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고용평등상담실과 함께 사라진 것

서울여성노동자회 2026. 9. 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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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원스톱 지원을 위한 창구 단일화로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더욱 높여나가겠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민간고용평등상담실(아래 민간고평실) 사업을 폐지하고 지방노동청 고용평등상담지원관 운용으로 사업을 전환하겠다며 고용노동부가 밝힌 자료의 제목이다.

민간고평실은 피해자의 곁에서 신뢰를 쌓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며, 제도를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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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 기획시리즈 ④ ] '피해자 삶의 회복'이라는 독보적 역할

[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 상담에서 권리구제까지 원스톱 지원을 위한 창구 단일화로 피해 권리구제 실효성을 더욱 높여나가겠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민간고용평등상담실(아래 민간고평실) 사업을 폐지하고 지방노동청 고용평등상담지원관 운용으로 사업을 전환하겠다며 고용노동부가 밝힌 자료의 제목이다. 행정력과 공권력을 가진 고용노동청에서 직접 처리하는 것이 사건 해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고용평등 '상담' 나아가 관련 사건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

고용평등상담의 대부분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나 임금 차별 등, 고용상 성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동자, 특히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일터에서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관이 사건 처리에 유리할 수도 있으나 법의 집행만으로 사건이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 사건의 중심에는 서류가 아니라 '사람', 즉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사건의 '처리'가 아니다.

대부분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한 번의 상담이나 신고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청 신고를 결심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신고 이후에는 조사와 판단, 직장 내 관계 변화와 2차 피해라는 또 다른 과정이 이어진다.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왔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된 것도 아니다.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는 계속 그 일터에서 살아가거나, 새로운 일터를 찾아야 하거나,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의 독보적 역할과 특징

관이 관료적 절차와 법적 한계에 부딪힐 때, 민간고평실은 피해자의 삶에 밀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울고 함께 싸워왔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는 피해자 곁에서 그들이 신고 등 제도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노동청이나 경찰 조사에 동행 지원한다. 노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연계하며, 기자회견과 여론을 통해 행위자와 사업주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렇듯 민간고평실은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식을 함께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단순히 보호받는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고 사건을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당사자가 된다. 한 사람의 회복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결국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한 걸음 앞당기는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상담 건수로 평가될 수 없는 민간고평실의 중요한 상담 특징이다.

더구나 민간고평실은 상담실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고평실은 매일같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제도의 빈틈을 발견한다. 법과 제도의 빈틈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어떤 피해가 반복되는지, 노동자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가장 먼저 발견한다. 그렇게 축적된 상담 사례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고, 정책을 바꾸는 근거가 된다.

민간고평실은 수많은 상담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실효성 문제를 이야기해 왔고,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한 차별의 현실을 사회에 고발했으며, 여성노동자가 겪는 구조적 차별을 공론화해 왔다. 상담실은 단순한 민원창구가 아니라 현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을 변화시키는 정책의 출발점이었다.

또한 사업장을 찾아 예방교육을 하고, 노동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식을 확산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피해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차별과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행정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그러나 삶까지 회복시켜 주지는 않는다
▲ 민간고용평등상담실 즉각 복원·확대 촉구 기자회견.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2026.9.9.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과제로 약속한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을 완전 복원해야 하며,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필요한 예산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 사)서울여성노동자회
민간고평실은 피해자의 곁에서 신뢰를 쌓고, 지역사회와 연결되며, 제도를 개선하고,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고용평등, 나아가 성평등 노동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은 사건을 처리하는 하나의 창구가 아니라,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고,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겹의 안전망이다. 민간고평실이 바로 그 안전망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고용평등과 일터의 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안전망을 사업 폐지 이전 수준으로 복원할 뿐만 아니라 더욱 확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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