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은 ‘밑빠진 독’?… 15~29세 고용률 28개월째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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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 일자리에 매년 수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청년고용률은 28개월째 내리막이다. 직업훈련과 일경험을 늘려 청년의 취업 전 역량을 높이는 데 정책이 집중된 사이 기업의 신입 채용 수요는 줄어들었다.
정부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원 범위를 수도권 중견기업과 비수도권 대기업까지 넓히며 기업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추가 고용'을 얼마나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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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반도체 중심 성장 겹쳐
정책 지원 실제 취업 성과 검증해야

정부가 청년 일자리에 매년 수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청년고용률은 28개월째 내리막이다. 직업훈련과 일경험을 늘려 청년의 취업 전 역량을 높이는 데 정책이 집중된 사이 기업의 신입 채용 수요는 줄어들었다. 인공지능(AI) 전환, 고용 창출력이 낮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 대·중소기업 간 일자리 질 격차까지 겹치면서 정책 지원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힘이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년정책이라는 ‘밑 빠진 독’에 재원을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국가데이터처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70.4%로 1년 전보다 0.5% 포인트 올라 8월 기준 처음 70%를 넘어섰다. 반면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4.1%로 1.0% 포인트 떨어져 2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다. 청년층 취업자 수도 14만3000명 줄어 46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최근 5년간 매년 5조~7조원대가 편성됐다. 올해는 6조1827억원 규모였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청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올해 2조6000억원에서 내년 정부안 기준 3조3000억원으로 약 7000억원 늘어난다.
문제는 고용지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정책의 큰 틀이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를 청년고용 어려움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직업훈련과 일경험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에 무게를 실어 왔다. 오래된 패턴이 답습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원책만 쓰는 게 아니라 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는 견인책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공시제 등 기업의 고용 책임을 높이는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의 채용문은 좁아지고 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신규채용 인원을 공개한 주요 대기업 113곳의 채용 규모는 2023년 10만9456명에서 지난해 9만2680명으로 15.3% 감소했다. 신규채용 중 30세 이하 비중도 56.4%에서 51.1%로 떨어졌다. 정부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지원 범위를 수도권 중견기업과 비수도권 대기업까지 넓히며 기업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추가 고용’을 얼마나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애초 뽑으려던 인력을 채용하면서 지원금을 받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 고용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감소한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 가운데 26만8000개(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 반도체 등 고용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이 최근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고용으로의 파급을 제약한다.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024년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20대 평균임금 격차는 121만원에 달한다.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임금·근로여건 불만족과 불투명한 성장·경력개발 가능성 등으로 노동시장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 교수는 “일자리가 있는데 임금이 낮고 조건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기존 일자리의 조건을 개선해 청년들이 가고 싶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일자리와 일경험의 성과 검증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체납관리단과 공공기관 인턴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사람을 바꿔 숫자만 채워나가는 측면이 있다. 성과 검증 자체도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청년일자리 회복방안’에는 기존 정책의 연결고리를 보강하려는 시도도 담겼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문인력 30만명을 양성하고 민간·공공 일자리와 창업 기회 30만개를 공급하는 한편, 교육·훈련 사업에 참여한 청년과 기업·공공기관의 인력 수요를 연결하는 플랫폼 ‘청년 플레이그라운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청년뉴딜 등 훈련 프로그램이 본격 집행되면서 ‘쉬었음’에서 훈련으로 유입되는 조짐도 관측된다”며 “훈련-구직-취업 사다리의 앞단계 복원 신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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