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돈 받으려면 주주활동 잘해야…스튜어드십 코드 ‘실전 평가’로

한웅희 2026. 9. 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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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주주활동을 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제 운용 성과와 자금 배분에 영향을 주는 제도로 바뀌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인 국민연금이 투자를 배분하는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을 질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향후 자금 회수와 추가 배정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운용사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ESG기준원, 국회에 이어 향후 국민연금과 다른 연기금에도 각각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기관마다 다른 양식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실제 주주활동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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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본시장특별위원회 토론회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이행 수준 질적 평가
“체크리스트 나열식 이행점검 지양해야”
운용업계 “ETF 확대 등 운용 구조도 감안해야”
김남근(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린 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반영 ”주가누르기“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주주활동을 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제 운용 성과와 자금 배분에 영향을 주는 제도로 바뀌고 있다. 국내 최대 기관인 국민연금이 투자를 배분하는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을 질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향후 자금 회수와 추가 배정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운용 전략과 상품 구조가 다른 운용사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경우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금융감독원과 한국ESG기준원, 국민연금 등 기관마다 별도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현재 방식이 계속될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활동’보다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서류 작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는 11일 국회에서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 금융당국, 외부 전문가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7월 제정 10년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는 사실상 자율에 맡겨졌던 이행 여부 점검의 근거를 명문화했다. 개정 코드는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민연금 “운용사 스튜어드십 활동, 자금 배분에 반영”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평가 체계를 질적 평가 위주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과거 국민연금이 부여하던 스튜어드십 가점이 대부분 운용사가 동일하게 받아 변별력이 없어졌다”며 “앞으로는 조직이나 내부 규정의 존재 여부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 이해상충 관리 등이 적절했는지를 질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는 각 자산운용 부서에 전달돼 위탁자금의 추가 배정이나 회수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하반기 운용사 실사를 거친 뒤 평가 항목별 배점과 실제 자금 배분에 미칠 영향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 실장은 “배점은 특정 운용사가 너무 손해보지 않도록 시뮬레이션과 실사를 통해 적정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사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사실상 그대로 추종하는 듯한 행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실장은 “이사 임기 유연화, 이사 수 상한 설정, 자사주 활용 정관변경 등 국민연금이 전부 반대한 사안들이 대부분 가결된다”며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책임활동을 하고 있는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자문사 찬성 권고율과 기관투자자들의 찬성률이 거의 비슷하다. 운용사들이 자문사들을 거의 다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닌가”며 “심각한 문제”라 비판했다.

운용사별 관여 수준 천차만별

이날 토론회에서는 같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이라도 운용 전략에 따라 주주활동 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국알콜과 태광산업 등 실제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관여 사례를 소개했다. 배당정책 수립, 자사주 소각, 내부거래 축소,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필요할 경우 공개서한과 주주총회 참석, 법적 대응까지 이어가는 방식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윤상녕 변호사는 단순히 의결권 반대율이나 주주서한 발송 건수만 집계해서는 이러한 활동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수년에 걸쳐 대화를 이어가고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나 자본배분 정책을 바꾸는 활동은 정량 지표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신한자산운용은 종합자산운용사와 행동주의 운용사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미지 신한자산운용 팀장은 회사의 ETF 자산이 20조원을 넘어섰으며 전체 주식자산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불과 3~4년 전 약 10%에서 현재 절반 수준까지 커졌다고 설명했다.

ETF는 특정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ETF 비중이 높아질수록 개별 기업에 대한 보유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분산되는 만큼 특정 기업을 상대로 실질적인 관여활동을 벌이는 데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정 기업의 경영 개선을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주의 운용사와 종합운용사의 주주활동 방식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한자산운용은 그렇다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자체에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의결권 행사 기업 수를 과거 100곳 미만에서 올해 약 300곳까지 확대하고, 올해 들어 지배구조와 과소배당, 주주환원, 중복상장 문제 등을 놓고 16개 기업에 주주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은행 계열 운용사 특유의 이해상충 문제도 제기됐다.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가 동일 기업과 각각 대출·기업금융·투자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운용사의 주주활동이 계열사 영업 관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등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점검 위한 점검 안돼무엇을 왜 했는지 봐야”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의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이행점검 체계가 오히려 형식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운용사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ESG기준원, 국회에 이어 향후 국민연금과 다른 연기금에도 각각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기관마다 다른 양식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실제 주주활동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별도의 체크박스식 표준 서식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보다 운용사가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를 설명하도록 하고 그 판단 근거와 기록을 평가한다. 일본 공적연금(GPIF) 역시 단순한 활동량보다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한 관여활동인지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황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황 연구위원은 특히 의결권 행사 방향 자체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에 다른 운용사가 찬성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부적절한 의결권 행사로 평가할 경우 운용사들이 국민연금 판단을 그대로 따라가는 새로운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독립적 판단 과정과 이해상충 관리, 기업과의 대화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실제 기업가치 개선으로 연결됐는지를 사후 평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가 감독기관이 원하는 답을 찾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기관투자가 스스로 책임지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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