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18억원 피해 낳은 올림픽공원 시위, 손해배상은 누가?

6·3 지방선거 이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98일째 이어지면서 시설 대관료 등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 등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한 시위 특성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핸드볼경기장 운영주체인 한국체육산업개발(체육산업)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위 시작 이후 이달 27일까지 예정됐던 핸드볼경기장 대관 행사 가운데 총 15건이 장소를 변경하거나 취소했다. 이 중 행사 취소(13개)로 체육산업이 환불한 대관료만 약 10억7000만원에 달한다. 약 9만4000명이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에도 예정된 공연이 남아 있어 봉쇄가 이어질 경우 대관료 손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시위 활동으로 인한 건축물 파손 등 복구 비용까지 더하면 손해는 더 불어난다. 방화문·출입구 파손 등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파손 복구 비용만 해도 약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산업은 파손비용을 더한 추산 손실 금액이 지난달까지 약 18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경기장 안 사무실을 사용하는 단체도 부담이다.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9개를 비롯해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12개 단체는 경기장 폐쇄로 인해 외부 사무실 임차료 등 추가 비용을 치르고 있다.
선관위가 책임지나…“귀책사유 인정 제한”
경기장 운영 업체에선 당초 시설물을 빌린 선거관리위원회에 우선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체육산업은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부터 지난 7월 12일까지 39일간 대관료를 2억151만5700원으로 추산한 뒤 송파구 선관위에 비용을 청구했다. 체육산업이 산출한 대관료를 단순 계산하면 1일당 약 516만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추정하면 100일간 대관료는 약 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선관위에 대관료 부담 책임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정부법무공단은 선관위의 비용 부담 책임에 관해 “귀책사유가 전적으로 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증명한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민법 390조)는 법 규정과 ‘계약 관계가 소멸한 이후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게 없는 경우 임차인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 등이 근거다.
“현실적으로 시위 참여자 책임 묻기 어려워”
시위 참여자에게 손해 배상 책임을 묻는 건 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가 명확하지 않고, 여러 시민이 시위에 참여한 상황이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을 특정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7월 “시위 중인 불특정 다수와 송파구 선관위 사이에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사용자가 시위 참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개별 시위 참여자 특정해 불법행위의 책임을 묻는 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법조계에선 업무 방해 등 위법행위가 확인된 일부 시위 참여자에게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현실적이란 입장이 다수다. 이른바 ‘올다르크’라고 불린 30대 여성 시위 참가자는 지난 6월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진입할 때 약 2시간 동안 출입문을 붙잡고 버틴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변호사는 “손해는 약 100일 동안 이어졌지만, 하루만 시위에 참여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시위 참여자의 배상 책임 여부는 각각 개별적,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사건은 모두 137건이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137건 중 88건은 종결했고, 49개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이 가운데 44건은 폭행 사건이고, 나머지 5건은 경찰관 모욕이나 명예훼손 혐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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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집회 불법행위, 경찰 책임은?
일각에선 국가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치안 유지 의무가 있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피해가 커졌단 주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경찰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선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의한 위법행위”가 입증돼야 하는데, 미신고 집회를 해산하지 않은 것이 경찰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탓이다.
대법원은 2012년 반도체 회사 규탄 집회에서 해산명령에 불응했다가 기소된 박모(당시 35)씨 등 사건에서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 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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