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보일 땐 잘 서더니..." 장애인 버스 탑승 취재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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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 인해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같은달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각 지역 활동가들은 서울과 강원, 부산, 대구, 전남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외·고속버스 탑승 제한 문제'와 관련 12개 운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얘기할 때 시내 이동과 시외 이동은 차이가 크잖아요. 그 두 가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재희씨는 시내 이동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어요.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저상버스 비율이 전국적으로 아직 50% 미만이긴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제 흔히 보이는 편이라 인프라가 이미 다 갖춰져 있다고 여기기 쉬워요. 그런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과 그걸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이재희씨를 따라가 보니 시스템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어도 실제로 이용하기까지는 문턱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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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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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연 |
| ⓒ MBC |
장애인들의 시외 이동권 투쟁의 역사는 짧지 않다. 활동가들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모여 처음 버스를 막아선 게 2014년으로, 이후 2018년까지 이동권 투쟁을 이어가다가 정부가 휠체어 리프트설치된 시외·고속버스 등을 개발하고 관련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2026년 현재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단 한 대도 남아 있지 않다.
<비마이너>는 지난 4월 "2022년,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시외·고속버스는 서울-당진 노선의 1대 차량만 남아 있었다"라며 "이마저도 2023년 운행이 중단되며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전국에 한 대도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같은달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각 지역 활동가들은 서울과 강원, 부산, 대구, 전남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외·고속버스 탑승 제한 문제'와 관련 12개 운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을 보름여 앞둔 지난 6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우리도 타고 싶어요' 편이 방송되었다. 방송은 장애인인 이재희씨가 버스를 타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겪는 구조적 한계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짚어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리포트를 취재한 임명찬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소회가 궁금합니다.
"항상 그렇듯 시원섭섭한 것 같아요. 이번에 하면서 느낀 건, 그동안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언론에도 많이 나와서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실제로 장애인분들을 따라다니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함께 겪어보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처음엔 ENG 카메라를 들고 나갔는데, 카메라가 보이니까 버스가 잘 서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카메라를 다른 곳에 두고 순수한 관찰자, 시민의 입장에서 있어보니 버스가 잘 안 서더라고요."
-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아이템을 논의하던 중에 선배가 예전에 장애인 이동권을 다룬 적이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 기사가 10년도 더 된 거였는데, 그럼 요즘은 어떤지 찾아봤더니 그 사이 바뀐 부분도 있지만 시외 이동권만큼은 여전히 그대로더라고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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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명찬 기자 |
| ⓒ 이영광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일반적인 출근 시간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시위 때문에 지하철을 못 탄 적은 없었어요. 다만 그런 여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이번에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게, 제가 인터뷰했던 유진우씨라는 분이 해주신 한마디예요. '왜 지하철에서 노동권을 외치냐, 왜 교육권을 외치냐고들 하는데, 저는 되묻고 싶어요. 노동할 때, 교육받을 때 뭐 타고 가시나요? 이동이 돼야 교육도 받고 노동도 하고 친구도 만날 수 있는 거예요'라고 했어요. 저는 이 한마디가 지하철 시위의 목적을 다 설명해 준다고 생각해요."
- 그럼, 이 아이템으로 정하고 맨 먼저 뭐 했나요?
"먼저 어떤 부분을 시청자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고, 그다음 가장 중요한 건 섭외였어요. 아시다시피 섭외가 제일 어렵잖아요. 누구나 자기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섭외 자체도 어려웠고, 섭외가 됐다 해도 각자 다양한 사연이 있다 보니 어떤 분의 이야기를 다뤄야 대중에게 더 와 닿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몇 번 나온 거라 어떻게 차별화를 할지도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저희가 <스트레이트>에서 이걸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예요. 보통 장애인 이동권은 1분 반에서 2분 반짜리 짧은 뉴스로 다뤄지다 보니, 이게 문제고 저게 문제라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담길 수밖에 없어요. 반면 <스트레이트>는 방송 분량이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이분들의 이동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줘서 시청자가 스스로 느끼게 하는 방식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다른 보도와의 차별점이 될 수 있겠다고 봤습니다."
- 이재희씨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장애인 이동권을 얘기할 때 시내 이동과 시외 이동은 차이가 크잖아요. 그 두 가지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재희씨는 시내 이동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어요.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저상버스 비율이 전국적으로 아직 50% 미만이긴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제 흔히 보이는 편이라 인프라가 이미 다 갖춰져 있다고 여기기 쉬워요. 그런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과 그걸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이재희씨를 따라가 보니 시스템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어도 실제로 이용하기까지는 문턱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주로 어떤 건가요?
