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카카오, ‘AI 시민성’ 갖춘 미래세대 기른다

2026. 9. 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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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AI 네트워크’ 본격 가동

그래픽=문유비·ChatGPT


미국 최대 학군인 뉴욕시 공립학교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하는 이달부터 교실에서 유아와 초·중학생 60만 명의 생성형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려면 교사와의 인간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AI를 무조건 배척하려는 결정은 아니다. 뉴욕시는 고등학생에게는 AI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했다. 초·중학교에서의 중단 조치도 앞으로 1년이라는 제한을 뒀다. 학생들에게 AI를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검증된 답이 없으니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어른들이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중에도 AI는 아이들의 일상에 빠르고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초록우산이 지난 3월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94.4%, 거의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은 19.3%에 달했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생성형 AI 챗봇의 답변을 신뢰한다’고 했으며 약 35%는 ‘AI와 대화하다가 실제 사람처럼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AI 기술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법이 교육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사용법을 아는 ‘AI 리터러시’를 넘어 AI가 내놓은 결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결합해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AI 시대에 필요한 시민의 역량, 즉 ‘AI 시민성’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AI를 무조건 신뢰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활용하되 그 결과를 스스로 검증하고 사회적 영향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민간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지난 7월 기술과 교육 분야의 전문가 협의체 ‘사이좋은 AI 네트워크’를 출범하며 AI 시민성 교육과정 개발에 착수했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11년간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청소년 디지털 시민성 교육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까지 전국 약 2800개 초등학교, 30만 명의 학생이 교육에 참여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다져온 디지털 시민성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 영역을 AI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

지난 7월 ‘사이좋은 AI 네트워크’ 출범식 현장. [사진 카카오 임팩트재단]


카카오의 ‘사이좋은 AI 네트워크’ 협의체는 철학·컴퓨터공학 분야 자문위원 5명과 초등·윤리교육 분야 전문위원 3명으로 구성됐다. 자문위원은 기술과 철학의 관점에서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전문위원은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과정 설계를 맡는다. 카카오가 주목하는 ‘AI 시민성’은 AI 사용법에 주목하는 ‘AI 리터러시’와는 다르다. 단순히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판단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남는 힘을 어릴 때부터 의식적으로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인공지능학과 교수는 “AI는 법인격이 없어 최종 판단을 내릴 권한도, 책임을 질 수도 없다”며 “AI를 활용한 결과의 책임은 결국 사용자인 인간에게 남는다”고 말했다.

‘사이좋은 AI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AI 시대 시민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메타인지’와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메타인지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 점검하고 사고 과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옥현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AI를 활용하는 사람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했다. 옥 교수는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듯, 이제 사람은 AI에 일을 맡기되 그 결과를 종합하고 검증하며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풀어야 하고 무엇은 풀어서는 안 되는지 목적을 설정하는 힘이야말로 인간과 AI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를 발판 삼아 다시 도전하는 ‘회복탄력성’도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가능성이 낮은 사회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최신의 지식을 받아들이려면 실패와 반박,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단, 전문가들은 두 역량이 개인의 능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메타인지와 회복탄력성은 개인 차원의 역량”이라며 “이 두 역량을 바탕으로 타인과 관계 맺는 ‘공동창조역량’,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하는 ‘공적실천역량’을 함양해야 비로소 AI 시민성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초등 고학년 대상 프로그램, 연말 현장 적용

해외에서는 미래세대의 AI 시민성을 위한 연구와 교육이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2024년 ‘학생을 위한 AI 역량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이 프레임워크에는 AI 시대에 필요한 시민 역량을 기르는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다. MIT 미디어랩에서는 미국 초중고등학교에 AI의 작동 원리와 편향, 윤리 이슈, 사회적 영향력을 함께 다루는 수업 자료를 개발해 제공한다. 특히 ‘스튜던트 보이스 인 AI(Student Voices in AI)’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등학생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조사한 뒤 학교의 AI 사용 정책을 직접 만들고 제안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AI를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AI가 사용되는 사회의 규칙을 논의하는 시민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다.

카카오는 ‘사이좋은 AI 네트워크’ 전문가들과 함께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AI 시민성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EQ, IQ와 같이 AI 시민성의 핵심 역량을 측정하는 ‘AQ’ 지표도 개발 중이다. 김은솔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AI 시민성과 관련된 역량을 학생 자신이 직접 평가하게 하는 설문 방식에 머물지 않고, AI에 어떤 형태로 질문하고 답을 받기까지 얼마나 시간을 쓰며 몇 번을 다시 시도하는지 같은 실제 사용 패턴을 파악하고 진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점수를 매기거나 유형을 분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AI 활용 양태에 맞춘 피드백을 주는 것이 설계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히 측정하고 그에 맞게 조언해 주는 플랫폼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 될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부터는 AQ 지표와 교육 프로그램을 10개 학교에서 시범 도입해 현장 파일럿을 진행한다. 2027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류석영 카카오 임팩트재단 이사장은 “AI 시대에는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시민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버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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