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예쁜 사람이…" 너무 '완벽한 미녀'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실험노트]

윤슬기 2026. 9. 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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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그렇다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외모도 우리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줄까요.

존재하지 않는 몸인데실제 사람과 차이 없어연구 결과, AI 가상 인플루언서를 본 여성과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를 본 여성 모두 건축물 사진을 본 여성보다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졌습니다.

이상적으로 꾸며진 사람의 모습을 본다는 점에서는 실제 인간과 AI가 비슷한 영향을 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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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녀도 실제 인플루언서와 영향 차이 없어
이상적 외모 노출 뒤 여성 신체 불만족 커져
편집자주
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야구장 여신'으로 불린 한 여성의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영상 속 여성은 실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AI 인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외모도 우리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줄까요. 미국 페퍼다인대학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바디 이미지(Body Image)' 9월호에 AI로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와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가 여성의 신체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18~74세 여성 303명이 참여했습니다.

AI 미녀와 인간 미녀, 같은 조건서 비교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101명씩 세 집단으로 무작위로 나눴습니다. 한 집단에는 AI로 만든 여성 가상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다른 집단에는 실제 여성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나머지 집단은 비교를 위해 사람 대신 건축물과 실내 공간 사진을 봤습니다.

사진 선정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인스타그램에서 가상 인플루언서 사진 30장을 찾은 뒤 이들과 포즈와 옷차림, 신체 노출 정도 등이 비슷한 실제 인플루언서 사진 30장을 짝지었습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가상 인플루언서가 비키니를 입은 사진이라면 이와 비슷한 외모와 옷차림의 실제 인플루언서 사진을 고르는 식이었습니다.

'야구장 여신'으로 화제가 된 AI 이미지

이후 별도의 사전 평가를 거쳐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사람처럼 보이는지, 일반적인 SNS 게시물과 얼마나 비슷한지 등을 따졌습니다. 최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가상 인플루언서 사진 20장과 이에 대응하는 실제 인플루언서 사진을 실험에 사용했습니다.

사진을 보기 전과 본 뒤에는 자신의 몸과 얼굴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을 측정했습니다.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몸인데…실제 사람과 차이 없어

연구 결과, AI 가상 인플루언서를 본 여성과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를 본 여성 모두 건축물 사진을 본 여성보다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졌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AI와 인간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상적으로 꾸며진 사람의 모습을 본다는 점에서는 실제 인간과 AI가 비슷한 영향을 준 셈입니다.

다만 영향이 모든 외모 관련 인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굴에 대한 불만족이나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에서는 세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영향은 주로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족에 집중됐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과 외모를 자주 비교하는 사람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도 결과를 크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연령이나 외모 비교 성향과 관계없이 인간과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체로 비슷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 전부터 "이 사람은 AI입니다"라고 알려준 실험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AI라는 사실을 알아도 똑같은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AI) 배우' 틸리 노우드. 인스타그램
일상 속에 자리잡은 AI…미의 기준 더 정교해져

AI가 등장한 초기에는 일자리를 빼앗거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가 크게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는 AI는 훨씬 일상적인 모습에 가깝습니다. 글을 쓰고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이제는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과 몸까지 만들어내며 우리가 매일 보는 이미지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적 영역에서 AI의 영향은 생각보다 더 큽니다. 어떤 얼굴이 아름다운지, 어떤 몸매가 이상적인지를 기존 사회의 미적 기준에서 학습하고, 이를 더 매끈하고 완벽한 형태로 만들어 다시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국 AI는 기존의 미적 기준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재생산하면서 '아름다움의 기준' 자체를 한층 더 까다롭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등장만으로 화제가 됐던 'AI 배우' 틸리 노우드는 최근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인간의 적이 아니에요. 이게 핵심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AI가 인간의 적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가 다시 현실의 인간을 흔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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