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시원은 국정원을 어떻게 대북송금 사건에 끌어들였나

김화빈 2026. 9. 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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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국가정보원 2급 비밀 문건을 입수했다. 국가정보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특별감사 결과와 미공개 자료인데, 검찰 공소사실·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내용과 윤석열 정부 국정원의 개입 정황 등이 담겨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국정원 비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 감사부서가 2025년 10월 9일 생산한 '대북송금 사건 재판 관련 전 정부 대통령실 개입시도 의혹'이라는 제목의 2급 비밀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기재부가 검찰 공소 사실과 배치되는 자료를 1심 재판부에 제출하자 개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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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2급 비밀 입수 6] 국정원 통해 쌍방울 돈 받은 북한 기관 '외환거래법상 제재대상' 만들기 시도

<오마이뉴스>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국가정보원 2급 비밀 문건을 입수했다. 국가정보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특별감사 결과와 미공개 자료인데, 검찰 공소사실·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내용과 윤석열 정부 국정원의 개입 정황 등이 담겨있다. <오마이뉴스>는 국가정보원 2급 비밀 문건을 최초 공개한다.

'국정원 2급 비밀 입수' 글 싣는 순서

1. [단독] 대북송금 검찰 압수수색 9일 전, 국정원에서 벌어진 일
2. [단독] 윤석열 취임 두 달 뒤, 수상한 국정원 TF 가동
3. [단독] 북한 공작원에 줬다는 이재명 뇌물, 그런데 국정원 판단은
4. [단독] 이재명 뇌물이라는 그것... 북한 훑었지만 없었다
5. [단독] 국정원 미공개 자료엔 "쌍방울, 대북사업 이용 주가조작"
6. [단독] 이시원은 국정원을 어떻게 대북송금 사건에 끌어들였나 <편집자말>

[김화빈 기자]

▲  국정원 2급 비밀 문서
ⓒ 봉주영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국정원 비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그 중심에는 검사 출신인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있었다.

대북송금 사건 1심 재판 당시 쌍방울그룹으로부터 800만 달러를 받은 북한 기관 두 곳이 외국환거래법상 금융거래 제재대상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두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다.

쌍방울이 건넨 돈의 최종 수령처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면, 이는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유죄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당시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이 전 비서관은 대북송금 사건 외국환거래법 위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쟁점에서 기재부와 상반된 견해를 담은 국정원 보고서를 받아내려 했다. 인사 검증과 공직 감찰을 담당하는 이 전 비서관이 기재부의 기존 판단을 뒤집을 논리를 국정원에 요구한 셈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국가안보실까지 끌어들이려 했다.

앞서 이종석 국정원장은 지난 4월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 전 비서관의 이 같은 전횡을 폭로하고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 수사로도 이어졌는데,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정원 2급 비밀 문건에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직무범위를 이탈한 타 부처 고유 업무 개입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시원, 공소장과 배치된 자료에 "납득 안 돼" 국정원 압박
▲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7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채상병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국정원 감사부서가 2025년 10월 9일 생산한 '대북송금 사건 재판 관련 전 정부 대통령실 개입시도 의혹'이라는 제목의 2급 비밀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기재부가 검찰 공소 사실과 배치되는 자료를 1심 재판부에 제출하자 개입하기 시작했다.

당초 수원지방검찰청은 ① 북한의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가 외국환거래법상 금융제재대상에 포함되는데도 ② 당시 이화영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의 승인을 득한 후 ③ 김성태 쌍방울 회장으로 하여금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이재명 방북비용 대납금(300만 달러)을 보내게 했다고 이화영을 기소했다(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금융제재 대상에 외화를 지급할 수 없다고 규정한 외국환거래법 제15조 제2항 등을 위반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그런데 정작 기재부는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부장판사)에 북한 통전부와 조선아태위가 외환거래법에 따른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  국가정보원 2급 비밀 문건 중 '대북송금 사건 재판 관련 전 정부 대통령실의 개입시도 의혹' 문건의 내용 중 일부
ⓒ 오마이뉴스
이 전 비서관은 이 같은 기재부 유권해석에 "납득이 안 된다"라고 반발하며 사실상 국정원에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국정원장이 주관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해 대북제재 해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 협조가 여의치 않자, '해석 기준을 국가안보실(안보실)에 맡기자'거나 '안보실 관계비서관도 (800만 달러를 받은 북한 기관이) 노동당 산하인 것을 아는 이상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는 취지'라고 언급하면서 안보실을 통해 (검찰에 유리한) 대북제재 관련 광의의 해석 기준을 마련하려고 했다. 이 정황은 비밀 문건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정원은 이를 두고 "공직기강비서관실 직무범위를 이탈한 타 부처 고유 업무 개입 시도"라고 규정했다. 비밀 문건에는 조 전 원장이 해외 출장 중(2024.2.27~3.3) 이 전 비서관의 언급을 보고 받고 부정적 반응을 표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태용은 제동 걸어... '재판에 영향 미칠 가능성에 부담'
▲  국가정보원 2급 비밀 문서 중 대북송금 사건 재판 관련 전 정부 대통령실의 개입시도 의혹 문건 내용 중 일부
ⓒ 오마이뉴스
이 전 비서관은 황원진 전 국정원 2차장을 통해 '통전부와 조선아태위가 북한 노동당의 일부이며 두 기관이 진행한 대남 거래는 노동당이 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 보고서를 전달 받았다. 사실상 800만 달러를 받은 두 곳을 외국환거래법상 금융제재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뒤늦게 파악한 조 전 원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서 삭제했다.

국정원은 "공직기강비서관실 국정원 파견관 임아무개(4급)가 기재부 유권해석과 관련해 국정원에 서면으로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라며 "이에 황 전 2차장이 (2024년) 3월 1일 (국정원의) 해외수집·대북전략 담당 부부서장에게 ▲ 노동당 대북제재 지정 경과 ▲ 노동당·통전부 관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국정원의 대북전략 담당 부부서장인 오아무개가 같은 해 3월 4일 황 전 차장 검토를 마친 보고서를 공직기관비서관실에 전송했는데, 오씨는 뒤늦게 별도의 '조태용 수정본'이 있음을 인지하고 보고서를 회수했다. 국정원은 "조태용 수정본은 통전부·노동당 관계 부분이 삭제된 문서"라며 "대북제재 대상에 대한 해석내용을 일체 적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황 전 차장이 조 전 원장에게 질책당한 대목도 확인됐다. 황 전 차장이 임씨(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국정원 파견관)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이 그걸(자신이 검토한 보고서) 왜 보냈냐고 하신다"라며 "이미 보고드렸다면 그냥 두라"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에 의하면 임씨는 '(통전부와 조선아태위가) 제재대상에 포함된다(황 전 차장 검토본)'는 취지로 이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전반적인 상황을 재구성하면 조태용 원장이 출장에서 귀국 후 황 전 차장 주도 하에 작성된 보고서를 뒤늦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해석내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관련 내용 전부 삭제를 지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처음이 아니다... 채해병 수사외압부터 증거조작 연루까지

이 전 비서관이 직무범위를 벗어난 타 부처 업무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합특검은 이 전 비서관이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과정에서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해병대 압수수색 계획을 보고받고 이를 임기훈 당시 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누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기록이 경북청에 처음 이첩될 때 임 전 비서관과 11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드러나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도 받았다. 이 전 비서관은 검사 시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정직 1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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