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은 살아나는데 투자는 ‘아직’…K-배터리 생태계 반등 언제 [배터리레이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와 유럽 전기차 판매 회복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신규 증설과 설비투자 재개에 대한 움직임이 미온적이면서 소재·장비 등 생태계 전반의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주요 공장 내 라인 전환에 나섰다. 전기차용으로 구축한 기존 생산설비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거나 복합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신규 증설보다 기존 생산능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을 전기차와 ESS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거점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에 구축한 도요타향 배터리 라인에 이어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설치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구축할 각형 라인은 테슬라의 차세대 메가팩 등 ESS용도로 활용될 예정이다.
SK온 역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한 ESS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산공장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네오볼타 파워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총 9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조지아 공장 내 라인 배정을 진행했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시너지셀즈' 지분 인수 계획에 맞춰 투자를 계획 중이다. 기존 전기차 중심의 라인을 개편해 ESS용 LFP 배터리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짜고 있다. 이밖에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내 기존 라인 2기를 LFP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신규 증설 대신 기존 라인 전환을 우선하면서 배터리 장비업계의 수주 회복도 지연되는 모습이다. 전기차 시장 호황 당시 이어졌던 대규모 신규 공장과 생산라인 발주가 줄고, 최근 투자가 기존 설비의 개조와 일부 장비 교체 중심으로 이뤄지는 영향이다.
특히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3분기가 이듬해 주요 수주 물량이 상당 부분 결정되는 시기인 만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셀 제조사의 연간 투자계획과 신규 프로젝트 일정이 하반기부터 구체화되지만, 올해는 대규모 신규 증설 계획이 제한적이어서 내년 수주 가시성도 낮다는 평가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 수주한 설비를 두고 내년 사업 계획을 짜야하는 상황인데, 국내 업체들의 가동률 대비 투자가 줄어 내년 실적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현재 사실상의 신규 투자는 시너지셀즈 증설을 앞둔 삼성SDI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는 ESS 시장의 수요 지속과 자율주행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차 수요 반등이 향후 투자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ESS용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기존 라인 전환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물량이 확대될 경우 신규 증설 필요성도 커질 수 있어서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신규 프로젝트가 변수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등 차세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배터리 수주가 확대될 경우 셀 제조사의 추가 생산능력 확보와 함께 소재·장비 발주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산업가속화법(IAA) 등 정책적 요소가 뒷받침해줄 경우 설비 투자에 대한 니즈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는 흐름도 북미 ESS 전환과 생산능력 확대 속도를 높여줄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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