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셔도 그대로인 얼굴, 암 위험 낮은 걸까?

김서희 기자 2026. 9. 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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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음주로 인한 암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두 위험 유전자가 겹치면 경고 반응만 둔해지는 게 아니라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고농도로 체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며 "음주량이 늘어날 가능성까지 더해져 암 위험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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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음주로 인한 암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국립병원기구 구리하마의료센터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해당 병원에서 알코올의존증을 처음 진단받은 20~79세 일본인 남성 5214명을 대상으로 암 병력과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연구 분석 대상 유전자는 알코올 분해에 관여하는 ADH1B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분해에 관여하는 ALDH2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반응을 일으키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연구 결과, 참가자 중 385명이 음주 관련 암 병력을 보고했다. 위암이 204명(3.91%)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암 80명(1.53%), 식도암 73명(1.40%), 두경부암 55명(1.05%), 간암 31명(0.59%) 순이었다. 대부분의 암은 알코올의존증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된 것과 달리, 위암 환자의 절반 이상(51.5%)은 의존증이 심해지기 전 단계에서 이미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형에 따른 암 위험 차이도 뚜렷했다. ALDH2 비활성형 보유자는 활성형 보유자보다 두경부암 위험이 8.63배, 식도암 위험이 11.35배, 위암 위험이 1.54배 높았다. ADH1B의 경우 느린 대사형 보유자가 빠른 대사형 보유자보다 두경부암 위험이 1.99배, 식도암 위험이 3.05배 높았다. 반면 위암 위험은 0.65배로 오히려 낮았다. 두 유전적 위험 요인을 동시에 가진 264명에서는 위험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두 위험 유전자를 갖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두경부암 위험은 17배, 식도암 위험은 35배까지 높았다.

흥미롭게도, 암 위험이 높은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일수록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반응이 약했다. 실제 얼굴 홍조 경험을 조사한 결과, ALDH2 비활성형이면서 느린 대사형 ADH1B를 가진 사람의 52%가 “술을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ALDH2 비활성형이면서 빠른 대사형 ADH1B를 가진 사람에서는 같은 응답이 23%에 그쳤다. ADH1B 보유자의 경우 아세트알데히드가 서서히 생성돼 안면홍조라는 경고 반응 자체가 약하게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두 위험 유전자가 겹치면 경고 반응만 둔해지는 게 아니라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고농도로 체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며 “음주량이 늘어날 가능성까지 더해져 암 위험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캔서메디신(Cance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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