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을 부르는 우렁각시 이야기

이완우 2026. 9.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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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북 완주 고산면 만경강 수변생태공원 부지에서 제6회 전국 생물다양성 대회와 제13회 전북 친환경 농업인대회가 열렸다.

그래서 친환경 농업인대회와 함께 열리는 생물다양성 대회는 생태계 회복의 현장과 그 친환경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생물다양성대회 행사장의 으뜸 볼거리는 친환경 논생물 체험장이었다.

생물다양성대회와 친환경농업인 대회의 공개 행사가 개회를 선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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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생물다양성대회와 전북 친환경 농업인대회 탐방 여행

[이완우 기자]

 전국 생물다양성 대회와 전북 친환경 농업인대회. 행사장 무대의 대형 스크린
ⓒ 이완우
지난 9일, 전북 완주 고산면 만경강 수변생태공원 부지에서 제6회 전국 생물다양성 대회와 제13회 전북 친환경 농업인대회가 열렸다. 기자는 올봄에 임실군 친환경농업인협회에 가입했고, 산골 농부의 마음으로 처음 참가한 친환경 농업 관련 대회였다.
친환경 농법으로 경작하는 논밭에는 다양한 생물 개체가 해마다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친환경 농업인대회와 함께 열리는 생물다양성 대회는 생태계 회복의 현장과 그 친환경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위] 친환경 논생물 체험장 수조의 물자라, 물방개, 개아재비. [아래] 친환경 논생물 체험장 수조의 왕잠자리 유충
ⓒ 이완우
생물다양성대회 행사장의 으뜸 볼거리는 친환경 논생물 체험장이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경작하는 논에는 생태계가 회복되어 600여 종의 논생물이 발견된다고 한다. 체험장의 한 수조에 미꾸라지, 미꾸리와 드렁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미꾸리는 수중의 논바닥 진흙 속에서 생활하므로 조류 등의 포식자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편이라고 한다. 이 미꾸리는 논의 흙을 뒤섞어 산소를 공급하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었다. 미꾸리가 많은 논은 자연히 벼농사가 잘 되었다.

그래서 옛날에는 봄과 여름에는 미꾸리가 충실한 농사꾼 역할을 하므로 잡지 않고 보호하였다. 가을에 벼 수확기가 다가오면 논에 물을 빼기 위해 도구를 쳤다. 이때 미꾸리를 잡아서 동네잔치하던 풍습에서 추어탕이 유래했다고 한다.

옆 수조에는 참거머리가 있었다. 납작한 몸통으로 신축성 있게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수조 바닥에 붙어 꿈틀거리며 기어다녔다. 체험장의 해설사가 거머리에 긍정적인 의미의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이유를 설명하였다.

거머리가 수중에서 피부에 붙어서 흡혈할 때, 혈전을 녹이는 성분을 체내에 주입하므로 고지혈증이나 피부 부스럼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참새, 참개구리, 참매와 참꽃처럼 진짜나 으뜸의 의미가 거머리에 붙었다니 새롭게 느껴졌다.
 [위] 친환경 논생물 체험장 수조의 논우렁이. [아래] 친환경 논생물 체험장 수조의 물땡땡이
ⓒ 이완우
한 수조에는 왕잠자리의 2년생 유충이 몇 마리 헤엄치고 있었다. 요즘은 저수지 시설이 잘되어서, 겨울에 물을 담아두는 논을 보기 힘들다. 왕잠자리 유충은 수중에서 월동해야 하는데, 물을 뺀 겨울 논은 왕잠자리에게 불리한 환경이 되었다.

예전에는 수리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천수답이 많아서, 겨울에 물을 저장한 논이 제법 있었다. 이런 논을 물논 또는 고라실이라고 했다. 이런 논은 수생 생물의 서식 환경이 사계절 계속되어서 왕잠자리에게 유리하였고, 이곳에서 생산된 쌀은 더 기름지고 맛있었다고 한다.

이웃 수조에는 논우렁, 긴논우렁과 왕우렁이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논우렁과 긴논우렁은 토종이고 왕우렁은 외래종이다. 체험장의 해설사가 우렁각시 이야기를 체험객들에게 들려주었다.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친숙한 민담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었다.

옛날에 한 노총각이 일손이 달려서 너른 무논에 지심매기를 제 때에 못 하였다. 노총각은 개울에서 우렁을 한 삼태기 잡아서 논에 풀어 놓았다. 우렁들이 논바닥을 기어다니며 벼포기 사이 잡초를 먹어치웠다. 그 해 노총각의 논은 풍년이 들었다.

