한 공간에서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행동에 화가 나서 일부러 부딪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시 가해 여성이 대만인 아이를 외국인으로 알아봤는지 영상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외국인이 멈춰 서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보행을 막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며 “가해자는 평소 그런 외국인의 매너에 화가 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도키 교수는 말했다.
전철 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좌석에서 다리를 뻗고 앉는 외국인 등의 행동이 일부 일본인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이 경제력 등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인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인바운드 관광객의 매너에 대한 반감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본인은 부딪힘을 당해도 항의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민폐 행위, 범죄 행위가 일어나고 없어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대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일본인은 어떤 피해나 불편을 겪더라도 강하게 항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피해나 불편의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을 피하려고 어느 정도의 일은 참습니다.”
도키 교수는 “일본인은 많은 일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태도를 예로 들었다.

“미국에서는 거대한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주민들이 대피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많은 일본인은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2011년 원전 사고 때도 그랬고, 시즈오카현 이토시에서는 눈앞의 바다에서 화산이 분화했을 때도 거의 피난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지진이 닥치면 도쿄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사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도키 교수는 “이러한 ‘체념’은 재해가 매우 많고 달아날 곳도 없는 섬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경제·사회적 문제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부연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한국인과는 매우 다릅니다. 이러한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다수입니다. 부츠카리족 문제의 배경에 ‘온순한 일본인’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도키 교수는 “짜증이 나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 섣불리 항의하거나 주의를 줬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우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짜증이 나 있는 난폭한 사람이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난폭한 범죄나 묻지마 사건이 자주 보도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키 교수는 이런 태도가 부츠카리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병이나 과음으로 사람이 쓰러져 있거나 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말을 걸거나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매우 적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역시 같은 심리와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이 부츠카리보다 문제라고 봤다.

부츠카리 행위가 실제로 늘고 있는지, 외국인을 노린 행위가 증가한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부츠카리족이 얼마나 있는지, 피해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피해자는 어떤 사람들인지, 실태가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지, 대상이 바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문제가 알려졌기 때문에 증가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교수 자신도 미디어에서 가끔 접할 뿐 직접 보거나 들은 적은 없다고 한다. 그는 “소수의 발신이 주목받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도 든다”며 “외국인들이 ‘일본은 더 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위화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상당수 일본인이 급증한 인바운드 외국인의 매너에 반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교차로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에 화가 나 일부러 부딪히는 극단적인 사례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냥 넘기는 관행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도키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온순한 일본인’은 일을 경찰 문제로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만 우선 피해자가 참고 넘기지 말고 신고해야 한다”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 통계와 실태가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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