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한자 본떠 만들어" 귀를 의심했다…경복궁에서 '무자격 가이드', 역사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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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정찬규씨(49)는 최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 외국인 가이드가 관람객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고 귀를 의심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정확한 역사·문화 정보를 전달할 전문 인력의 역할도 중요해졌지만 무자격 가이드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기에는 단속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지환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가이드의 설명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라며 "역사·문화에 대한 교육과 자격 검증, 현장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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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해도 단속 여전히 사각지대
자격자 현장 이탈에 자격 완화도 논란
"조선 왕들은 중국 황제의 신하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7년 차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정찬규씨(49)는 최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 외국인 가이드가 관람객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고 귀를 의심했다. 조선 왕들이 중국 황제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말에 이어 "세종대왕이 한자 모양을 본떠 한글을 만들었다"는 설명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잘못된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고 있다"며 "국내 대표 관광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고 했다.

K컬처 인기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주요 관광지에서 활동하는 가이드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자격을 갖추지 않은 가이드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안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역사·문화에 대한 잘못된 정보까지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명으로 2023년 1103만명보다 71.7%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정확한 역사·문화 정보를 전달할 전문 인력의 역할도 중요해졌지만 무자격 가이드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기에는 단속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무자격 가이드들은 단속 과정에서 자신이 가이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어 실제 안내 행위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가이드가 아니라 지인이다" "운전기사일 뿐 가이드는 따로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거나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단속이 나오면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자기들끼리 정보가 공유돼 있고, 적발을 피하려고 갑자기 한국말을 못하는 척하거나 '가이드가 아니라 친구'라고 잡아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관계기관과 함께 가이드 62명을 점검했지만 무자격 적발은 6건에 그쳤다. 이후 서울시는 올해 들어 별도의 단속을 진행하지 않았다. 명동과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가 밀집한 종로구·중구·마포구 등 관할 자치구 역시 신고가 들어왔을 때 대응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어 상시적인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무자격 가이드의 주요 문화유산 입장을 사전에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문제는 무자격 가이드의 활동이 단순한 자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시장이나 쇼핑, 음식·공예 체험 등도 관광객에게는 한국 문화와 산업을 이해하는 과정이 될 수 있어 안내 과정에서 전달되는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경복궁에서 중국 황제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관광객들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등 한국 문화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윤지환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가이드의 설명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라며 "역사·문화에 대한 교육과 자격 검증, 현장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내년 4월부터 2년간 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러시아어·이탈리아어·아랍어 등 6개 언어권의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200시간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부 특수언어권 가이드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지만 현장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자 3만9109명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비율은 25.4%에 불과하다. 자격을 취득한 사람 4명 중 3명가량이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5년 전 자격증을 취득한 관광통역안내사 심모씨(41)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현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숫자만 보고 시험 문턱부터 낮추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반대했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측도 자격자 공급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인력 활용 구조와 무자격 영업 관행을 그대로 둔 채 자격 취득자만 늘릴 경우 자격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유자격 가이드가 현장을 떠나는 원인과 무자격 인력이 활용되는 구조를 함께 살펴보고 현장에서 자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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