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절한 형제, 내 곡 뺏은 팝스타, 콩쿠르 경쟁자…음악으로 말하는 브로맨스
![영화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의 중심 인물인 리암 갤러거(왼쪽)와 노엘 갤러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joongang/20260910114838144djxk.jpg)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등 돌렸던 형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두 피아니스트, 명곡을 놓고 어긋나는 뮤지션들…. 음악으로 얽힌 남자들의 이야기가 스크린과 안방 극장을 동시에 찾아왔다.
9일 개봉한 영화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는 세계적인 록 밴드 오아시스의 멤버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의 재결합을 소재로 한다. ‘돈 룩 백 인 앵거’는 분노로 과거를 돌아보지 말라는 뜻의 오아시스 대표곡 제목이다.
![영화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의 중심 인물인 리암 갤러거(왼쪽)와 노엘 갤러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joongang/20260910114839406fsbt.jpg)
영화는 형제의 단절과 재회를 오간다. 둘은 2009년 프랑스 파리 콘서트 직전 갈라섰다. 불화설을 달고 살았던 형제가 공연 직전 대기실에서 크게 싸운 후 탈퇴를 선언했고 그 해 예정된 유럽 투어는 모두 취소됐다. 카메라는 그로부터 16년 후인 지난해 오아시스의 월드 투어 6주 전의 연습실을 비춘다. 그간 의절하고 살아온 형제는 투어를 결정하고서도 켜켜이 쌓인 앙금을 내려놓지 못했다. 첫 연습에서 둘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연습이 끝날 무렵 리암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노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존경스럽다”며 동생을 비꼰다.
그랬던 두 사람의 관계는 투어가 진행되며 조금씩 바뀐다. 첫 콘서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무대에 오르던 둘은, 시간이 지나며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등장한다. 서로의 얼굴을 몰랐던 리암과 노엘의 자녀들은 아빠의 콘서트를 찾았다가 부쩍 친해졌다. 둘의 화해를 누구보다 바랐던 관중들은 눈물 흘리며 열광한다.
![영화 싱어게인 속 대니(왼쪽)와 릭.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joongang/20260910114840684adrt.jpg)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싱 어게인’ 속 두 남성 뮤지션의 관계는 좀 더 복잡하다. 영화는 무명 가수 ‘릭’(폴 러드)과 팝스타 ‘대니’(닉 조나스)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릭은 자신이 속한 밴드가 공연하는 한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온 대니를 만난다. 둘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곡을 쓴다.
훈훈한 추억으로 마무리될 뻔했던 관계는, 대니가 릭의 곡 ‘하우 투 라이트 어 송 위드아웃 유’를 자신의 자작곡으로 발표하면서 반전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둘이 눈물까지 쏟으며 심하게 다투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릭은 “과대망상”이라며 자신이 곡의 주인이라 주장하지만 닉은 작곡 비하인드를 털어놓으며 “너는 진짜가 아니야”라고 일침을 놓는다.
![영화 '싱어게인'에서 대니와 릭이 서로 교감하며 곡을 쓰는 장면.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joongang/20260910114841931gxec.jpg)
tvN에서 방영 중인 ‘포핸즈’는 예술고등학교 피아노 전공생들의 우정과 경쟁을 그린다. 배우 송강은 세계적인 음악가 할아버지에게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열패감을 느끼는 ‘강비오’를, 이준영은 재능은 많지만 사채업자에게 쫓길 정도로 가난한 천재 피아니스트 ‘최정요’를 연기한다.
피아노 한 대를 두 사람이 연주하는 방식을 뜻하는 ‘포핸즈’처럼, 때로는 경쟁하고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두 사람의 관계가 극의 중심축이다. 비오와 정요는 어린 시절 콩쿠르에서 경쟁했었고 집안 환경과 성격, 피아노 스타일까지 모두 다르지만 포핸즈로 합을 맞추며 가까워진다. 비오는 정요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정요는 비오가 피아노 연주를 즐길 수 있게 이끈다. 그러나 비오의 할아버지가 정요의 재능에 관심을 보이며 둘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다.
![드라마 '포핸즈'에서 최정요 역을 맡은 이준영(왼쪽)과 강비오 역을 맡은 송강. [사진 tvN]](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joongang/20260910114843185vmln.jpg)
음악을 중심으로 동료이자 친구, 때로는 경쟁자의 관계를 맺는 남성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간 음악 영화·드라마에서 중심을 이루는 관계는 연인, 가족, 사제 관계 등이 많았다. 국내에서도 흥행한 ‘어거스트 러쉬’(2007)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위플래쉬’(2015)는 극단적인 사제관계를 음악을 통해 풀어냈다. ‘라라랜드’(2016)는 음악과 춤을 매개로 한 연인의 사랑이 중심 서사다.
주인공들이 표현하는 감정의 결이 더욱 복잡하고 섬세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 우정이 아닌 경쟁심과 동경, 질투와 애정, 갈등과 화해가 뒤섞인 관계를 음악이라는 언어로 표출하면서 기존 ‘브로맨스’와는 다른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싱 어게인’의 감독 존 카니는 두 주인공에 대해 “‘릭’은 자기가 만난 젊은 친구 ‘대니’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보며 사랑에 빠진다”며 “전통적인 의미의 러브스토리는 아니고, 더 나은 표현이 없어서 ‘브로맨스’라고 부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그런 감정이 흐르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드라마 '포핸즈'의 이준영과 송강이 서로에게 기대어 잠든 모습. [사진 tvN]](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joongang/20260910114844463zpvf.jpg)
공희정 평론가는 “‘브로맨스’는 주로 의리로 해석되며 남성적인 장르인 액션, 느와르와 결합해왔지만 최근 대중들이 동성애 코드에까지 익숙해지면서 남성끼리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며 “음악은 말로 하면 지나치게 직접적일 수 있는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어 두 인물의 미묘한 관계성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대중음악의 역사가 비극적일 정도로 남성 뮤지션 위주로 흘러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뒤늦었을 정도로 익숙한 서사 구조”라면서도 “음악 드라마·영화의 성패 역시 좋은 음악,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닌 서사로 갈리는만큼 이들 영화, 드라마도 음악적인 요소가 스토리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Q 74 딸에 “근친상간했지?”…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진실 | 중앙일보
- 24세 먹방 유튜버의 비극…사망 사흘전 “칼륨 부족 입원” 고백 | 중앙일보
- 감방서 자살한 병역거부 아들…“시신 거부” 그 부모의 실체 | 중앙일보
- “남편 때문에 다 잃었다”…윤석열·김건희 부부 관계의 진실 | 중앙일보
- 실종 여성 시신 100㎞ 밖서 발견…8년 만에 되살아난 ‘제주 괴담’ | 중앙일보
- 김건희 “남편 때문에 재산·명예 잃었다” 눈물의 최후진술 | 중앙일보
- “아디다스와 관계 끊어라”…광고 논란에 제니까지 불똥, 무슨 일 | 중앙일보
- 수영장 숙소 월 50만원, 밥값 2000원…‘한달살기 성지’ 된 이 섬 | 중앙일보
- 근육통 한방에 지웠다…EPL 스타도 푹빠진 ‘흡혈귀 묘약’ 정체 | 중앙일보
- 대학가 5층 하숙집 돌연 붕괴…‘최소 5명 사망’ 발칵 뒤집힌 이 나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