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종결한 내사, 재판서도 기록 못 봤다…소외된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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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부천 호텔화재 참사에서 맏아들을 잃은 송모(57)씨는 참사 이후 열린 17차례 형사 재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방청했다. 경찰이 소방당국의 과실 여부를 조사한 뒤 입건하지 않고 종결한 '입건 전 조사(내사) 기록'이다.
다만 부천 호텔화재 참사 유족은 사건 직후 내사에 착수한 경찰을 믿고 별도 고소·고발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의 '입건 전 종결사건 처리 규칙'에 입건 전 조사 기록을 수사기록과 분리·보관할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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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부천 호텔화재 참사에서 맏아들을 잃은 송모(57)씨는 참사 이후 열린 17차례 형사 재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방청했다. 사건의 진상을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런 송씨가 정작 확인하지 못한 기록이 있다. 경찰이 소방당국의 과실 여부를 조사한 뒤 입건하지 않고 종결한 ‘입건 전 조사(내사) 기록'이다.
2024년 8월 22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코보스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유족들은 참사 당시 소방이 고가·굴절 사다리차를 전개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고, 에어매트를 잘못 설치하는 등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에어매트를 설치한 현장 환경이 열악했고 애어매트 관련 운용지침이 없었다는 이유로 소방당국에 대해선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송씨는 10일 국민일보에 “소방당국은 경찰에 입건조차되지 않고 조사가 끝났다. 종결한 이유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유족들이 수사기록을 직접 보고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현행법상 내사 단계에서 종결된 조사기록에 관한 별도의 열람·복사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대통령령인 수사준칙 등을 보면 유족 등 사건관계인이 열람·복사할 수 있는 수사서류는 불송치 사건에 국한된다. 2027년 12월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고소인의 열람·복사권이 명문화돼 있지만 여전히 불송치된 사건에 한해서만 보장된다.
만약 유족이 소방당국을 고소·고발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경찰이 고소장을 접수한 사건은 통상 자동 입건돼 송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부천 호텔화재 참사 유족은 사건 직후 내사에 착수한 경찰을 믿고 별도 고소·고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입건하지 않으면서 송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로는 넘어가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유족은 열람·복사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 유족은 뒤늦게야 형사재판에서 열람·복사가 허락된 자료는 증거가 아니라 증거 ‘목록’뿐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사건에 대한 경찰·소방의 합동조사 보고서도 공유받지 못했다고 한다.
유족은 아직도 내사기록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소방당국에 대한 조사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지만, 검찰은 해당 기록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송씨는 “경찰이 검찰로 보냈다는 소방 기록에 대한 수사 내용은 빠져있어 누가 그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의 ‘입건 전 종결사건 처리 규칙’에 입건 전 조사 기록을 수사기록과 분리·보관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법원에 의무적으로 보내야 하는 수사기록에서도 내사기록은 제외될 수 있는 구조다. 피해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록을 열람하더라도 내사기록까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경찰이 입건조차 하지 않고 종결한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 없이는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피해자 측으로선 확인할 길이 없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유족은 결국 국가 등을 상대로 39억원대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문서송부촉탁신청’을 통해 기록 확보에 나서야했다. 지난 달 25일 열린 첫 재판에서 2년 전 참사 당시 경찰이 고가·굴절 사다리차의 블랙박스를 입수했다는 내용을 확인했지만, 아직도 해당 영상을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유족의 민사 소송을 대리하는 안상영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유족이 소방 활동에서 문제 삼는 부분에는 에어매트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에서 전개되지 않은 고가·굴절 차량도 있다”며 “경찰에서 조사·판단한 지점은 대부분 에어매트 운용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내사 단계에 대한 정보공개 절차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민 경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내사 사건도 종결된 사건에 한해 어떤 이유로 종결됐는지 피해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관련 법령이 명쾌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상 열람·복사 대상에 ‘내사종결된 사건’을 추가하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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