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초풍요, 인간은 뭘 할까 [신간]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6. 9.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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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풍요의 시대
피터 디아만디스·스티븐 코틀러 지음/ 김태훈 옮김/ 비즈니스북스/ 2만2000원
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똑똑하고 로봇이 고된 노동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책 ‘초풍요의 시대’는 AI와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이 인류를 결핍에서 해방할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는 미래학자이자 혁신기업가인 피터 디아만디스와 과학 작가 스티븐 코틀러다. 이들은 기술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비를 떨어뜨리며 정보·교육·의료·에너지가 누구에게나 풍부하게 제공되는 ‘초풍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초풍요는 단순히 물질이 넘치는 상태가 아니다. 디지털화, 잠복기, 파괴적 혁신, 무료화, 소멸화, 대중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지금까지 희소하거나 고가였던 재화와 서비스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해지는 사회다. 스마트폰 하나가 카메라와 지도, 계산기 등 수많은 제품을 대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의료와 교육, 에너지 등으로 확산하며 인류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희소성’의 전제까지 흔들 것으로 내다본다.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저자들은 AI가 다른 첨단기술과 결합하며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고 본다. AI와 장기 재생 기술은 장기 부족을 해결할 가능성을 연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위험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한다. 위성 데이터와 결합한 AI는 지구의 변화를 실시간에 가깝게 관찰한다. 태양광과 전력망에 AI가 더해지면 에너지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인공일반지능(AGI)을 넘어 초지능(ASI)으로 향하는 흐름이 이 변화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담겼다.

그렇다고 풍요가 곧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풍요가 커질수록 기후위기와 플라스틱 오염, 디지털 중독, 불평등, 바이오테러와 초지능의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먹이와 물, 은신처가 충분한 환경에서도 사회적 유대가 붕괴하며 개체군이 쇠퇴한 ‘유니버스 25’ 실험을 통해 결핍의 해소가 곧 행복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짚는다.

해법은 인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들이 초풍요 시대 인간의 무기로 꼽는 것은 창의성, 목적의식, 몰입이다. AI에 생각을 통째로 맡기기보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계산과 분석은 AI가 더 잘할 수 있지만 무엇을 상상하고, 어떤 목표를 추구하며, 기술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7호·추석합본호(2026.09.16~09.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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