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자하며 현금도 쌓는다…서학개미의 ‘양손 베팅’

박유미 2026. 9.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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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9월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종목은 빅테크도, 인공지능(AI)주도 아닌 ‘현금성 자산’이었다. 이달 초만 해도 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순매수 1위였지만, 둘째 주 들어 현금성 상품인 초단기 미국 국채 ETF가 이를 밀어냈다. 공격적인 베팅을 이어가는 한편 현금을 쌓아 시장 조정에 대비하는 이른바 ‘양손 베팅’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1~10일)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1위는 ‘아이셰어즈 0-3개월 미 국채 ETF(SGOV)’로 1억2982만 달러였다. SGOV는 잔존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채에 투자해 가격 변동성이 낮다. 통상 대기자금을 넣어두는 현금성 상품으로 활용된다. 최근 미국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높은 단기 금리를 챙기는 동시에 장기채의 가격 변동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월초와 비교하면 투자심리 변화가 눈에 띈다. 이달 첫 주에는 미국 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가 서학개미 순매수 1위였다. 하지만 둘째 주 들어 SGOV 매수가 늘면서 순위가 밀렸다. 증시의 추가 상승을 겨냥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기자금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주와 지수ㆍ배당 ETF도 상위권이었다. 서학개미 순매수 2위는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9386만 달러)였다. 알파벳(7326만 달러)이 3위, 뱅가드 S&P500 ETF(VOOㆍ7148만 달러)가 4위였다. 미국 배당주에 투자하는 SCHD(6995만 달러)는 5위, 브로드컴(6522만 달러)은 6위였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자금유입 1~3위는 모두 현금성 상품이었다. TIGER 머니마켓액티브에 5523억원, RISE 머니마켓액티브에 3633억원,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 3125억원이 유입됐다. 세 상품에만 1조2281억원이 몰렸다. 동시에 TIGER 미국S&P500(1803억원), KODEX 미국S&P500(1179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1095억원) 등 미국 주식 ETF 3종에도 4077억원이 들어왔다. 현금을 쌓으면서도 미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도 베팅 중인 것이다. 반면 국내 증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공격과 방어가 공존하는 건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와 고금리 부담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증권가도 한쪽에 ‘올인’하기보다 자산을 나눠 담으라고 조언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높아진 장기금리에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며 “장기금리가 안정되면 미국 장기 국채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성장주의 할인율(미래 수익의 가치평가 금리)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주식 60%ㆍ채권 40%’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방어해주는 것을 기대해 통상 주식과 채권을 6대 4로 담아왔지만 요즘은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식 60%, 채권 30%, 금 등 대체자산 8%, 디지털 자산 2%로 투자처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식의 상승 가능성은 열어두되 채권뿐 아니라 금과 비트코인 등에 투자해 변동성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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