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폐기물 200종 뒤져… 재활용 최적 폐이불 찾아냈죠”

박상은 2026. 9. 11. 00: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분자 형태로 되돌려 재활용한다.

세계 각국의 재생원료 수요가 늘수록 '좋은 폐플라스틱'의 가치는 올라간다.

SK케미칼은 현재 중국 산시성에 폐플라스틱 처리 시설인 원료혁신센터(FIC)를 건설 중이다.

유럽은 포장재·포장폐기물 규정(PPWR), 지속가능제품 에코디자인 규정(ESPR) 등 재생원료 사용과 재활용을 고려한 제품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직장인리포트] SK케미칼 원료혁신팀
中 재활용 공장에 새 원료 공급 구축 미션
고물상·재활용업체 안 가리고 발로 뛰어
버려지는 양 많고 선별 간단한 원료 구해
차기 원료, 의류 분야 중점적으로 살필 듯
SK케미칼 리사이클 본부 원료혁신팀의 유지웅 매니저, 김영환 팀장, 김선우 매니저(왼쪽부터)가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플라스틱 구조와 원료 모형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원료혁신팀은 중국 주재원 포함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팀장은 “화학전공자부터 기획, 컨설팅, 신사업 개발 등 각기 다른 이력을 가진 팀원들이 모여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분자 형태로 되돌려 재활용한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이상적인 해법이지만 플라스틱 순환경제 실현의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닌 ‘원료’다. 수많은 폐플라스틱 중 좋은 품질과 적정한 가격, 안정적인 수급 조건을 갖춘 폐기물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케미칼에는 이 문제를 전담하는 원료혁신(Feedstock Innovation)팀이 있다.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해중합 기술’ 공장에 투입할 새로운 원료를 찾아내는 조직이다. 세계 각국의 재생원료 수요가 늘수록 ‘좋은 폐플라스틱’의 가치는 올라간다. SK케미칼은 이 시장 선점이 미래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료혁신팀은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10여개국에서 수집한 200종 이상의 원료를 검토했다. 그 결과 폐이불, 폐현수막, 페트(PET)를 분쇄할 때 나오는 미세 조각 등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했다. 지난 9일 원료혁신팀을 만나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던 원료 발굴 여정을 들어봤다.

쓰레기에서 원료를 찾다
“폐기물은 가격표가 없습니다. 지역별로, 사업자별로 거래가 파편화돼 있고 시장 데이터도 부족하죠. 그래서 현장에 직접 가야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합니다.“

김영환 팀장은 2023년 SK에코플랜트에서 SK케미칼 리사이클 본부로 자리를 옮겨 3년 넘게 팀을 이끌어왔다. 원료혁신팀이 꾸려진 건 회사가 중국 산터우에 화학적 재활용 제품 생산 공장을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화학적 재활용은 물리적 재활용(플라스틱을 파쇄하고 녹여 새 제품을 만드는 방식)과 달리 섬유나 유색 페트 등도 원료로 활용할 수 있고, 새 플라스틱과 동등한 품질의 제품으로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업화’다. 원료혁신팀의 미션은 원료 발굴을 넘어 공장에 투입할 새 원료 공급 체계 자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김 팀장은 우선 2주간 중국에 머물며 폐기물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은 14억명 인구만큼 재활용 시장도 크지만, 한국과 다른 폐기물 회수·선별 구조를 갖추고 있어 발로 뛰는 현장 조사가 필수다. 플라스틱 컵을 모으는 폐기물 수거업자를 무작정 따라가기도 하고, 눈에 띄는 고물상에 들어가 거래 가격과 판매처를 묻기도 했다. 차로 3시간을 달려 시골 재활용업체를 찾았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아 길을 잃었던 일도 겪었다고 김 팀장은 돌아봤다.

그는 “폐기물 가치의 기준이 수거자마다, 선별장마다 다른 것을 보면서 우리만의 원료를 찾는 것이 사업 기회라는 걸 알게 됐다”며 “초기 시장 파악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중국은 폐기물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 국가”라고 말했다.

버려진 이불의 재발견
폐현수막이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거쳐 새로운 섬유가 되는 단계별 제품 모습. SK케미칼 제공
재활용에 필요한 요건은 공급 안정성, 선별 편의성, 이물질 최소화다. 원료혁신팀은 엑스레이 필름부터 폐의류까지 다양한 후보 원료의 데이터를 만들고 연구소에서 샘플을 분석했다. 가능성이 확인되면 t단위로 원료를 만들어 실제 공장에 넣어 검증한다. 전 공정 비용을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하며 경제성 있는 원료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발견한 대표적인 원료가 폐이불이다. 이불 속 폴리에스터 솜은 물리적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워 외면받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을 거치면 순수한 페트 소재만 뽑아 새 섬유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김 팀장은 “폐이불은 버려지는 양이 많고 뜯어보면 어떤 소재인지 바로 알 수 있어 선별이 간단하다. 옷처럼 여러 섬유를 혼방하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아 재활용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소재였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현재 중국 산시성에 폐플라스틱 처리 시설인 원료혁신센터(FIC)를 건설 중이다. 연말까지 폐이불과 페트 조각을 이용한 공정을 시험하고 내년부터 SK산터우 공장에 원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FIC 가동 시 폐플라스틱 원자재 비용을 약 2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선 2023년 전북 군산시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는 중이다.

재생원료 시대가 온다
원료 확보의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유럽은 포장재·포장폐기물 규정(PPWR), 지속가능제품 에코디자인 규정(ESPR) 등 재생원료 사용과 재활용을 고려한 제품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30년을 기점으로 관련 제도가 시행되면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을 넘어 어떤 폐기물을 사용했는지 출처까지 증명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거라 본다. 김 팀장은 “몇 년 뒤 SK케미칼이 재활용 시장의 리더가 돼 있다면 아마 우리가 원료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패션 브랜드들은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며 재생원료 섬유 사용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다. 원료혁신팀은 차기 원료로 의류 분야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에선 수작업으로 지퍼 같은 부속품을 떼어내고 재활용 가능한 의류만 선별하는 작업이 실제 이뤄지고 있어, 폐섬유를 다시 섬유로 순환시키는 텍스타일 투 텍스타일(T2T) 재활용이 가능한 구조다.

김 팀장은 “환경 문제를 개인의 책임감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리딩 제조기업들의 재생원료 수요 확대와 에코디자인 개발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결국 지구를 되돌리고 지키는 기술이 돈을 버는 산업으로 커나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