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비 폐지?” 예비아빠 분노했다…경기도 감액추경 후폭풍

최모란 2026. 9. 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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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경기도 산후조리비 기습 폐지 반대! 2026년 10~12월생 ‘끼인 아이들’을 구제해 주십시오”

지난 9일 경기도 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11월에 첫 아이를 만나는 예비 아빠’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경기도가 수년째 지급하던 산후조리비 50만원이 9월 30일로 종료된다고 한다”며 “연말도 아니고, 한 해의 마지막 4분기를 코앞에 두고 기습적으로 복지를 끊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는 “많은 예비 부모가 경기도의 복지 약속을 믿고 출산 예산을 짰다. 고물가 시대에 지자체 지원 50만원은 한 가정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소중한 돈”이라며 “올해 12월 31일 출생아까지는 기존 산후조리비를 동일하게 지원하거나 구제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글엔 11일 오전 11시 현재 1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경기도 청원 홈페이지는 이날 접속 장애로 이용이 중단된 상태다. 청원 게시 후 30일 이내 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도지사가 30일 이내 직접 공식 답변해야 한다.

11일 경기도 홈페이지에 청원 게시판 시스템 오류를 알리는 알림 글이 올라와 있다. 경기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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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비 10월부터 중단…도비 지원 제한에 시·군도 한숨


경기도의 5465억원 감액 추경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산후조리비 등 각종 복지사업이 중단되고 도비 보조율을 최대 30%까지 낮추면서 시·군 재정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산하 공공기관의 예산도 줄면서 일부 기관에선 임금 체불 우려마저 나온다.

경기도 산후조리비는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1명당 50만 원 상당의 지역 화폐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2019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출산지원 정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 관련 예산을 9개월분만 반영한 데 이어 추경에서도 미편성하면서 당장 10월부터 지원이 중단된다. 진보당 경기도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채무는 도민이 만든 것이 아닌데도 경기도가 그 부담을 가장 돌봄이 필요한 산모와 신생아에게 먼저 지우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산후조리비 홍보 자료. 경기도


여기에 경기도가 시·군에 지원하는 도비를 최대 30%로 제한하면서 지자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하남시 관계자는 “지금까진 우리 지역 시민들은 도비(50만원 상당 지역 화폐)와 시비(현금 50만원)로 100만원 상당의 산후조리비를 받을 수 있었는데 도비가 중단되면서 절반으로 줄게 됐다”며 “도비 지원까지 제한된 상황에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내년엔 산후조리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청년기본소득 재개를 계획했지만, 경기도의 예산 미편성 여파로 사업 추진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도내 모든 지자체가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사업, 농어민기회소득, 지역 화폐 발행지원 등 도비 연계 사업은 대부분 중단 위기라고 한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경기도가 최근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도비 매칭 비율을 상한 30%까지 낮추고, 성남시와 화성시, 용인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는 90%까지 부담시키겠다고 한다”며 “도가 추진하는 사업의 비용마저 대부분 시·군에 부담시키겠다면 ‘도’라는 중간 행정단계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올렸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도 지난 7일 31개 시군의 의견을 모아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건의문을 제출하고, 시군별 재정 여건과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보조율 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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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공공 기관은 임금체불 우려…도의회도 “너무 한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가 본예산에 미편성한 10~12월 공공기관 인건비를 1회 추경에 이어 2회 추경에도 인건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도일자리재단·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의 직원 380여명은 당장 다음 달 월급이 나오지 않을 위기에 처했다. 이들 기관은 기본 경비와 각종 사업비를 조정해 인건비 일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료원 노동조합은 지난 8일 경기도청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체불 위기 해결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도의료원 산하 5개 병원(수원·의정부·파주·안성·포천)의 9~12월 4개월 치 인건비(110억여원)도 미편성됐다. 경기도의회 차유미 조국혁신당 의원(비례)은 “도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공공 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경기의료원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의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민생 예산 등이 대거 삭감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재정이 어려우면 사업 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감액에 급급해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각 상임위원회는 경기도가 감액한 예산을 복원하고 나섰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18일 제4차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가 이 증액안이 확정한다고 해도 경기도가 부동의 의사를 밝히고 해당 예산을 집행하지 않거나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의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최종 의결이 나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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