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파병 반반 갈린 與…호르무즈엔 입 다문 까닭

신수민, 위문희 2026. 9.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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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논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이 주목되는 가운데,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첫 관문인 국방위원회 심사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중론과 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국민의힘에서도 선뜻 힘을 싣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2003~2004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때보다 더 큰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SUNDAY가 지난 7일부터 나흘간 국방위원 17명 전원을 상대로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물은 결과,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국민의힘 유영하·유용원·한기호 의원 3명뿐이었다. 민주당 대표인 김민석 의원과 무소속 김병기 의원은 답변을 거부했고, 대다수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나머지 12명은 정부가 구체적인 파병 방식과 파견 병력의 임무 등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찬반을 밝히기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해외 파병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방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주목되는 건 여당 소속 국방위원 9명 모두 아직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을 아낀다는 점이다. 진성준 국방위원장은 “정부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지금 얘기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데다,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진 위원장은 지난 9일 국방부의 대면보고에서도 “국방부는 상황에 대비해 가용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당초 ‘종전 이후’를 전제로 조건부 파병 찬성 의견을 밝혔던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도 “아직 안도 나오지 않았는데 표결 입장부터 말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고 했다.

현재 청와대와 여당 간 관련 소통도 제한적인 범위 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국방위원에 따르면 김민석 대표 정도가 논의하는데, 김 대표도 청와대 측 설명을 토대로 의원들에게 “미국으로부터 정식 요청이 온 것은 없다고 한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파병에 비해 명분과 국제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등 사실상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내비친 민주당 의원들은 있었다. 6선의 송영길 의원은 “2003년에 비해 지금 상황이 더 안 좋다. 대한민국 헌법(제5조1항)이 침략 전쟁을 반대하고 있지 않느냐” 했다. 송 의원은 2004년 2월 자이툰부대 추가 파병 당시 열린우리당이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반대표를 던진 여당 의원 12명 중 한 명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행정관으로 당시 파병 논의에 참여했던 박선원 의원은 “당시는 지상전이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현재 참전하고 있지 않고, 미국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도 “호르무즈는 폭이 좁은 해상 통로다. 회피 공간이 없고 함정은 고정 표적이 된다. 이라크 때와는 장병이 감당할 위험의 크기가 비교가 안 된다”고 했다.

국익 차원의 현실론을 말한 의원도 있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지낸 민홍철 의원은 “매우 어려운 방정식이다. 비전투 부문에 보내더라도 전투 상황이 돼버릴 수 있다”면서도 한·미 간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어디 무 자르듯 안 된다고 할 수 없는 여러 상황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이라크 파병 당시 야당(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찬성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민의힘(6명)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위 야당 간사이자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의원은 찬반 여부와는 별개로 올해 3월부터 미국이 한국 등에 호르무즈해협 기여를 요구했을 당시 정부가 먼저 선을 그어 협상의 여지를 좁혀놓고, 뒤늦게 미국의 압박이 커지자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부터 했다. 임 의원은 “청와대가 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시민단체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보수는 늘 파병에 찬성했으니 이번에도 찬성할 것’이라는 식으로 끌어들여 문제를 돌파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찬성 의견을 밝힌 3명은 “우리 상선이나 유조선의 통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초계기 정도 보내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유영하)”, “전투 지원 임무 정도라면 해상교통로 보호와 한·미 동맹, 장병 안전 등을 고려해 필요한 면이 있다(유용원)”, “우리 화물선이 피격되었을 때 갔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가는 것이 국익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한기호)”이라고 했다.

23년 전 이라크 파병 땐 여당이 반반으로 갈렸는데(96명 중 찬성 49명) 한나라당이 찬성(145명 중 118명)한 덕분에 동의안이 통과됐다. 이번엔 과반 여당인 민주당부터 내부 이탈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파병의 필요성은 물론 구체적인 임무와 범위, 철수 조건까지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가 향후 여당은 물론 국회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공개된 조현 외교부 장관의 문자 내용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최근 조 장관이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안보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려면 (파병) 동의안을 보낸 다음에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우게 해야지, 대통령이 나서서 책임지게 하면 안 된다. 그래야 책임론이 없을 것”이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나 정부 차원의 설득 과정이 별달리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라크 파병 때엔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정부가 결정을 미룬 채 시간을 끌수록 부정적인 인식만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기여 문제를 한·미 간 안보·경제 현안의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 장관은 11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파병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이날 통화는 아락치 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신수민·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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