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면접 ‘정장 자제령’…“뭘 입냐, 돈 더 쓸 판” 공시생 불만

김정재 2026. 9. 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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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가 공무원 면접시험 응시자들에게 “남녀 모두 정장 착용을 피하라”고 안내했다. “간편한 옷차림을 통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면접에 참여하라”는 취지다. 이를 두고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선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만 더 늘어나게 됐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정장 재킷을 입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혁신처는 10일 국가공무원 채용시스템에 “오는 10월부터 인사처가 시행하는 면접시험에선 남녀 모두 정장 착용을 지양하라”며 “특히 넥타이·정장 구두 착용은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이어 “만약 넥타이·정장 구두 착용 시 넥타이는 풀고 정장 구두에는 덧신을 씌울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인사처는 “대신 자신의 역량 발휘에 지장을 주지 않는 ‘깔끔한 평상복’을 면접 복장으로 권장한다”며 겉옷·셔츠·뜨개옷(니트)·통바지(슬랙스)·청바지·단화·운동화 등을 예시로 들었다. ‘권장하지 않는 복장’으론 등산복·운동복(트레이닝복)·반바지·민소매·뾰족구두(하이힐)·실내화(슬리퍼) 등을 제시했다.

인사혁신처가 10일 공고한 면접 복장 예시. 사진 인사혁신처


인사처는 지난 2016년부터 ‘자율 면접 복장’을 강조해 왔다. 당시 김동극 인사처장은 “값비싼 정장 착용이나 미용·화장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면접에서 옷차림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시생들 사이에선 “정작 편한 옷차림으로 가면 첫인상이 좋아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이 때문에 상당수 응시자들이 정장을 고집했다.

채용업체들이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수년째 ‘복장’이 첫인상에서 호감도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는 점 역시 이들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 2022년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직장인 279명을 대상으로 ‘면접 복장이 지원자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질문에 87.1%가 “첫인상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이어 면접 복장 때문에 호감이 생겼던 경험이 있다고 답한 면접관들에게만 ‘호감을 주는 복장 유형’을 선택하도록 한 결과, 단정한 세미정장 및 정장(90.1%)을 답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복장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각 8.6%와 1.3%에 불과했다.

면접관련 설문 통계. 사진 잡코리아


이런 분위기 탓에 인사처의 자율 복장 권고에도 약 10년 동안 정장 외 편안한 복장을 선택하는 공시생이 별로 늘지 않자, 결국 인사처가 ‘자제’, ‘금지’ 등 한층 강한 표현을 포함한 지침을 새로 내놓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인사처는 공고 이유에 대해 “과거부터 간편한 옷차림을 권장해 왔음에도 실제 면접장에는 대부분 정장을 입고 나타나면서 면접 분위기가 ‘부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특히 구두의 발자국 소음 등이 시험 운영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처의 지침에 대해 일부 공시생들은 “정장을 구매하지 않아도 돼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무더운 여름에 정장을 입지 않아도 돼 좋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공시생들은 “오히려 고민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3년째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30대 남성 문모씨는 “면접용 정장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데, 간편한 옷차림을 하라고 하니 깔끔한 옷을 새로 준비해야 해 돈을 더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청년 구직자의 취업 준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서울시 ‘취업 날개’ 서비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이용자 38만명을 기록했다. 이용자 만족도도 평균 97.9%에 달한다.

2023년 서울 서대문구 정장 대여업체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정장 무료 대여 '취업날개 서비스'를 통해 면접정장을 살펴보는 모습. 뉴스1


공시생 커뮤니티 등에서도 “정장을 아예 ‘금지’한 것도 아니고, ‘자제하라’고 안내해 헷갈리기만 한다”거나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더 좋게 보이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6급 공무원 A씨는 “만약 다른 지원자들이 모두 정장을 입을 경우 자신만 눈에 띌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것 같고, 혹시 모를 평가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있다”며 “지원자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추가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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