이 노총각의 우렁이 농법 농사가 우렁각시 이야기로 전승되었다는 해설이었다. 우렁을 물논에 넣는 것이 항아리에 담는 것으로, 농사가 잘되어 풍년이 든 것을 우렁각시가 밥상을 차린 것으로 바뀌었다. 우렁이 농법으로 풍년을 노래한 농촌의 희망이 어린 염원으로 우렁각시 설화를 재치 있게 비유한 해설이 흥미로웠다.
 만경강 상류 고산천. 친환경 논생물이 서식하는 둠벙을 찾아가는 하천 풍경.
ⓒ 이완우
 전북 완주군 고산면 밤실지 인근의 자연 둠벙
ⓒ 이완우
이곳 행사장에 전시된 수조의 수생 곤충이나 동물은 친환경 벼 재배지의 둠벙에 서식한 개체들이라고 하였다. 기자는 그 둠벙을 걸어서 찾아가 보았다. 하늘과 산천이 초록과 녹음으로 잘 어울렸다. 강변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의 계절에 강물 위에는 물새들이 떼지어 떠 있었다.

논생물 서식지 둠벙은 행사장에서 고산천을 따라 내려가서 북서쪽으로 약 2km 거리에 있었다. 둠벙의 크기는 가로가 약 9m, 세로가 약 6m의 삼각형 모양이었다. 논두렁을 걸어서 둠벙에 가까이 다가갔다. 물이 흐린 둠벙의 수심은 제법 깊게 보였고, 수심 얕은 가양(가장자리)에는 우렁이가 몇 마리 있었다. 체험장의 수조에서 보았던 논생물들은 독대(족대)질이나 해봐야 나타날 듯하였다.

둠벙 바로 옆 논은 품종이 다른 토종 벼를 잘 구획하여 심었다. 벼의 품종이나 익어가는 정도에 따라 초록색, 연두색, 붉은빛을 띠는 줄무늬가 나란히 이어지며 보기 좋은 생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둠벙에서 물이 흘러 나와서 논의 물고로 조용히 들어가고 있었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 자연 둠벙에 옆 논에서 토종 벼 이삭을 살펴보는 김동규 씨
ⓒ 이완우
 벼 포기 아래 논바닥 얕은 물에서 헤엄치는 논개구리
ⓒ 이완우
벼가 이삭을 패서 한창 여물이 생기는 들녘의 가운데 커다란 왕버드나무가 인상적이었다. 큰 왕버드나무가 논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데도, 나무와 논이 나란히 어우러져 전통적인 논 생태계의 공존을 보여주었다. 둠벙에 인접한 논에 경작자 김동규 씨가 둘러보며 벼의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김동규 씨는 논에 토종 벼를 일정한 구획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하였다. 구천도, 흰배(흰벼), 붉은차나락, 돼지찰, 멧돼지찰, 노인도와 왜벼의 7가지 토종 벼 품종이었다. 멧돼지찰 품종의 벼는 줄기와 잎이 억새처럼 억세게 생겼고, 벼이삭의 까끄락도 멧돼지 털처럼 거칠게 보였다. 벼 포기가 늘어선 논바닥의 얕은 물속에 논개구리가 자리 잡고 헤엄치는 자세로 있었다.
 친환경 토종 벼 재배 논 가운데 형성된 오리나 철새의 휴식터가 된 원형 물웅덩이
ⓒ 이완우
이웃 논에 오리들이 모여 앉아 벼를 밟고 쉬고 간 탓에, 직경 3m 정도 원형으로 논바닥이 움푹 파여서 물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 드문드문 서 있는 벼포기는 마치 연못 속의 수생식물 같게 보였다. 이 지역은 친환경 농법으로 토종 벼를 재배하는 지역이므로 오리나 철새들이 마음 놓고 쉬어간다고 한다. 농부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터전으로 배려하고 있었다.
"폭이 2m가 되는 비탈진 논둑의 무성한 풀을 제초하다가 새의 보금자리인 둥지를 발견했었다. 새알이 10개 정도 있었다"라고 김동규 씨가 말했다. 친환경 농법의 논과 이웃하여 제초제를 쓰지 않은 무성한 풀숲에 야생 조류들이 믿고 보금자리 둥지를 틀었던 것으로 보였다.
 전국 생물다양성 대회와 전북 친환경 농업인대회. 대회장 옆 만경강 풍경
ⓒ 이완우
다양성 대회가 열리고 있는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생물다양성대회와 친환경농업인 대회의 공개 행사가 개회를 선언하고 있었다. 전북 14개 시군에서 수백 명의 친환경 농업인들이 참여하였다. 각종 친환경 농산물이 전시되고 판매되었다.

친환경 농법과 생물다양성 보전은 우리가 새로 개척해야 할 낯선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서 호흡하며 농사지었던 옛 농부들에게 익숙한 과거의 농법에 대한 기억이 그 출발점으로 보였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들녘은 구천도나 흰배, 노인도, 붉은차나락 같은 토종 씨앗을 품고, 깊은 물을 가두어 철새와 오리가 쉬어갈 수 있도록 논을 내어주었다. 논두렁이 만나는 곳에 거대한 느티나무의 그늘이 논에 길게 드리운 풍경은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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