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의 푸드로드] 제주 올리브와 해남 장립종 쌀

기후가 변하면서 우리 땅의 작물 지도도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기온으로 인해 사과의 재배 남방한계선은 계속 북상하고 있고, 2050년이 지나면 남한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고랭지 배추는 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반면 국내에서 재배할 수 없었던 아열대성 외래 작물들이 새롭게 재배되고 있다. 아직 온실 내 재배이기는 하지만, 제주산 망고의 품질은 이미 크게 입소문이 났고, 바나나도 제주와 경남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국내산 레몬도 어느새 우리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런 과일들은 수입 과일을 대체하며 고급 과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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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변화로 제주서 올리브 농사
식당 체인에 해남 장립종 쌀 쓰여
정부의 작물 생산조절 정교해야
」

기후 변화는 때로는 상상하지도 못한 작물, 언제나 수입에 의존해야 했던 작물을 국내산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 8월 말 방문했던 제주에서 지중해에서나 볼 법한 올리브나무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풍경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반가워할 수도 없었지만, 눈앞의 올리브밭을 바라보며 우리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제주에는 이미 200여 농가가 올리브 농사에 참여하고 있다. 올리브나무는 귀농인들의 작목으로 선택되고 있고, 최근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노지 감귤 생산자들이 대체 작목으로 올리브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해 노지 감귤 농장 1000평의 조수입(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이 1500만원 겨우 나왔는데, 올리브로 전환하면 두배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작목 전환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기존 노지 감귤 생산자들에겐 큰 모험이지만, 스타트업의 마인드로 도전하고 있다.
올리브 묘목은 심은 후 5년 정도가 지나야 상업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 올리브 생과 기준 작년에는 5t을 생산했고, 올해는 10t, 10년 후엔 200t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확한 올리브는 착유 과정을 거쳐 프리미엄 ‘제주산 올리브유’로 판매된다. 여러 부산물은 다양한 가공품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올리브잎 차가 꽤 마실 만 했다. 올리브유를 짜고 남은 박(粕)은 특수 사료로 가공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와 농식품부의 정책으로 새롭게 국내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작물은 장립종(長粒種) 쌀이다. 안남미(安南米)라고도 불리는 이 쌀은 동남아 및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단백질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찰기가 적어 우리의 일상적인 밥쌀과 꽤 다르다. 농식품부는 쌀 가격 지지를 위해 국내 단립종(短粒種) 밥쌀 생산을 줄이며, 가공용, 수출 용도의 장립종 쌀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기후 변화와 더불어 농식품부의 정책에 호응하며 해남에서 가장 발 빠르게 장립종 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쌀 시장의 새로운 활력이 기대되는 시점이었다. 장립종 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도정기를 쓰면 쌀알이 다 부서진다. 장립종 전용 도정시설에서 도정해야 한다. 그러나 장립종 쌀을 도정할 수 있는 전문 시설은 국내 한 곳뿐이다. 정부가 저율 관세로 의무 수입해야 하는 장립종 쌀을 도정 대행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시설일 뿐 갓 수확한 벼를 도정하는 시설은 없다. 생산을 하더라도 도정하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뿐만 아니라 장립종 쌀로 밥을 지으며 간편식화하는 가공시설은 전무하다. 쌀의 특성이 달라 역시 전용 가공시설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에서 해남군과 협업하여 해남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장립종 쌀을 활용하여 당뇨 환자용 간편식을 개발하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장립종 쌀 가공시설이 없어서 포기해야 했다. 정부의 시책에 맞추어 농사를 지은 생산자들이 가공시설이 없어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의 대형 멕시칸 음식 체인 치폴레가 서울에 아시아 1호점을 열었다. 대표 메뉴 부리토에는 장립종 쌀이 들어간다. 치폴레가 해남의 장립종 쌀 재고를 매입하여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어 장립종 쌀 생산자의 숨통이 트였다. 공급이 수요를 결정하던 시기가 지났다.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 정부의 시책에 따랐더니 생산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거나, 팔 곳이 없어선 안 된다. 농식품부가 정교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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