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품에 만족 못하는 컬리·에이블리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9.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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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발품’에 눈독

최근 컬리가 오프라인 상설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 플랫폼들의 엇갈린 옴니채널(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은 앞다퉈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반면, 당근과 쿠팡은 여전히 온라인 중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 성장세가 둔화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플랫폼마다 다음 성장 동력을 오프라인에서 찾을지, 아니면 온라인 안에서 정교화할지를 두고 다른 답을 내놓는 모습이다.

온라인 플랫폼들이 속속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며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컬리푸드페스타 팝업스토어(위)와 에이블리 AI 시착 서비스 화면(아래). (컬리, 에이블리)
컬리, 팝업에서 ‘상설’로

“고객 경험 확장해 구매로 연결할 것”

컬리는 그동안 팝업스토어 등 임시 매장 위주로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해왔다. 2022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 체험 공간 ‘오프컬리’를 열어 올리브, 치즈 등 식재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3년부터는 ‘컬리푸드페스타’를 정기적으로 열었고, 2024년부터는 뷰티 영역까지 넓혀 연 2회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설매장 오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팝업스토어 운영을 통해 ‘경험 확장’에 대한 고객 니즈가 있는 것을 확인,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란 게 컬리 측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의 엄선된 큐레이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콘셉트나 방향성은 확정하지 않았다. 고객에게 가장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진출 성공한 플랫폼들

무신사·에이블리…공통점 ‘패션·뷰티’

기존에도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을 펴는 플랫폼 기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 이들은 화장품, 패션, 생활용품 등 ‘비(非)식품 버티컬 플랫폼’인 경우가 많았다. 무신사, 에이블리, 다이소, CJ올리브영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은 상품의 부피가 작고 카테고리가 비교적 한정적이어서 30~100평 안팎에 불과한 오프라인 매장도 물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패션 플랫폼은 앱 안에서 이뤄지던 ‘취향 쇼핑’을 실제 공간으로 옮겨 온·오프라인이 서로 트래픽을 밀어주는 옴니채널 전략이 시너지를 내기 쉽다는 평가다. 패션 트렌드가 비슷한 스타일을 좇는 메가 트렌드에서 초개인화로 바뀌면서, 직접 보고 만지고 입어보는 경험의 가치가 커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후발 주자들이 성수동에 매장을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신사의 텃밭인 성수동이 최신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징적 지역이자, 미디어 노출 효과가 큰 무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옴니채널의 대표 주자는 단연 무신사다. 2022년 본사를 성수동으로 이전한 이후 ‘스탠다드 성수’ ‘스토어 성수’ ‘엠프티 성수’ 등 다양한 콘셉트의 오프라인 매장을 출점해왔다. 최근에는 패션을 넘어 ‘뷰티’ 매장도 적극 전개 중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2026년 2월 오픈)’, 메가스토어 성수 뷰티 상설 공간(2026년 4월)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9월과 11월에는 서울 홍대, 성수에 각각 400평대 규모의 대형 뷰티 매장도 열 계획으로 알려진다.

성과도 눈부시다. 올해 1~5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방문객은 1600만명을 기록, 전년 동기(1000만명) 대비 60% 이상 늘었다. 여름 할인 행사 기간 온라인 하루 평균 활성 사용자 수(DAU)와 성수 메가스토어 오프라인 거래액은 각각 70%, 40% 증가했다.

에이블리도 오는 10월 서울 성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고 이후 10여개까지 거점을 순차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와 AI 개인화 추천 역량을 기반으로 상품 큐레이션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일반 소호 패션 상품은 물론, 뷰티 PB, 팝업 콘텐츠, F&B까지 다채로운 카테고리와 체험 요소를 유연하게 결합해 로컬 베이커리 팝업을 시작으로 소상공인 셀러와의 협업도 넓혀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쿠팡·당근은 “온라인 온리”

아마존·티몬 실험 실패 ‘타산지석’

반면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선을 긋는 플랫폼도 적잖다. 쿠팡과 당근이 대표적이다. 무시로 팝업스토어는 운영하면서도 상설매장 운영을 통한 본격적인 오프라인 진출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당근은 지난 2024년 12월 ‘원마일 워크 클럽’을 운영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 ‘모든 일엔 때가 없다’는 슬로건 아래 언제든 근처(1Mile)에서 일할 수 있는 당근알바를 홍보하기 위한 팝업스토어였다. 쿠팡 역시 뷰티 등 일부 카테고리의 팝업스토어는 운영해도 상설매장은 아직 전례가 없다. 당근 관계자는 “당근이 생각하는 로컬의 핵심은 오프라인 공간 자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이웃, 가게와 고객이 더 쉽고 편리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며 “기술을 통해 이들이 더 활발하게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당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중고거래, 알바, 비즈프로필, 포장주문, 중고차, 부동산 등 지역생활과 상권을 연결하는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아마존과 티몬이 각각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했다가 쓴맛을 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 식료품점 ‘아마존 프레시’, 티몬은 상설 큐레이션 매장 ‘파워딜’을 한때 운영했지만 확장에 실패하고 전면 철수한 바 있다. 생활용품, 화장품, 패션에 특화된 플랫폼과 달리 F&B(식음료) 또는 너무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한 탓에 운영 효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을 파는 곳들은 매장을 물류 거점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쿠팡이 쿠팡이츠를 통해 편의점 배송을 활용하는 것처럼, 직접 배송 능력이 없는 곳과 협업하거나 다크스토어 기반 퀵커머스로 풀어내는 쪽이 현실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컬리의 도전은 이례적이다. 컬리는 뷰티 카테고리도 운영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선식품 중심의 버티컬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신선·냉장 식품은 화장품이나 의류보다 부피가 크고 온도 관리가 까다로워, 매장을 그대로 배송 거점으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런 만큼 컬리의 상설매장이 기존 성공 공식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컬리가 강조해온 ‘경험’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뷰티·패션처럼 오프라인이 곧바로 물류 효율로 연결되는 카테고리가 아니라면, 매장은 결국 브랜드 체험과 마케팅 공간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컬리만의 신선식품 큐레이션 경쟁력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6호(2026.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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