"예를 들면 경기도에는 장애인 탑승을 알리는 앱의 호출 벨이 있어요. 이걸 누르면 버스 기사에게 어느 정류장에서 장애인분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가 가거든요. 그러면 최소한 버스가 그 정류장에서 멈춰서 기사가 내려 확인하거나 탑승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근데 현실적으로 버스는 배차시간이 있잖아요. 때문에 기사가 내려서 확인이라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맞아요, 그 부분엔 저도 동의해요. 다만 완전히 내리지 않더라도 문을 열고 보이기만 해도 탑승 의사 정도는 확인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이건 모든 정류장에서 매번 확인하는 게 아니라, 호출 벨을 누른 정류장에서만 하는 거예요.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한 경우니까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봐요. 이게 안 이뤄진다면 시스템은 말 그대로 형식만 갖춘 것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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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연 |
| ⓒ MBC |
"그렇죠. 이재희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말씀해 주셨는데, 촬영 이전에는 손을 흔들면서까지 버스를 잡으려 했는데 그냥 지나친 적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의사 표시는 다 했는데도 지나쳐 버리면, 만약 비장애인이 그런 상황을 겪었다면 아마 민원부터 넣었을 거예요. 저도 지켜보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방송에는 못 담았지만 안타까웠던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버스 탑승장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너무 좁아요. 또 버스가 멈출 때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만큼 간격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작 서 있던 자리가 아니라 정류장을 한참 지나서야 탑승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취재에 응해 주신 분은 호출 벨도 좋지만, 정류장에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대기 중이라는 걸 알리는 표시등 같은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 방송 보니까 시외버스를 못 타니 기차로 이동하던데 그것도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기차는 노선이 버스만큼 촘촘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전동 휠체어는 버스에 탑승할 수가 없으니 주로 기차를 이용해야 하고, 그마저도 KTX에서 무궁화호로 환승하거나 거기서 또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장애인이라면 한 번에 갈 거리를 장애인분들은 두세 번씩 환승해야 하는 거죠. 그냥 '불편함'이라는 단어로 말씀드렸지만, 사실은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수준의 불편함입니다."
- 이번 리포트는 시외버스에 대한 얘기잖아요. 시내는 어떻게 하나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일 건데 지방 중소 도시는 지하철이 없죠.
"이번에 이재희 선생님 사례가 바로 그 경우예요. 경기도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가는 거였는데, 이 구간엔 지하철 노선이 없어서 시내버스를 타셔야 했고, 방송에서 보신 그런 어려움들이 그대로 나타난 거죠. 상대적으로 지하철은 2001년 오이도 사건 이후 꾸준한 투쟁 덕분에 승강기가 생기는 등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지하철 자체가 전 지역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 증진법은 효과가 별로 없는 걸까요?
"그 법은 앞선 장애인분들의 투쟁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의미가 있다고 봐요. 다만 핵심은, 당시엔 인프라나 기술이 부족해서 못 했던 부분들이 개선돼 왔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충분히 납득할 만큼 제대로 (개선이) 이뤄졌는지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법에 의무가 아니라 선택하게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법을 제정할 당시 시행령에는 시외버스에도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그 아래 시행규칙에서는 '설치해야 한다'가 아니라 '설치할 수 있다'는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어요. 선택 사항이면 비용 부담 때문에 누가 나서서 하겠어요. 당시엔 관련 기술이나 차량 개발이 충분치 않아 한 번에 의무화하면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다만 그렇다 쳐도,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술이 발전했으면 그걸 점진적으로 의무화하려는 의지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쉽습니다."
- 장애인들 이야기 들으면서 느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장애인분들에게는 매 순간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동권이 제한되면 병원에 가거나 학교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는 것, 심지어 가족의 상을 당해 급히 어딘가를 가야 하는 것처럼 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일조차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 부분을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 것 같은데.
"저상버스가 도입돼도 버스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휠체어는 턱이 있는 곳을 내려갈 수 없어서 버스 승강장까지 다 시설 개선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 일반 시내버스 승강장을 보면 휠체어가 다닐 폭이 안 나오는 곳도 많고, 버스가 서야 할 자리 앞뒤로 다른 차들이 주정차해 있어서 승강장에 정확히 붙여 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장애인분들이 승강장을 지나 더 먼 곳까지 가서 타야 하죠.
또 저상버스라도 리프트가 내려올 때 받쳐줄 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시골이나 외곽 지역은 쇠봉 하나 꽂힌 게 정류장인 곳도 많아요. 그런 곳은 리프트가 내려와도 바닥에서 뜨거나 경사가 심해서 전동 휠체어가 못 올라가고, 결국 누군가 뒤에서 밀어줘야 해요. 버스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지만, 사실 버스는 시작일 뿐이고 그 주변 시설 환경도 함께 개선돼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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